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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 돌아가면 나는 ‘카피르(배교자)’…위험에 처한 사람들 받아달라”

[단독인터뷰] 韓 유학 온 아프간 전직 공무원 2人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고국에 돌아가면 나는 ‘카피르(배교자)’…위험에 처한 사람들 받아달라”

  • ● 장학금 받고 한국行, 정부 붕괴 후 직장 잃어
    ● 현지 가족들 안전하지만 탈레반 집권 후 불안
    ● 미국은 일방적으로 침공하고 철수…믿을 수 없어
    ● 이슬람에 대한 편견, 소통하면 해소될 것
    ● 한국, 국제사회 일원으로 난민 수용해 줬으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주민들이 미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주민들이 미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이후 한국에 사는 아프간인들은 애간장이 탄다. 아직까지는 카불 가족들이 안전함을 확인했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입이 바싹 마른다.

‘신동아’ 취재에 응한 아프간인 A(29)씨와 B(27)씨는 몰락한 아프간 정부 공무원이다. 지난해 한국국제협력기구(KOICA) 장학생으로 선발돼 동료 공무원 5명과 함께 한국에 왔다. 두 명 모두 현재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A씨는 전자정보공학, B씨는 농학을 각각 공부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장악하면서 직장을 잃었다. 법무부는 아프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들의 ‘특별 체류’를 허가했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신동아’는 한 선교사의 도움으로 이들과 각각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다음은 그들과의 일문일답.

“軍 출신 아버지 걱정…한국 망명 받아달라”

-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

A: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돼 수입이 사라졌다. 학위를 끝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B: “아프간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지 못한 지 벌써 7개월째다. 아프간 은행도 한 달 전부터 문을 닫아 현지 가족들이 돈을 보내줄 수도 없다. 고국에 남은 가족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다.”

- 고국에 돌아가기는 힘든 상황이 된 거 같다.

A: “그렇다. 나는 이전 정부에 협력한 사람이다. 지금 아프간에 가면 ‘카피르’(ka–fir·신의 은총을 말살한 자, 배교자)로 낙인찍혀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탈레반이 이전 정부에 협조한 사람에게 보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탈레반의 만행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나.”



B: “맞는 말이다. 목숨을 잃지 않는다 해도 예전처럼 공직에 몸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탈레반이 해외에서 공부한 나를 받아줄 리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현재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 학위를 마치면 한국에 취업 비자를 신청하거나 망명 신청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나와 같이 한국에 온 아프간 유학생 7명 모두 아프간과 한국 양쪽에서 교육을 받았다. 두 나라 문화와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가능하면 한국 정부가 우리를 난민으로 받아줬으면 한다.”

- 아프간 현지에 있는 가족 및 지인들의 소식을 들었나.

A: “우리 가족은 모두 수도 카불에 있다. 아직은 연락이 잘되는 편이다. 모두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같이 내게 한국에 남을 것을 종용한다. 약혼녀는 헤라트(아프간 서쪽에 위치한 제3의 도시)에 사는데,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종종 연락이 잘 안 된다. 당장은 안전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이다”.

B: “우리 가족도 카불에 산다. 현재 탈레반으로부터 가장 위협받는 집단은 일부 소수민족과 여성,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군인이다. 아버지가 군 출신이라 걱정스럽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가족 전체가 망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美, 일방적으로 침공하고 철수…아프간을 전쟁터로 이용”

- 미국의 이번 아프간 철수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미국은 2001년 아프간 침공 당시 테러리스트 소탕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아프간은 그때 테러리스트들의 본거지가 아니었다. 탈레반은 아프간보다 파키스탄에 훨씬 더 많았다.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전임 탈레반 최고지도자 아흐타르 만수르 모두 파키스탄에 있다가 미군의 공격을 받고 죽었다. 20년 전 아프간인 대다수는 끼니조차 때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는데, 어떻게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벌일 수 있었겠나. 또 테러리스트 집단은 보통 여러 국가의 원조를 받으며 국제적으로 활동한다. 그런데 미국은 전쟁을 아프간에서 벌였다.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

B: “미국의 행동을 보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일방적으로 아프간을 침공하고 이번에 또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미군이 나가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사람이 많은 걸 알면서도 자국 정부에 직접적으로 협력한 사람들만 탈출시켰다. 남겨진 사람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 그래도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을 받고, 자유를 누린 것도 사실 아닌가.

A: “돌아보면 처음엔 미국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미국이 탈레반과 알카에다 같은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을 후원하고 탈레반 본거지가 파키스탄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중동 전문가인 박현도 서강대 교수는 “미국이 파키스탄 내 탈레반 소탕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국이 2011년 파키스탄에 머물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벌였을 당시에도 파키스탄 정부가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항의한 일이 있다.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테러리스트 활동 정황이 포착돼도 해당국 정부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런 현실이 아프간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하게 느껴진 측면도 있을 터. B씨는 미국이 자국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아프간에 강요했다고도 비판했다.

B: “미국이 아프간 인권을 위해 노력한 것은 맞다. 여성이 학교에 가고, 언론 자유가 주어진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미국이 문화와 종교 차이를 간과한 건 문제다. 아프간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이어나가며 자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지원했으면 지금처럼 민심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반미 감정이 “아프간 국민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원인에 대해 “테러리스트 소탕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진 미국의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2009년 5월 서부 파라주에서 오폭으로 150명이 사망한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미군이 코란을 불태우거나 아프간 포로를 학대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고 부연했다.

- 일반적으로 아프간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가.

A: “그렇다. 이번에 카불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가장 먼저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2014년과 2018년 부정선거가 난무하는 가운데 선출됐다. 상대 후보가 불복하자 미국이 직접 나서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아프간 사람들의 민의가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 그런 사람을 자리에 앉힌 결과가 어떻게 됐나. 나는 미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아프간 사람들도 같은 의견일 것이다.”

B: “미국이 아프간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줬다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다. 아프간 시민들은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없었다.”

가니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7년 미국으로 이주해 2001년 탈레반 1기 정부 붕괴로 귀국할 때까지 24년간 미국에서 생활했다. 콜롬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뒤 UC버클리와 존스홉킨스대에서 교수로 있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했다. 2009년 대선 출마 이전까지 미국 시민권도 가지고 있었다. 유 교수는 “아프간 국민들은 가니 대통령을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로 인지한다”며 “2014년, 2019년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가니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니 그에 대한 아프간 국민의 반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국 정부는 8월 25일 우리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 국민 391명을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한국에 데려왔는데.

A: “잘한 일이다. 그분들이 아프간에 계속 있었으면 탈레반에 의해 ‘카피르’로 몰렸을 것이다.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

B: “같은 생각이다. 다만 한국 사람들이 불쾌하게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현재 아프간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이 무척 많다. 국제사회의 일원인 한국 정부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

8월 26일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 조력자 가족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8월 26일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 조력자 가족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이슬람 궁금하면 서슴없이 다가와 질문해 달라”

- 한국에 사는 이슬람인으로서 편견이나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나.

A: “어제 한국인 친구들과 만나 산책하고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이 ‘솔직히 처음에는 네가 무섭고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고 말하더라. 미디어를 통해 무슬림에 대해 좋지 않은 소식이 자주 전해지니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면 편견을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B: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직접 차별을 받아본 적은 없다. 간접적으로 ‘누가 무슨 일을 겪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한국인이 대체로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 한국 정부가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의 적응을 도우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한국 국민에게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한다. 모든 무슬림이 탈레반같이 극단적이지 않다. 우리가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무슬림과 한국 사람이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B: 그분들은 모두 가족과 헤어지고 집, 학교, 직장을 잃었다.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언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도와주면 좋겠다.

- 아프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A: “난민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한국 같은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굉장히 개방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대의견이 많아 좀 놀랐다. 한국 사람들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슬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내 한국인 룸메이트도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기독교인을 싫어하는 위험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더라. 우리도 종교의 자유를 존중한다. 지금은 나와 친하게 잘 지낸다. 이슬람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한국에 사는 무슬림에게 다가와 서슴없이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종교와 관련된 질문을 해도 괜찮다. 소통을 통해 편견을 넘어서고 싶다.”

B: “현재 아프간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한 국가의 비극이 아니다. 국제 관점에서 보면 여러 나라가 관여했고, 한국도 아프간에 파병한 일이 있다. 한국의 난민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인들이 좀 더 개방적인 시각을 가지길 부탁한다. 경제적으로 난민을 수용할 여력이 있다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받아주면 좋겠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탈레반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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