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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힘 못 쓰던 롯데百, ‘신세계맨’ 정준호 매직 개봉박두!

[유통 인사이드]

  • 윤정훈 이데일리 기자 yunright@edaily.co.kr

강남서 힘 못 쓰던 롯데百, ‘신세계맨’ 정준호 매직 개봉박두!

  • ● ‘新롯데맨’ 정준호, 취임과 동시 ‘강남 1등’ 공표
    ● 강남점 연매출 3000억 원 수준, 전주점보다 못해
    ● 롯데쇼핑, 업계 최고 인사 대거 영입 백화점부문 심폐소생
    ● 2년간 총 1조4339억 원 투입, 강남점 혁신 예고
롯데쇼핑이 옛 그랜드백화점을 인수해 2000년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중심으로 MD를 강화해 확 바뀐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동아DB]

롯데쇼핑이 옛 그랜드백화점을 인수해 2000년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중심으로 MD를 강화해 확 바뀐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동아DB]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취임한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의 첫 일성은 ‘강남 1등’이었다. 강남·잠실점의 고급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대중적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도곡동 주민의 나들이 장소로 평가 절하됐던 강남점이 변신한다면 롯데백화점 내·외부적으로 미치는 파급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핵심 조직인 MD(상품기획)1·2본부 주요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채우는 등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 명품MD 강화에 방점

롯데쇼핑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 부문에서 영입한 임원급 외부 인사는 8명에 달한다. △발렌시아가코리아 상무를 지낸 진승현 MD1 본부 럭셔리 앤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부문장 △현대백화점 디자인팀장 출신의 정의정 MD1본부 비주얼 부문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의 조형주 MD1본부 럭셔리 브랜드 부문장 △루이비통코리아 출신의 김지현 MD1 마케팅 앤 커뮤니케이션 부문장 등이 신규 영입됐다.

백화점 부문을 총괄하는 정준호 대표도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출발한 외부 인사다. 그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 본부장과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담당 등을 거쳐 2019년 롯데지에프알(GFR) 대표에 취임하며 롯데쇼핑에 합류했다. 신세계 근무 당시 30여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들여왔을 만큼 판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롯데그룹은 내부 인사로만 조직을 구성하는 ‘순혈주의’ 원칙을 고수해 왔다. 따라서 최근의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유례없는 외부 수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 수뇌부가 사실상 유통의 핵인 백화점 부문의 심폐소생을 정 대표에게 일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월 시작된 주요 인사 영입은 3월 지방시코리아 지사장을 지낸 이효완 전무(백화점 MD1본부장)를 발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MD1본부장은 럭셔리 상품군을 총괄하는 핵심 인사다.

백화점의 운영과 리뉴얼을 담당할 임원급 인사 선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롯데쇼핑은 신세계 출신의 안성호 백화점 스토어 디자인 부문장, 이승희 백화점 오퍼레이션 T/F팀장 등을 백화점 부문에 영입했다. 이들은 본점, 강남점, 잠실점을 중심으로 명품 MD 역량을 강화하는 등 리뉴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은 올해 5476억 원, 내년 8863억 원으로 2년간 1조433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위치 대비 아쉬운 실적을 내고 있는 강남점에서 명품 중심으로 MD를 강화해 확 바뀐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글로벌 10대 명품’은 67개로 전국 점포 숫자가 훨씬 적은 신세계백화점(168개)과 비교해 크게 적다. 그만큼 롯데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입점이 절실하다. 특히 강남점은 연 매출이 3000억 원 수준으로 롯데백화점 전주점이나 창원점에도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대표는 외부 영입 임원과 함께 ‘강남 1등 탈환’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리뉴얼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5월 MD본부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삼성동 공유오피스 ‘위워크’로 이전한다. 해외명품사와 패션·뷰티 협력사 대다수가 강남권에 있는 만큼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百 강남점에 보내는 기대와 우려

백화점업계는 정 대표 부임 이후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과연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강남점은 과거 롯데쇼핑이 그랜드백화점을 인수하면서 2000년에 리뉴얼 오픈한 곳이다. 강남의 패션 1번지가 되겠다는 포부로 출발했지만 이듬해 생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먼저 문을 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들 백화점의 매출액이 각각 2조 원과 1조 원이 넘는 동안 강남점의 매출은 오히려 후퇴했다.

업계가 강남점 리뉴얼의 성공 확률을 낮게 보는 것은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 등 명품 브랜드는 점포의 매출액과 고객의 바잉파워 등을 고려해 매장을 낸다. 전체 매장 수도 거점도시별로 2~3개씩 총량을 유지한다. 롯데 강남점이 리뉴얼을 하더라도 실적 등 조건을 고려하면 최소 3년 이상 걸리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내년 이뤄질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리뉴얼은 수입 패션 브랜드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대표가 이탈리아 브랜드에 정통한 만큼 국내에 없는 유럽의 패션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근무하며 아르마니 꼴레지오니의 국내 론칭 업무를 담당했고, 신세계의 명품 편집숍인 분더숍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 확대도 점쳐진다. 3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오픈한 데일리 워크웨어 브랜드 ‘노이스(NOICE)’가 대표적인 예다. 노이스는 서울 한남동 카시나 편집숍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해외에도 진출하며 상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노이스와 같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지속 발굴을 모색할 방침이다. 실제 롯데쇼핑은 ‘2022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한 디자이너 홍보를 지원하는 등 신진 브랜드와의 교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나아가 롯데쇼핑은 그룹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잠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쇼핑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잠실은 시그니엘서울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에비뉴엘, 롯데마트, 롯데호텔월드, 롯데월드까지 그야말로 ‘롯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 집결한 유통 부문이 시너지를 낸다면 단일 점포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신설한 롯데지주 산하의 디자인경영센터는 잠실 롯데타운의 전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카이스트 출신의 배상민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이 있다. 그동안 잠실 지역은 마트와 호텔, 백화점, 롯데월드 등의 각각 구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업은 배 사장은 롯데 합류 후 첫 과제로 잠실타운을 디자인 중심으로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한킴벌리 출신 허린 상무 등 30여 명의 디자인센터 직원을 영입했다.

더불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은 잠실점의 변화를 위해 고객경험 부문장을 맡았던 현종혁 상무를 1월 신임 잠실점장으로 선임했다. 잠실점은 1월 7일 고든 램지버거를 아시아 최초로 입점시키는 등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MD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잠실점은 ‘에루샤’ 등 3대 명품을 보유한 만큼 리뉴얼을 통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점포다.

유통 부문은 4월 4일 통합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 P&G, LG전자, LG생활건강을 거친 이우경 부사장을 유통군HQ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마트와 백화점, 슈퍼마켓 등을 아우르는 통합 마케팅과 미래 전략 등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두유노 주노(Do you know JUNO)’. 정 대표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10분 남짓 분량의 영상 제목이다. 정 대표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수직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롯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자신을 ‘신세계맨’ 대신 ‘롯데맨’으로 불러달라며 롯데쇼핑 유통 혁신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新롯데맨’ 정준호, 조직문화부터 혁신

정 대표는 “가장 부정적인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다.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고 시키기만 하는 사람은 더 위험한 사람”이라며 “윗사람 눈치만 보고 정치적으로 행동해 후배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리더, 지시만 하며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팀장, 점포를 쥐어짜기만 하는 본사의 갑질 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솔직한 소통 방식을 선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중시한다. 패션업계에 30년간 몸담으면서 브랜드, 디자이너 등과 부대끼며 현장에서 터득한 그만의 방식이다. 실제 정 대표가 롯데지에프알로 옮겼을 때 이런 그의 리더십만 믿고 따라와 준 직원도 꽤 될 정도다.

정 대표는 알파벳 A, B, C, D로 핵심 키워드를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유연한 사고로 빠르게 결정해 실행하고(Agility),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하며(Being proactive),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우리 방식으로 전문성 있게 편집하고(Creative),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높이자(Design is everything every where)는 것이다.

정 대표는 “몇 년 후엔 ‘나 롯데백화점 다녀’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회사를 꼭 만들겠다”며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용기 있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새로운 롯데백화점을 만들어가는 일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화점도 양극화 시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조 원 매출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한 반면, 영남지방의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5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명품을 확보한 백화점은 코로나19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성장했고, 그렇지 못한 백화점은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언제부터인가 규모의 경제도 통하지 않는다. 가성비로는 온라인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콧대 높은 명품은 백화점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언제든 더 좋은 조건을 내건 백화점으로 옮겨가는 게 명품 브랜드의 세계다.

주요 백화점 3사 중 롯데백화점이 가장 힘들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33개인 지점 수가 경쟁사인 현대(16개), 신세계(13개)보다 배 이상 많아서다. 과거에는 많은 지점 수가 힘이 됐다면, 지금은 대중적 백화점이라는 이미지가 고급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백화점 산업은 고용산업 특성상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과감한 리뉴얼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화점도 양극화 시대, 차별성 없으면 도태

향후 백화점의 트렌드는 지난해 오픈한 더현대서울,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롯데 동탄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더현대서울은 ‘MZ세대 놀이터’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첫해 8000억 원 매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의 특성에 맞춰 과학과 아트를 콘셉트로 잡았다. 롯데 동탄점도 가족 단위 고객을 조준해 예술과 휴식 공간에 힘을 줬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더현대서울 인사이트’에서 “더현대서울은 고객이 자기 페르소나를 찾고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성공했다”며 “유통업 필패(必敗) 지역인 여의도에서 보여준 방식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생존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은 직전년 대비 6.4% 증가한 3490억 원으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은 3063억 원, 신세계백화점은 2615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점포당 이익만 놓고 보면 33개 지점을 보유한 롯데백화점은 현대(16개), 신세계(13개)의 이익률에 한참 못 미친다.

매출 1조 원 이상 메가 점포 숫자도 잠실·본점·부산본점 등 3개로 현대(3개), 신세계(4개)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롯데백화점은 질적 성장을 위해 중위권의 지방 점포도 리뉴얼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의류 등 패션 부문의 매출이 상위권 매장과 하위권 매장을 나눈다”며 “정준호 대표가 패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롯데는 패션 중심 MD로 승부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22년 5월호

윤정훈 이데일리 기자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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