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서울 우량 아파트 매수 원한다면 7~9월 적기”

부동산 전문가 김동희가 말하는 구매 전략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06-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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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란?

    • 집값 오르기 전 재건축 대상 구축 아파트 찾아라

    • 미래가치 대비 저평가, 동작구·광진구·영등포구 주목



    내 집 마련이 현실이 될까.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RS)을 그대로 유지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만 소폭 조정(60∼70%→80%)하겠다”고 밝히면서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우는 무주택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LTV 상한은 40%, 조정대상지역의 LTV 상한은 50%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는 여기에 최대 20%포인트 우대 상한이 적용된다.

    대통령선거 후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 사안은 줄곧 윤석열 정부의 관심사였다. 불안한 시장 상황에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친 무주택자는 이 문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인수위는 “LTV의 최대 상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무주택자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다양한 부동산 정보 사이에서 무주택자는 갈피를 잡기 어렵다. TV에 등장하는 전문가와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부동산 관련 서적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누구는 지금 집을 사야 한다고 하고, 다른 누구는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라고 한다. 그때마다 무주택자는 ‘나만 집을 못 사는 게 아닐까. 이러다 집값이 더 오르면 어쩌나’ 전전긍긍한다. 대체 언제 집을 사야 할까. 아직 서울 아파트 매수 기회가 있을까. 이 질문에 김동희 공·경매아카데미연구소 소장은 씩 웃었다.

    “집값 전망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아요. 가능하다면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지역 아파트를 사길 바랍니다.”



    김동희 공·경매아카데미연구소장은 “남들과 다른 부동산 투자 전략으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김동희 공·경매아카데미연구소장은 “남들과 다른 부동산 투자 전략으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누구나 살고 싶은 집

    김 소장은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85년 제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해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했다. 이후 부동산투자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겨 부동산 계약부터 경매·공매, 재건축·재개발, 부동산 세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2018년 김 소장은 유튜브 채널 ‘부동산채움tv’를 개설했다. 사람들이 가격보다 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찾을 때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지금도 이러한 메시지를 강조한 동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관련 내용을 담아 책도 여러 권 썼다. ‘돈 되는 아파트·상가·오피스텔 살 때와 팔 때’ ‘나는 적금보다 10배 더 버는 부동산이 좋다’ 등이다. 대선 이후 집값 반등, LTV 최대 상한 완화 등의 이슈로 또다시 실수요자가 혼란스러운 시점에 그를 만난 건 이런 상황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김 소장은 “38년간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부동산을 거래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얻은 확신이 있다. “남들과 다른 부동산 투자 전략으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누구나 살고 싶은 집이라는 뜻이다. 미래가치가 높은 집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부동산도 돌고 돌다 보면 나중엔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실수요자 차원에서 가치(needs)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실수요자는 청년부터 신혼부부, 어린 자녀를 키우는 3~4인 가구,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요소를 갖춰야 우량한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럼 그런 아파트를 만드는 요소가 뭔가.

    “내가 생각하는 첫째 요소는 ‘중·대형 단지 아파트인가’ 하는 점이다. 가구수가 많은 단지일수록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에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보통 1000가구 이상이면 대형 단지로, 500가구 이상이면 중대형 단지로 구분한다. 500가구 이상 아파트에 투자하면 미래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대형업체가 시공한 아파트인지도 따져본다. 아파트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역세권 주변과 대중교통 근접성, 교육 여건, 생활 편의시설 접근성까지 눈여겨본다.”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는 미래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이미 비쌀 개연성이 크지 않겠나.

    “그게 문제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를 원론적으로 접근하면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럼 어떤 아파트를 사란 얘긴가.

    “유연한 사고로 종합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내 고객 가운데 한 명은 무명의 중소건설사가 지은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매매했다. 언제부턴가 사무실에 오면 표정이 밝아지더라. 내가 ‘요즘 좋은 일 생겼죠?’ 했더니 ‘집값이 올랐어요’ 하며 웃었다. 이 아파트는 준공 30년 이상인 노후 단지인데,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돼 집값이 올랐다고 했다. 다른 고객은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100가구 이하 소형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 지어진 지 20년이 돼 아파트가 리모델링 대상이 되면서 집값이 상승했다.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0가구 미만 소규모 재건축·리모델링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축 규제를 완화해 왔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공사 기법 발달로 지하주차장은 물론 수직 증축, 별동 세대 건립까지 가능해져 집값이 오름세를 보인다.”

    재건축·리모델링 소규모 단지 유리

    구축 아파트 가운데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사업 대상을 찾아 투자하라는 말씀인가.

    “그렇다. 건축 연한이 15년 또는 30년 이상인 데다 저밀도 아파트로 대지지분과 건축용적률이 높고 주변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지역이라면 재건축 대상 또는 리모델링 대상으로 안성맞춤이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아파트 재건축 및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각각 30년, 15년 이상이다.”

    최근 서울의 경우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20년 이상 노후화된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구축 아파트 투자에 매력을 못 느낀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 신축 아파트도 구축 아파트가 된다. 20년 이상 노후화된 아파트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으로 신축하면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무주택자라면 정비사업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르기 전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를 구입해 호경기까지 기다렸다가 비과세 혜택을 보면서 매도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내가 산 아파트가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참 좋겠다. 하지만 그것이 내 바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럴 수 있다. 지역 차 또는 아파트 단지 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으로 아파트값이 상승 압력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김 소장은 이 대목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가보다 저렴한 주변 아파트 매물을 눈여겨볼 것도 권했다. 그에 따르면 부동산은 동일권역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주변 구축 아파트값 또한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호수에 물이 넘치면 그 주변 지역으로 넘쳐 흘러가 또 하나의 강물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이것을 ‘파동 효과’라고 칭했다. 아파트값이 오르면 주변 다세대주택 등 주택 가격도 상승곡선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효과가 회복기를 만들고, 그 회복기가 지방까지 퍼져나가는 상승기를 만든다. “적은 돈을 가지고 있거나 무주택자는 부동산 침체기에 주변에 비해 저평가된 아파트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미래에 찾아 쓸 수 있는 부동산 적금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김 소장 조언이다.

    주변에 비해 저평가된 아파트 집중 공략

    부동산시장에서 ‘저평가 아파트’라는 말이 언급된 지는 꽤 됐다. 저평가 아파트란 게 어떤 의미인가.

    “구축 아파트가 오래되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분양권의 형태를 거쳐서 신축 아파트로 재탄생한다. 그사이 신축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가 된다. 이렇게 아파트도 순환 구조를 갖고 돌고 돈다.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있다. 매매가가 20억 원에 이르는 신축 아파트 주변에 14억 원짜리 구축 아파트가 있다고 치자. 이 구축 아파트가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다시 태어나면 집값이 20억 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자신이 매매하려는 지역의 순환 구조를 파악한다면 저평가된 아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 소장은 “2022년 상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이 정체기를 넘어 후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주변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 아파트 매수를 원한다면 올 7~9월이 적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마련되려면 시간이 1~2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다. 게다가 여름휴가철은 부동산 비수기에 해당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서울에서도 주변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나.

    “아직 투자 기회는 있다. 내게 서울 지역 추천을 요청한다면, 동작구와 광진구, 영등포구를 주목할 것을 권한다.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지하철과 강남으로 향하는 황금 노선을 특히 눈여겨보길 바란다. 충남 온양과 인천에서 서울 강북을 가로지르는 1호선을 비롯해 3호선, 6호선, 7호선, 8호선 등 역세권 주변 지역에 500가구 이상 아파트에 투자하면 미래가치가 높다. 신설 노선으로 서해선과 연계해 안산에서 광명, 영등포,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신안산선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곳에는 8억~9억 원대에도 매수가 가능한 120가구 이하 20~30평대 아파트가 있다.”

    시세 꿰뚫어야 ‘우량 급매’ 낚아

    저평가 아파트를 찾을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나.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까지 물건의 가치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중개업자의 얘기만 듣고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중개업소에 방문하기 전 1개월 동안 주 2~3회 주기로 아파트 단지를 답사해 보기를 권한다.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아파트 단지까지 도보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주변에 관공서와 편의시설 등이 있는지, 학군은 어느 규모로 형성되는지 등을 확인한 뒤 중개업소에서 그 지역과 아파트 단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좋다. 그래야 중개업자의 언변에 홀리지 않을뿐더러 잘못된 정보를 구분해낼 수 있다. 지방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집주인이 현지 사정에 어두워 물건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해당 지역 아파트를 꾸준히 답사하면 시세를 줄줄이 꿰게 되니, 뜻밖의 횡재를 얻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또 발품을 팔 때는 유주택자나 부동산 투자자와 동행하기보다는 무주택자나 처지가 비슷한 사람과 동행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를 찾는 과정에서 무주택자가 쌓게 되는 투자 경험을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나는 오랫동안 부동산업계에 종사하면서 이른바 ‘명품 아파트’의 보완재가 우량한 아파트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다 부동산 침체기를 여러 번 경험하며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의 가치를 한층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됐다. 명품 아파트의 장점은 가격이 가장 먼저 오르고 가장 나중에 하락한다는 점이다.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량한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라도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은 데다 그 기간이 짧다. 이러한 아파트를 찾아 투자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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