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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청 민심 “젊은 사람 살라믄 공업을 일으키야 혀”

[2024 총선_승부 결정짓는 최전선 42곳, 지금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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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4-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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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최 모르겠네유, 까봐야 알지 않겄슈

    • 캐스팅보트 중 캐스팅보트 지역

    • 농업 vs 군수 산업… 논산·계룡·금산

    • 누구인가? 누가 당진 땅을 평택에 내줬어

    • 검·경 리턴매치… 증평·진천·음성

    • 정우택 ‘돈 봉투’ 낙마 변수… 청주 상당

    • 검찰 타도 vs 검찰, 국회 첫 입성 누가?… 청주 서원

    • 도종환 탈락 無主空山… 청주 흥덕

    충청은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호남, 대구·경북(TK)과도 같이 승패가 대강 예측되는 지역과 달랐다. 어느 한 정당, 성향에 치우치지 않아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충청 승리가 곧 선거 승리”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21대 총선에서도 충청은 당시 여당의 손을 들어주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몰표’를 주진 않았다. 민주당은 충남 지역구 11개 가운데 6개, 충북 지역구 8개 가운데 5개에서 승리했다. ‘반반’ 구도에서 살짝 기울어진 형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지역 특성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0.73포인트 차 신승(辛勝)을 거둔 데도 충청에서 거둔 승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윤 후보는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데 성공했다(충북 50.67%, 충남 51.08%). 조부(윤호병)와 부친(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충청의 아들’임을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충청 지역을 찾아 “저희 선조가 500년을 논산과 공주에서 사셨다”며 “제가 충청에서 태어나거나 학교를 나오진 않았지만 선조가 450년 이상 살아온 지역으로 고향 아니겠느냐. 충청의 아들 윤석열이 참된 일꾼이 돼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총선에서도 충청은 여전히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충남 논산·계룡·금산, 충남 당진, 충북 증평·진천·음성, 충북 청주상당, 충북 청주서원, 충북 청주흥덕은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둔 곳이다. 표심이 변화무쌍한 ‘캐스팅보트 중 캐스팅보트’ 지역인 셈이다. 이곳을 따내는 정당은 1석 이상의 효과, 잃는 정당은 1석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장에서 만난 충청 도민들은 견해를 드러내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유의 느린 말투가 곁들여져 생각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웠다. 당진에서 만난 70대 상인 박모 씨는 “충청 사람들은 애초 에둘러 말하는 경향이 있고, 결과를 알기 어렵거나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는 일엔 의견을 내길 꺼린다”고 말했다. ‘색’이 모호한 지역의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의 손에 총선 승패가 달렸다.

    김종민 새로운미래로 떠난 논산·계룡·금산

    충남 논산시 내동 소재 황명선 더블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박성규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 [이상윤 객원기자]

    충남 논산시 내동 소재 황명선 더블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박성규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 [이상윤 객원기자]

    충남 논산·계룡·금산은 2개 시와 1개 군이 합쳐진 유일·독특한 지역구다. 도농복합도시 성격을 나타낸다. 육군훈련소가 있는 논산시,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시는 국방의 중심도시 역할을 하고, 인삼이 유명한 금산군은 농업을 근간으로 한다.

    6선을 한 이인제 전 의원이 이곳에서 3~6선(16~19대)을 달성하는 등 보수세가 강하다고 평가받았으나 호남과 인접한 특성상 진보세 역시 상존하는 곳이라 평가된다. 최근 두 번의 총선(20·21대)에선 민주당이 승리했다.

    오전 11시께 찾은 논산시청 일대엔 인파가 드물어 한적한 인상을 줬다. 인근 동신아파트 주민 40대 최모 씨는 “지방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것 같다”며 “낮이든 밤이든 사람이 적어 조용하다”고 말했다.

    조용한 도시와 달리 선거전은 뜨겁다. 민주당에선 3선 논산시장 출신이자 당 대변인인 황명선(58) 후보가 나선다. ‘친명(친이재명)’인사로 꼽힌다. 논산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토박이’다. 황 후보는 3선 시장을 지내며 쌓은 정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가져오겠다는 포부다.

    1호 법안으로 약속한 것은 ‘농산물 가격 법제화’다. 황 후보는 “현재로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 농민들이 인건비만 받는 수준인 수익밖에 올리지 못한다. 그럼 누가 농사를 짓겠나”라며 “농민의 최소 수익은 보장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황 후보가 체감하는 민심은 ‘윤석열 정부 심판’이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윤석열 정권 들어온 후 먹고살기 힘들다’다. ‘지도자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나라가 됐다’라고도 한다. 이런 민심을 반영해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의 부재도 변수다. 김종민 대표는 이곳에서 민주당 후보로 20·21대 의원에 당선했지만 새로운미래로 당적을 옮겼다. 올해 총선에선 세종갑에 출마한다. 황 후보로선 김종민 대표의 표를 이어받아야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 후보는 “나와 김종민 의원은 정치적 견해는 달라졌지만 형제와도 같은 사이”라며 “김종민 의원의 이곳 캠프 당직자들이 그대로 남아 나를 도와주고 있다. 김종민 의원과 나는 여전히 ‘원팀’인 셈”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민의힘에선 박성규(72) 전 육군 대장이 나선다. 역시 논산 토박이로 황 후보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20대 대선 국면에선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군사 부문 자문 역할을 했다. 42년간 군에 몸담은 경력을 살려 지역구를 ‘국방 군수산업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성규 캠프 관계자는 “논산·계룡 일대는 20여 개 군부대와 30여 개 국방 관련 연구소가 있는 곳”이라며 “유치가 확정된 국방산업단지에 군수 관련 장비·물자를 채워야 발전이 있는데, 박 후보는 그것을 가능케 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인근 논산시민공원에서 만난 이주영(36) 씨는 “황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3선 시장인 만큼 행정 경험도 많아 믿음이 간다. 박 후보보다 젊어서 더 ‘빠릿빠릿’하게 일도 잘할 것 같다. 얼마 전 길에서 인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넉살도 좋고 밝아 호감이었다”고 말했다.

    계룡시 계룡대 인근 스타힐스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73) 씨는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구는 아직 농업이 근간인 것 같여. 젊은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라믄 공업을 일으키야 할 거 아녀. 그런 점에선 박 후보가 군 출신이니께 더 잘할 것 같구먼.”

    충남 당진 “평택에 땅 뺏긴 건 네 탓”

    충남 당진시에서 바라본 평택·당진항 모습. [이상윤 객원기자]

    충남 당진시에서 바라본 평택·당진항 모습. [이상윤 객원기자]

    충남 당진은 소선거구 체제 확립 이후 분구·합구 없이 선거구가 유지돼 온 지역이다. 이곳 역시 도농복합도시 형태다. 예당평야를 중심으로 쌀이 많이 생산된다. 전국 쌀 생산량 1위 도시다. 당진항 인근엔 현대제철 발전소 등 공장단지가 있다.

    최근 6번 총선에선 보수정당이 3번, 진보정당이 3번씩 ‘반반 승부’를 펼쳤다. 현역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 재선을 이룬 어기구(61) 민주당 의원으로 올해 총선에도 출마해 3선을 노린다. 국민의힘에선 당진시 당협위원장 정용선(60) 후보가 나선다. 경찰대를 수석 졸업하고, 대전·충남·경기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출신 인사다. 두 후보 모두 당진시 출신으로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한 ‘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춘다. 어 후보는 “현재 당진시 인구는 17만 명으로 스스로 발전·성장을 위해선 인구가 30만 명은 돼야 한다. 갈 길이 멀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다. 우량 기업을 유치하고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겠다. 교육·문화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당진시의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노령층 비중이 늘고 젊은 층 비중이 감소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 또 그나마 현재 있는 것도 대개 철강 관련 일이라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화·관광 분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시급하다고 본다.”

    지역 발전 방향에 대해선 서로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있다. ‘당진시의 땅을 경기 평택시에 뺏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해서다. 당진시와 평택시는 평택·당진항 해상 신생매립지 행정구역 관할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 2015년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당진시 관할이던 해상매립지 96만㎡ 중 71%를 평택시 관할로 귀속할 것을 결정했다. 당진시가 이에 대해 취소 소송을 청구했는데, 2021년 2월 4일 대법원이 평택시의 손을 들어주며 신생매립지 땅을 결국 평택시에 내주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2021년 도시자, 시장, 의원 모두 민주당이었는데 평택시에 땅을 뺏겼다. 그러고도 어 의원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의원으로 있는 8년간 대체 뭘한 건지 모르겠다. 존재감이 하나도 없다”며 날을 세웠다. 어 후보는 “적반하장”이라며 이렇게 반박했다.

    “평택에 땅을 주는 결정은 박근혜 정부가 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평택 의원이자 중진이던 원유철 의원이 주도한 일인데, 내가 무슨 책임이 있단 말인가. 그간 대정부 질문, 피켓 시위 등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렇듯 억울한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당진에도 힘 있는 중진 의원이 있어야 한다. 내가 3선을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터미널 삼거리에서 만난 김수용(55) 씨는 “역사적으로 보면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때부터 보수정당이 당진시를 지켜주지 못했다. 평택·당진항이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든다. 공식 명칭이 그렇다 보니 당진에 있는 항구인데도 평택이 관할할 때도 있었다”라며 “당진에서 3선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다. 이번엔 어 후보를 밀어 3선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진아(40) 씨는 “대법원 판결을 막지 못한 건 민주당 책임이 맞다고 본다”며 “정 후보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성실히 일한 사람이다. 인상은 부드러운데, 일은 확실히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어 후보는 유권자에게 ‘개자식’이라고 욕을 한 사람 아닌가. 뽑아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진천·음성 “두 후보 다 사람이 괜찮아유”

    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중부 3군’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인접한 충북 청주시·충주시의 영향을 받아 두 도시의 표심 중간쯤 양상을 나타내는 곳으로 평가된다. 증평군과 진천군엔 청주시까지 버스로 오가는 시민이 많고, 음성군엔 충주시를 통행하는 주민이 많다.

    충북 내에서도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힌다. 15~21대 총선, 2009년 보궐선거를 포함해 최근 8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4회, 진보정당이 4회씩 승리를 나눠 가졌다. 진천·음성 지역 ‘충북혁신도시’에 젊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22대 총선에선 경찰청 차장을 지낸 임호선(60) 민주당 후보와 검사장을 지낸 경대수(66) 국민의힘 후보가 ‘검·경 리턴매치’를 치른다. 21대 총선에선 임 후보가 당시 이 지역구 현역의원이자 재선의원이던 경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당시 임 후보는 불과 총선 4개월 전인 2019년 12월 경찰청 차장에서 퇴임한 ‘정치 신인’이었기에 이변으로 평가됐다.

    임 후보는 굳히기로 재선을 노린다. 송산초 신설, 공공산후조리원 신설 등 정주 여건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다. “증평군을 충북에서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지역, 휴양관광이 꽃피는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추진, 좌구산 휴양랜드 활성화, 스포츠테마파크 건설, 증평형 365일 행복돌봄 등 지원도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경 후보는 ‘경제’를 화두로 던지며 지역구 되찾기를 꾀한다. 지역경제를 다시 살려내 활력 넘치는 경제도시 중부3군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감곡-금왕-혁신도시를 잇는 중부내륙선철도 지선의 5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수도권내륙선 광역철도 조기 완공, 중부고속도로 왕복 6차선 확장, 충북혁신도시 하이패스IC 설치 등 국책사업을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음성전통시장 한 포장마차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음성전통시장 한 포장마차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음성군 음성읍 음성전통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결과를 알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21대 총선에서 두 후보가 3045표 차이(2.85%포인트 차) 박빙 승부를 펼친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일장이 열린 음성전통시장은 반찬, 옷, 생선, 육류 등 갖은 상품을 진열한 상인들과 손님들로 붐벼 활력이 느껴졌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선 포장마차에선 순대와 머리고기를 팔아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침을 돌게 했다.

    포장마차 앞에서 만난 60대 김모 씨는 “둘 다 훌륭한 분이쥬”라며 입을 뗐다.

    “두 후보가 다 괜찮은 사람이거든유. 배울 만큼 배우고, 사람 점잖고. 누가 이길지 다들 말이 달라유. 당최 모르겠네유. 까봐야 알지 않겄슈. 아, 그런데 경 후보 고향이 충북 괴산이라서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은 있긴 해유. 증평이랑 괴산이랑 행정구역 문제로 좀 감정이 안 좋거든유. 임 후보는 진천 사람이고, 그 아내 분은 증평에서 약국을 오래해서 아무래도 좀 호감을 사쥬.”

    옷 가게 앞에서 만난 70대 윤모 씨는 “그래도 경대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원래 여기가 괴산군도 지역구에 포함됐는데, 2016년인가 떨어져나갔거든. 그게 경 후보 잘못은 아니잖아. 21대 총선에서도 경 후보를 뽑았는데, 지니까 너무 마음이 안타깝더라고. 원래 일을 못하던 사람도 아니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싶기도 하고.”

    KBS청주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6~3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충북 증평‧진천‧음성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임호선 민주당 후보가 43%, 경대수 국민의힘 후보가 34%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우택 공천 취소發 혼돈 청주 상당

    충북 청주 상당은 청주시 상당구 전역을 관할한다. 충북도청, 청주시청 등 주요 시설 소재지에 성안동, 탑대성동 등 구도심을 끼고 있다. 농촌에 동남지구와 같은 신시가지도 혼재돼 복합 성격이 나타난다. ‘충북 정치 1번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이곳에서 승리한 이가 대통령이 됐다는 특색도 지녔다.

    민주당에선 이강일(57) 전 청주상당 지역위원장이 후보로 나선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이던 시절 경선대책위 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친명’ 인사로 꼽힌다. 경선에서 ‘친문(친 문재인)’ 인사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꺾고 최종 후보가 됐다.

    이 후보는 시민 맞춤형 전략으로 민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침체된 원도심 활성화와 주거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주차장 확충, 도로 및 보행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구는 청주시 4개 구 가운데 자영업자·소상공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저리 대출, 세제 감면 등 실질적 지원으로 골목상권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선 서승우(56) 전 충청북도 행정부지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자치행정비서관을 지냈다. 청주상당 현역의원이자 기존 후보이던 정우택 의원의 공천 취소와 이에 따른 정 의원 지지자들의 반발이 변수다. 3월 14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정 의원이 한 남성으로부터 흰 봉투를 받는 모습이 찍힌 영상으로 촉발된 ‘돈 봉투 의혹’에 따라 정 의원을 공천 취소하고 서 후보를 전략 공천한 바 있다.

    3월 15일 김병국 청주시의장 등 상당구 시·도의원 8명 전원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부의장 공천 취소에 대한 재고·재심·재공천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에 대한 여론을 고려할 필요는 있으나 경선을 거쳐 시민과 당원의 손으로 세운 후보를 석연치 않은 의혹만으로 공천 취소 결정한 것은 청주시민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만일 공천 취소를 당 지도부가 철회·재고하지 않는다면 8명 전원 탈당과 함께 정 부의장에게 무소속 출마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정치판 참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석교동 육거리종합시장에서 만난 주부 황모(53) 씨는 “정치 뉴스만 봤다 하면 부정부패 소식이 나오는 것 같아서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축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돈 봉투를 돌리는 거 보면 정치가 참 더럽다고 느낀다”며 “그래도 청렴해 보이는 이 후보를 뽑을까 싶다”고 말했다. 60대 박상준 씨는 “국민의힘 후보가 누구든 별로지만 그냥 한동훈 보고 찍어줄까 한다”며 “3월 5일 시장에 와서 봤는데, 인상도 좋고 똑똑해 보이더라. 주변에 나와 같이 생각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꽤 된다”고 말했다.

    KBS청주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6~3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충북 청주상당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4.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이강일 민주당 후보가 42%, 서승우 국민의힘 후보가 34% 지지율을 기록했다.

    청주 서원 “검찰독재정권 심판” vs “無비전 운동권 프레임”

    청주시 서원구 전역을 관할하는 청주 서원 지역의 특성은 청주 상당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사직동·수곡동·모충동 등 구도심과 현도면·남이면과 같은 농촌, 분평·산남·성화·개신·죽림동 신시가지가 혼재된 지역이다.

    이곳에선 ‘초선’을 놓고 두 사람이 정면 승부를 펼친다. 민주당 후보는 이광희(61) 전 충북도의원이다. ‘친명’ 인사로 여겨진다. 지역구 현역의원인 이장섭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최종 후보가 됐다. 21대 총선 경선에선 이장섭 의원에게 패해 출마가 좌절된 터라 설욕에 성공한 셈이다. 이 후보는 ‘검찰독재정권 심판’을 핵심 구호로 삼았다. 분평동 선거사무소엔 ‘검찰정권 타도’라 쓰여 있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지역에서 30년 이상 활동한 ‘지역 정치인’임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충북대를 졸업하고 청주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다. 환경운동에도 진력했다. 2003년부터 주도한 ‘두꺼비살리기운동’이 대표 사례다. 이 후보는 “청주시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돼 가는 이곳을 청년이 돌아오고 상권이 살아나는 교육특구로 만들고, 전국적 생태공동체의 모범을 확대해 정원도시로 탈바꿈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는 김진모(58) 청주 서원 당협위원장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비서관, 박근혜 정부 때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되자 사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미평동의 김 후보 선거사무소는 사람이 붐벼 부산한 인상을 줬다. 김 후보는 초·중·고교를 청주에서 나온 토박이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김 후보는 그를 찾아온 부친의 친구들을 맞이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한차례 소란이 지나고 마주 앉은 김 후보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서원구는 인구가 줄었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중부권 광역철도, 서원선 등 개발 호재가 필요하다. 또 청주교도소 이전, 체육시설 개축, 대형 쇼핑몰 유치 등 정주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이런 개발은 여당 후보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희 후보에 대해선 “시민단체, 도의원 등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서도 “지역만 잘 안다고 지역 발전이 되는 게 아니다. 지역에 필요한 정책, 공약은 중앙정부에서 얻어내야 할 때가 많다. 지역에 한정된 정치인이라면 그럴 역량과 네트워크를 가지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검찰 타도’ 구호에 대해선 “책임 있는 공약이나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진 못하고 상대를 흠집 내기 바쁜 ‘선동 정치’가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라며 “비논리적·선동적 운동권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청주지방법원 인근 아파트 단지를 지나 충북대와 인근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20대 A씨는 “일만 잘한다면 검찰인 게 뭐가 문제인가”라며 “검찰정권이라고 해서 타도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김 후보가 검찰 출신이라 좋다. 똑똑한 사람들이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이 지역 출신이기도하고, 검찰 출신이면 현 정부에서 더 밀어줘서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충북대 인문대 학생 B(23)씨는 “민주주의가 발달하려면 지방이 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낫다고 배우지 않나. 지역 정치인이 중앙으로 가서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KBS청주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6~3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충북 청주서원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이광희 민주당 후보가 37%, 김진모 국민의힘 후보가 33% 지지율을 기록했다.

    청주 흥덕 ‘접시꽃 당신’ 도종환 떠나고…

    청주 흥덕은 청주시 흥덕구 전역을 관할한다.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다. 17~21대 총선에서 내리 민주당계 정당이 승리를 거뒀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곳에서 3선(17~19대)을 달성했다. 현역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3선(19대 국회 비례대표로 초선)을 이룬 도종환 의원이다.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 출신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22대 총선을 맞아 터줏대감 도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며 청주 흥덕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도 의원을 꺾고 민주당 후보가 된 이는 이연희(58)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전략통’을 자처하는 친명 인사다. 대선 때는 민주당 선대위 전략상황실장을 지냈다.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 검증을 통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청주 흥덕으로 지역구를 변경해 ‘자객 공천’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김동원(60) 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이 후보로 나선다. 김 후보는 청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 ‘경제전문가’임을 내세운다. 삼성물산 해외사업부, 금융감독원, 매일경제, 동아일보 등을 거쳤다.

    청주 흥덕의 핵심은 오송읍 오송역 주변을 둘러싼 ‘오송 생명과학단지’다. 바이오, 제약 기업들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다수 국책기관이 들어서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두 후보도 이에 대한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을 사로잡는 데 진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청와대를 오송으로 이전하고 오송역 활성화와 역세권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유치해 K-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5조7000억 원, 직접 고용 인원은 3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송역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후보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박지현(33) 씨는 “지역에서 얼굴을 자주 비춘 사람도 아니고,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도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민주당이 지방 분권에 좀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민주당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진철(38) 씨는 지난해 7월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한 ‘오송 참사(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야기를 꺼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서 참사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논란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애도 기간에 민주당 충북도당 지역위원회에서 ‘음식, 공연, 놀이가 함께하는’ 행사라면서 단합대회를 준비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때부터 민주당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것이다.”

    KBS청주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6~3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충북 청주흥덕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2.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이연희 민주당 후보가 39%, 김동원 국민의힘 후보가 29% 지지율을 기록했다.



    2024 총선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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