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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vs 친박 4월 대란설

“친박 의원에겐 당협위원장 못 준다”(친이)

  • 송국건│영남일보 정치부기자 song@yeongnam.com│

친이 vs 친박 4월 대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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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vs 친박 4월 대란설

경주 재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오른쪽)과 친박계 정수성 전 육군대장.

친이, “친박엔 못 준다”

그러나 4월이 되어가지만 친이 계열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번에도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 같은 당 소속이면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관례도 소용없다. 자신과 맞붙었던 친박 현역 의원에 대한 묵은 감정, 2010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차기 총선 대비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까닭이다.

현재 친이 계열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월10일 영남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열고 공동대응을 결의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 후보인 이해봉 의원에게 패했던 친이 계열 권용범 대구 달서을 위원장은 “왜 현역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을 내줘야 하느냐. 경선도 불사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친박 의원들을 따라 탈당하지 않고 한나라당에 남은 지역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 차원에서) ‘모종의 조치’가 없으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자 친박 현역 의원들도 발끈하고 있다. 영남권의 한 복당파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내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에게 패했던 원외 당협위원장에게도 여전히 줄을 대고 있자 “2월까지 분명한 입장을 정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협위원장이 못되더라도 당신들만큼은 절대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원외 당협위원장에 대한 압박이다.



아울러 친박 의원들도 최근 삼삼오오 모임을 갖고 신임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에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친이 핵심 인사가 원외 위원장들에게 책임당원을 많이 확보해 놓으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 ‘경선’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2월11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이 문제를 둘러싸고 탐색전이 벌어졌다. 이해봉 의원은 “얼마 전 원외 위원장 추진협의회가 구성돼 많은 잡음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창립대회를 보니까 국내에도 없는 소위 ‘정치실세’라는 사람의 이름이 등장하고, 당에서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내에 또 하나의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또 “현역 의원이 있으면 당연히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을 우선으로 하는 게 관행”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의원이 거론한 정치실세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다. 원외 위원장들의 조직적 행동에 친이 핵심 인사들이 깊숙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자 이재오계의 핵심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원외 위원장 협의회는 자신들의 의견을 원내로 보내는 차원에서 결성된 것이지 분란의 소지가 있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이 핵심의 개입 의혹은 일축하면서도 ‘원외 위원장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고 두둔한 셈이다. 친이 계열 박순자 최고위원도 “사실 원외 위원장들의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경주는 완전 화약고

이날 회의에선 4월 재·보선 이후 신임 당협 위원장 선출 방식을 다시 논의키로 하는 선에서 미봉됐다. 그러나 정치적 생사가 걸리다시피 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친이-친박 대치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친박 진영 일각에선 “이재오계를 중심으로 한 친박 의원들 미아 만들기”로 받아들인다. “친이 지역의 당협위원장 자리도 친이 것, 친박 지역의 당협위원장 자리는 친이 것”이라는 논리라는 것이다. 한 친박 초선 의원은 “지금 상태라면 큰 충돌이 불가피하다. 친이 측이 위원장 경선을 밀어붙일 경우 이는 우리보고 당을 떠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흥분했다.

오는 4월29일 치러질 재·보궐선거도 또 다른 화약고다. 특히 전국적으로 4곳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 가운데 ‘친박연대’로 당선됐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김일윤 전 의원의 자리를 메울 경주 재선거는 완전 지뢰밭이다. 2월 중순 경주 재선거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출마예정자는 15명이다. 다른 곳의 평균 7명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공천 희망자만 9명이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현지의 분석은 친이는 정종복 전 의원이, 친박은 정수성 예비역 대장이 대표할 것으로 본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간사를 맡아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막상 자신은 본선에서 ‘박풍’에 나가 떨어졌다. 정 전 장군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안보특보를 맡았으며, 재선거 출정식을 겸한 출판기념회에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정 전 장군은 “공천 여부에 상관없이 끝까지 간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친이-친박이 공천과정에서의 1차 격돌에 이어 재선거 본선에서 2차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정 전 장군이 아예 한나라당 공천을 포기하고 ‘친박 무소속’을 선언한 뒤 본선에 곧바로 출마할 것이란 말도 나돈다.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한 예비후보자는 “정 전 장군이 여론 주도층이 아닌 경로당이나 시장을 주로 돌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을 보면 공천보다는 본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만일 경주 재선거가 친이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 무소속 후보의 맞대결 구도로 현실화될 경우 여권의 내부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에선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릴 선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박들은 지도부의 잇단 압력에도 팔짱만 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느 쪽이 이기든 심각한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원외 당협위원장 문제, 5월 원내대표 경선과 맞물릴 경우 여권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좌장’에서 ‘남자 박근혜’로?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친박 진영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흩어졌던 친이 계열이 급속히 재결집하는 것에 반해 친박 진영은 이전처럼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하는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친박 세력 결집을 강조한 것은 단합이 필요한 시점에 내부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감지한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몇 달 앞두고 출범했던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물 가운데 일부는 그 후 박 전 대표와 거리가 멀어졌다. 내부적으로 경선패배 책임론과 같은 후유증이 있었던 데다 대선 본선과 18대 총선을 거치면서 여러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언론에서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하는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동향이나 생각 등을 질문받을 때마다 곤혹스러워한다.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박 전 대표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아는 것도 별로 없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최근엔 만나 뵙지 못했다”고 얼버무린다.

심지어 좌장이라는 김무성 의원조차 박 전 대표와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그가 작심하고 ‘결집론’을 주창했음에도 박 전 대표가 “당의 중진으로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려버린 데 따른 것이었다. 과거 같으면 김 의원의 말은 곧 박 전 대표의 의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지난번 측근들이 완전히 뒤로 물러나 앉은 것은 아니다. 다만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고 그 빈 공간을 새로운 인물들이 채우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꾸준히 곁에 있는 초선의 이정현·구상찬 의원 외에 3선의 허태열 최고위원, 재선의 진영 의원 등을 최근 들어 박 전 대표와 자주 독대하는 인물로 꼽는다. 특히 진 의원은 철저한 원칙론자라는 점에서 ‘남자 박근혜’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한다.

친박 진영의 새로운 실세로 부각되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한번 실패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4년 후를 맡길 수는 없다. 그들은 전략도 없었고, 의지도 약했다. 이제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급속히 결속을 다지는 친이계와 분열상을 노출하는 친박계의 내부 움직임은 4월 한나라당 내분설의 관전 포인트다.

신동아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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