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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목 지자체장 연쇄 인터뷰

“‘정권창출 DNA’가 ‘새로운 주자’ 만들 것”

김 / 관 / 용 경북도지사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정권창출 DNA’가 ‘새로운 주자’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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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6選의 ‘행정 달인’…“지진, 사드는 현장에 답 있다”
  • ● “대선 출마? 아직은 침묵하고 있는데…”
  • ● “潘 총장은 현실인식 정확, 국위 선양한 나라의 보배”
  • ● “TK엔 ‘정권 창출 DNA’ 있다…떠난 보수 돌아올 것”
  • ● “양극화는 국가 현안…차별 없는 ‘人本 나라’로”
가을 햇살이 시릴 만큼 눈부시던 10월 6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터를 잡은 경북도청 신청사는 백두대간 끝자락 검무산(해발 331.6m)을 등에 지고 낙동강을 바라본다. 웅장한 한옥 건물 앞에 설치된 수백 개의 바람개비 조형물은 선풍기처럼 가을바람을 뿜어낸다. 경주 안압지를 축소해 만든 세심지(洗心池)와 병산서원 만루대를 본떠 만든 104m 길이의 회랑(回廊)은 솟을삼문과 함께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건축은 곧 문화의 표현이라 했던가. 유교, 불교, 가야, 신라, 조선 문화를 두루 대표하는 경북도는 신청사 곳곳에 우리의 문화를 담았다(상자기사 참조). 7층 높이의 안민관(安民館,본관) 로비에 들어서면 붓을 형상화한 조형물 ‘선비의 붓’이 눈길을 끈다.

“6mm 동파이프 3만 개로 만들었어요. 길이 17.5m, 지름 1.4m에 무게만 2.5t에 달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푸르스름하게 청동 색깔로 변해요.”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선비의 붓’ 주변에 진열된 ‘삼국유사’ 목판본 전시물과 명장들의 도자기, 관찰사 도임행차도 같은 대작들을 소개하며 “경북은 한국정신을 보는 창(窓)”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김 지사의 설명은 중간 중간 자주 끊겼다. 그를 알아본 관광객들이 연신 알은체를 했다. 사진촬영을 요청하면 김 지사는 스스럼없이 관광객 옆에서 손가락 ‘브이(V)’를 그렸다. 노련한 행정가보다 푸근한 ‘이웃집 아재’ 모습이다.



그의 강점은 무엇보다 6선(구미시장 3선, 경북도지사 3선) 단체장으로서의 여유와 관록,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다.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 17차례 1위를 차지한 점도 분명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런데 그의 이름 뒤에 오래도록 따라붙은 ‘단체장’ 타이틀은 한계일까, 도약대일까. 인터뷰는 일단 현안으로 시작했다.



경북, 한국정신을 보는 窓

▼ 지진에 이어 태풍 ‘차바’로 근심이 컸을 듯하다.

“9월 12일 지진으로 5000개가 넘는 시설물이 파손됐고, 102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경주 다보탑 난간석이 떨어져 나가고, 첨성대 기울기가 바뀌는 등 23건의 문화재 피해도 있었다. 9월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복구비를 지원하는 등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뒤이어 태풍 ‘차바’가 곧장 상륙해 울산이 큰 피해를 당했지만, 우리도 긴급 복구반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지진 피해지역의 2차 피해는 없는지 계속 살피고 있다.”

▼ 진앙 부근 마을회관에서 밤을 새웠다고 들었다.   

“도지사가 현장에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고, 주민들을 안심시켜 일상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야 한다. 지진 발생 다음 날 곧바로 현장을 찾아 피해지역을 살폈는데, 며칠 뒤 ‘오는 토요일 오후 8시 반에 지진이 발생한다’는 식의 괴담이 돌더라. 피해를 입은 시민들과 복구하는 분들에겐 정말 힘 빠지는 소리다.

그래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토요일, 불시에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있었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도지사의 ‘신통력’을 기대하겠나. 잠 못 이루던 분들이 조금은 안심한 걸로 만족한다.”

▼ 국민안전처의 늑장 재난 문자메시지 발송과 행정기관의 재난 대응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진 발생 일주일 뒤 ‘지진 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만들면서 ‘비판받는 건 솔직히 시인하고 다시 출발하자,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과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재난은 예방이 핵심인데, 불시에 오는 재난이라면 주민 대피와 재난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는 지진 연구 선진국에 가서 전문 기술을 배워 오겠지만, 대피 요령 등은 초등교육에서부터 시작해 몸에 배어야 할 거 같다.”



사드 ‘최후 중계자’

▼ 경주시민뿐 아니라 성주와 김천 주민들도 잠을 못 이루는 것 같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에….

“국가 안보보다 더 큰 가치는 없고, 사드 배치는 국가 목표를 집행하는 것이다. 명백하고 실존하는 북한 핵 위협,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불안을 국가가 해결해줘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도 지켜야 한다. 희생 없는 안보도 없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국가를 위해 양보하면, 국가도 그에 상응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 사드 배치 발표 초기에 “일방적으로 부지를 결정하면 시·도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전 조율 과정이 없었나.

“도지사가 국가 안보와 주민 생활터전 사수의 중간지점에서 최후의 중계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욕을 들으면서도 성주, 김천을 가봤는데, 처음 성주 성산포대에 가보니 부지 선정을 재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주민들의 주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풀어주려 노력했다. ‘나도 당신들과 같은 생각이지만, 국가 안보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설득하며 대화 테이블을 마련했다. 그때 구미시장 때의 경험이 떠오르더라.”

▼ 어떤 경험인가.

“큰 민원이 발생해 주민들이 시청으로 몰려와서 ‘김관용 ×××’ 하며 격렬히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비서를 물린 채 혼자 시위대 뒤쪽에 앉아 그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시위하던 사람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뒤에서 큰소리로 ‘김관용 나쁜 놈’ 하면서 구호를 따라하니 이상하다 싶었는지 힐끔 쳐다보더라. 순간 시위대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다들 포복절도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는 회의실로 가서 그분들과 대화를 했고, 민원도 잘 마무리했다. 협상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 박근혜 정부의 ‘소통 부족’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사드 배치 지역 결정 과정에서도 ‘소통·설득 부재’ 질타가 쏟아졌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고집스럽기도 하고 정무적 기능이 약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다. 군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유사시 가장 효율적이고 파괴력이 강한 곳을 찾을 수밖에 없고…. 설득과 소통 같은 정무적 역량은 좀 떨어지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효율적인 사고방식과 탄탄한 전투력에 대해선 믿음이 갔다.”

▼ 지난 4·13 총선에서도 나타났지만, 현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인 TK(대구·경북)의 민심이 여전히 싸늘한 것 같다.


“4·13 총선 결과는 ‘보수의 이동’이었다. 민심은 저 아래에 있는데 정치권은 ‘공중전’을 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동한 거다. 그렇다고 떠난 보수가 적이 된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 잘하면 돌아온다고 본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를 로마답게 만든 건 시련이었다’고 했다.”

▼ 그간 TK 지역에선 ‘여당 후보 공천=당선’ 공식이 통하다 보니 시련을 겪지 못한 것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회초리를 맞았다. 여당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고치겠다’고 해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국민이 전부 ‘내가 (정치) 하겠다’고 나설 거다. 시련은 사회가 밝은 방향으로 가는 조짐이고, 새누리당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큰바위 얼굴

▼ 여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나.   

“여론은 화석처럼 굳어 있는 것이 아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큰 충격을 받았고, 야권 주자들과 비교하면 현재 뚜렷한 차기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위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위기에 오히려 ‘새로운 주자’가 등장할 수 있다. TK 지역엔 ‘정권 창출 DNA’가 있는 만큼 내년 대선에서도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TK 대선주자가 나와 그에 따른 역할분담을 할 것으로 본다. 국민이 봤을 때 ‘그 정도면 됐다’고 할 때까지는 진정성 있는 반성을 더 해야 한다. 그러면 현명한 국민들은 한 번 더 새누리당을 선택해줄 것이다.”

▼ ‘새로운 주자’는 누구를 의미하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니면 김 지사 본인?

“분명한 것은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고, 주민들은 ‘큰바위 얼굴’ 같은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고 있다는 거다. 반기문 총장과는 새마을운동과 관련해 뉴욕 유엔본부에서 세 차례 만나는 등 여러 번 만났다. 그분은 현실 인식이 정확하고, 국제적인 자리에서 국위를 선양한 나라의 보배다. 지난 5월 경주에서 열린 유엔 NGO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때 ‘안동에 한번 들르면 좋겠다’고 해서 오셨다.”

▼ 반 총장과 정치 얘기를 나누진 않았나.

“내가 그럴 위치도 아니고, 그분도 그런 얘기를 꺼낼 처지가 아니었다. 다만 당시 개헌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제파(반 사무총장)와 국내파(김 지사)가 만나니 언론에는 굉장히 관심 있는 소재였던 듯하다.”

지난 5월 반기문 총장이 방한했을 때 반 총장이 대통령이 돼 외치(外治)를, 친박(친박근혜)계 총리가 내치(內治)를 맡는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회자됐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내년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개헌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친박계 내부에선 여전히 ‘반 대통령-친박 총리’ 구도의 분권형 개헌 얘기가 나온다.

개헌은 유력 대권 후보들의 동의가 필요해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분권형 개헌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6선 단체장 김관용의 이름값도 치솟을 수 있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의사를 묻자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현실 참여의 기회가 되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지금은 정치·행정 일원론 시대”

▼ 중앙정치를 잘 모른다는 게 약점이라고 보나.

“그건 ‘중앙의 시각’으로 재단한 ‘중앙의 논리’다. 광역행정은 국방 분야를 빼고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작은 정부’다. 나라 일은 지방에서 구체화한다. 나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전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을 하면서 지방과 중앙의 가교 역할도 했다. 현장을 모르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친 인물이다.”

김 지사는 “과거 ‘정치·행정 이원론(二元論)’이 득세할 때 행정의 영역이 단순히 정책(정치) 집행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정책 설계 단계부터 정치적인 행위가 시작되는 정치·행정 일원론(一元論) 시대”라고 강조했다. 20년 행정을 한 것은 20년 정치를 한 것이니 당장 중앙정치에 나서도 ‘꿀릴 게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 1995년 지방선거 부활 이후 한국의 풀뿌리 지방자치제는 어느덧 성인이 됐다.

“줄곧 단체장을 해보니 지방정부가 하는 일의 70%는 ‘국가 사무’더라. 그런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다. 단체장은 국(局) 하나도 마음대로 못 만드는데, 중앙은 지방 현장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제 지방을 중앙부처 산하기관 정도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제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공동 정범이다.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해서 자치제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제 부활 이전에 만들어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현재의 지방자치제는 헌법이 아닌 법률에 위임된 자치다. 따라서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분권국가’라는 식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자식이 여럿이면 잘사는 자식도 있고 못사는 자식도 있지 않나. 못사는 자식은 이혼시켜서 다시 집으로 오라고 할 건가. 형편이 어려운 자식일수록 잘살도록 지원해주고 공부도 시켜야 한다.”



‘지방 분권 개헌’

▼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도 구성될 것 같은데,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할 생각인가.

“우리(지자체)가 ‘투쟁의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제를 실현했다면 이렇게는 안 됐을 거다. (국회의원들이) 정해준 대로 ‘받아먹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지자체장들이 개헌 논의에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지방자치제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 현장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양극화다. 개발 시대부터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청년과 기성세대, 수도권 일극주의 등 양극화로 인해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우려가 크다. 옛날에는 구멍가게 차려놓고 열심히 일하면 자식 공부시키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졌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조세·금융정책을 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힘 있는 자,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20년 전엔 중소기업 연봉이 대기업의 80~90%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중소기업 급여가 대기업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다들 대기업을 찾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여소득이 가계 전체 소득의 거의 전부이니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하층 생활’을 하게 된다는 불안감이 크다. 이건 대학생들이나 신입사원들에게 물어보면 바로 안다.

그래서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이런 얘길 들었으면 중소기업 성장 전략을 세우고,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 핵심은 결국 ‘좋은 일자리’ 아닐까.

“공감한다. 요즘 대학생 자녀에게 ‘아빠가 대학생 때에는 열심히 공부해 다들 취직했다’고 하면 야유할 거다. ‘아빠가 대학생 시절엔 열심히 하면 취직도 잘됐는데 지금 너희들은 아무리 ‘알바’ 하고 자격증 따도 취업하기가 어렵구나. 참 미안하다’ 하면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게 소통이다.

요즘 경제민주화니 법인세 인상이니 여러 대책이 언론에 등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도청 직원들 회식자리 건배 구호가 ‘일자리!’와 ‘맹글자(만들자)!’였을 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발을 맞추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만들어 청년·여성 일자리 마련에 전력투구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경북도 내 사회적 기업은 189개로 전국 4위, 마을기업은 101개로 전국 3위다. 지난 10년간 47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7차례 외국인 직접투자 전국 1위(도 단위)에 올랐다. 김 지사는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도 양극화 해소에서 찾았다.



“정책이 사람을 놓쳤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정체성 혼란 등이 생기는 것은 결국 정책이 사람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젠 공동체를 회복하고, 양극화를 풀면서 경제민주화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결국 핵심은 사람 아닌가. 양극화로 인한 차별은 안 된다. 사람 중심의 차별 없는 나라, ‘너 죽고 나죽자’는 강(强) 대 강(强) 충돌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 일원으로서 사람 중심인 인본(人本)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최근 ‘한반도 허리 경제권’을 주창했는데.

“행정수도는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오고, 경북도청은 대구에서 안동·예천 신도시로 옮겼다. 북위 36도에서 만나 108km에 이르는 동서 발전축을 형성했다. 이 지역은 신라·백제·중원 문화가 위치한 지점이다. 동서·중부내륙철도와 바이오 융복합벨트 육성 등 7개 시도(경북,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강원, 전북)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 6월에 중부권 정책협의회를 출범해 본격 가동했다. 광역협력을 통해 지방 발전을 앞당기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나고 양극화도 해소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안동터미널로 향하는 길, 기자는 남명 조식 선생과 함께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을 떠올렸다. 실학자 이익은 “퇴계의 학문이 바다처럼 넓다면, 남명의 기질은 태산처럼 높다”고 평가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퇴계 선생과 직설적이고 의(義)를 중시한 남명 선생을 놓고 보자면 김 지사는 분명 퇴계학파에 가깝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았던 퇴계 선생은 6선 단체장에게 ‘출사(出師)’를 권할까 ‘낙향’을 권할까. 사뭇 궁금하다. 

올해 방문객 100만 육박 예상
▼관광명소 된 경북도 신청사 ▼


올 들어 경북도 신청사를 찾은 관광객은 60만 명에 육박한다. 하루 평균 2000명이 넘게 찾는다. 막 닥쳐온 가을 관광 시즌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80만~9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안동 하회마을의 연간 관광객이 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히트다 히트’. 기자는 10월 1일과 6일 두 차례 신청사를 찾았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불던 10월 1일에도 관광객들은 우의를 입고 신청사를 구경했다.

딱딱하게 인식되는 공공기관에 이처럼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전통 건축양식 등 다양한 볼거리와 인문정신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 청사 담장이 없어 어디서든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한 것도 한 요인이다. 경북도는 몰려드는 관광객 응대와 효율적인 청사 관리를 위해 청사운영기획과를 신설하고 청사 안내 해설사 10명을 배치했다.

지난 3월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검무산 자락에 들어선 경북도청은 전체 면적 24만5000㎡에 65만 장의 기와지붕을 얹은 4개 건물(연면적 14만3000m²)이 자리를 잡았다. 입구에서 본 7층 본관은 고층 건물은 아니지만, 주심포 양식의 기와지붕이 주는 웅장함과 겹처마의 포근함이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사 입구 솟을삼문(경화문)을 지나면 드넓게 펼쳐진 대동마당을 만난다. 대동마당 옆으로 들어선 기념식수원과 야외공연장, 연못은 청사 앞 회랑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기둥 60개가 줄지어 선 104m 길이의 회랑은 병산서원 만루대를 본떠 만들었고, 경주 안압지를 본떠 만든 연못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으로 ‘세심지(洗心池)’라 불린다.

전통 건축물에 입힌 인문정신


건물 곳곳에서 경북의 인문정신을 만날 수 있다. 본관은 안민관(安民館), 의회는 여민관(與民館), 주민복지관은 홍익관(弘益館), 대공연장은 동락관(同樂館)으로 이름 붙였다. 청사 앞 좌우에 선 소나무 두 그루는 대구 산격동 청사에서 옮겨 심었다. 원래 이 나무는 안동과 예천에서 자라던 나무인데, 산격동 청사가 개청하면서 대구로 옮겨졌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본관 로비에 들어서 고개를 들면 7층 천장까지 29m 중심부가 뚫려 있는데, 그 공간 사이로 ‘선비의 붓’이 흘러내리듯 걸려 있다. 동파이프 3만 개로 형상화한 선비의 붓은 강인한 ‘선비정신’을 체감하게 한다. 붓을 중심으로 빙 둘러 삼국유사 목판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전시돼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본청 1층 ‘북다방’은 소통과 공감의 공간이던 옛 다방의 정겨운 분위기를 살렸다. 크고 작은 회의실은 회통실(會通室, 원효의 화쟁사상인 ‘원융회통’을 담은 이름), 호국실(護國室), 사림실(士林室), 화랑실(花郞室), 화백당(和白堂) 등 신라와 불교, 조선 문화의 큰 뜻을 담아 이름 붙였다.

일정한 온도(12~18도)가 유지되는 지하 200m 깊이에 U자형 관을 매립한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올여름 같은 폭염에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지열(地熱) 시스템은 청사 냉난방비의 76%를 감당한다는 게 경북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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