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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르포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학생에게 욕설 듣는 교사들

  • 김정재 | 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doublejay1991@gmail.com 김형완 | 고려대 미디어학부 2년 belikeanswer@naver.com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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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이 천한 년이 감히…”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경기도 교권침해 피해 교사 치유 방안’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교원 2084명 중 45.8%인 954명이 한 차례 이상 교권 침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인 880명은 교권 침해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고 답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지켜야 하는데, 우리네 학교에선 이마저 무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사도 사람이고 언어폭력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더구나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하는 것은 교사에게 큰 모욕감을 준다. 일종의 불법행위”라고 말한다. 이들은 “교사에게 욕하는 학생을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려야 하지만 대부분 흐지부지 넘어간다”고 전한다.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울 관악구 M초등학교 어모(38) 교사는 폭행혐의로 경찰서에 출두했다. 며칠 전 그는 수업을 방해한 한 여학생과 개인면담을 했는데, 이 아이가 면담 과정에서 어 교사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 조사에서 학생의 허위신고임이 밝혀졌다. 이후 어 교사를 찾아온 여학생의 학부모는 “선생 자격이 없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어씨는 “그 자리에서 오히려 내가 사과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되는 교권침해 사례엔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52.8%로 가장 많다. 학부모와의 갈등은 수위가 높고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더 크다.



지난해 서울 강북 C초등학교의 2학년 교실에선 한 남학생이 계속 교과서를 찢었다. 담임 허모(46·여) 교사는 이 아이의 책을 테이프로 붙여줬다. 그러나 아이는 붙여준 교과서를 다시 찢기 시작했다. 허 교사는 아이에게 “교과서를 찢으면 안 된다”고 훈계했다.

다음 날 이 아이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허 교사를 찾아왔다. 그는 허 교사가 아이의 책을 찢었다면서 “죽여버리겠다. 동네 깡패들 다 안다”고 소리를 지르며 협박했다. 허 교사는 오해를 풀어주려고 설명했지만 그는 계속 행패를 부렸다. 허 교사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잘못했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교편을 잡은 지 25년째인 경기도 안양 모 고등학교의 고모(53·여) 교사는 얼마 전 학원을 가려는 학생에게 조퇴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 학부모는 교무실에 들어와 “내 아들 대학 못 가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학부모가 돌아간 뒤 고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고씨는 “한동안 학생들을 피했다. 교사 생활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모 (53·여) 교사는 2년 전 서울 성북구 K초등학교 4학년의 담임을 맡았다. 이씨의 반에서 남학생이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팔을 할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씨는 반 아이들과 함께 만든 규칙에 따라 가해 학생에게 “친구를 할퀴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쓰게 했다. 다음 날 이 학생의 할머니가 교실로 이 교사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학생들 앞에서 “너같이 천한 년이 감히…우리가 어떤 집안인 줄 아느냐”며 이 교사를 모욕했다. 이 교사는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이씨는 “이제 욕먹는 건 놀랍지도 않다. 교실에 학생 인권은 있어도 교사 인권은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SNS는 교사 비방 해방구

교육부가 집계한 교권 침해 건수는 2009~2011년 8597건에서 2012~2014년 1만7542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SNS를 통해 교사를 비방하는 사례도 잦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모(53·여) 씨는 얼마 전 SNS에서 한 학부모가 “개념 없는 X, 담임 바꿔야 한다”고 자신을 욕하는 글을 발견했다. 구하기 어려운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준비물은 모형시계를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정 교사는 “SNS엔 교사를 비방하는 글이 허다하다”며 한탄했다.

온라인에서의 비방과 모함은 해명의 어려움 때문에 대응하기가 더욱 힘들다. 경기도 의왕시 S고등학교의 신모(40·여) 교사는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의 부모와 상담했다. 이 학부모는 “왜 우리 아이한테만 그러느냐”며 신 교사에게 핀잔을 줬고 SNS를 통해 다른 학부모들에게 신 교사를 모함했다. 신 교사는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나빠져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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