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수 국무총리가 1월6일 ‘녹색 뉴딜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고용과 내수창출을 위해 14조원 규모의 4대강 정비사업을 포함해 각종 SOC사업에 총 50조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일부 인사들은 SOC 투자가 단순한 토목공사에 불과하며 이것으로 거품 붕괴를 막으려다가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부른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SOC 투자 자체가 아니라 투자 내용이 부실했던 것이 문제였다. 당시 일본은 불요불급한 투자를 했을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라도 생산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했다.
지금 한국의 경우와는 경제적, 시대적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선 하천 정비는 시기적으로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될 프로젝트이며, 사업의 성격상 준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모든 SOC 투자는 어느 상황에서나 경제 발전에 유익하다. 다만 투자효과 대비 비용 초과 여부가 문제인데 경제위기로 고용과 내수창출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시점에서는 같은 투자라도 그 타당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이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으나 전세계 실물경제가 급락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의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보고했다. 일본은 2002년부터 6년 동안 수출이 74% 늘어난 반면 국내 소비는 6.6%밖에 늘지 못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극심한 정치적 반대로 정부가 과감한 내수창출 정책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일본이 28%이지만 한국은 75%나 되므로 그 타격이 더 치명적이다. 따라서 한국은 내수와 고용창출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실물경제의 붕괴는 이제부터
10년 전 외환위기는 국지적인 현상이어서 한국 정부는 수출을 급증시켜 경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 대공황이므로 수출이 30% 급감해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 수출의 태반을 차지하는 중국, 미국 및 일본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이것이 내수침몰까지 동반해 정상적인 대책만으로는 회복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자산가치 폭락→ 소비 급감→ 실업 급증→ 소비 감소→ 자산가치 추가 폭락의 악순환으로 실물경제 기반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생산적인 SOC사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녹색 뉴딜사업’의 일자리 창출 규모와 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핵심은 정부가 적용한 한국은행의 2005년 기준 취업유발계수인 10억원 투자당 16.6명이 과다하다는 것과, 그 일자리도 고급직종이 아니며 대부분 임시직이라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취업유발계수는 감소율과 시행되는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12.9명은 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목표하는 96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74조원을 투자하면 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 한국을 물류 거점국가로 만드는 국가전략의 일환이 될 때는 고용의 질적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왜냐하면 동북아 물류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경쟁도시들을 제압할 만큼 초대형 규모의 항만과 배후시설의 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력을 보자. 면적으로 세계108위이고 인구는 25위이지만 경제규모는 15위다. 경제규모 순위는 2003년 11위에서 네 계단 후퇴한 것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고 수출 감소를 상쇄할 만한 내수창출이 없으면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의 생존전략은 가용 국토를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물류·금융 거점이 되도록 외국 전문 인력과 자본을 흡수할 국가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미명하에 재원을 낭비하는 대신 한반도 전체를 세계 최대의 경제자유도시국가로 만들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야 한다. 그러면 한국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