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 연구원이 협력업체 직원과 함께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대기업에 이윤의 확대 그 이상의 도덕적 가치와 이념, 예를 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사회적 실천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적 사회구조에 대한 일탈적 행위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회자되는 ‘기업의 사회책임론’은 참 애매한 개념이다. 딱히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을 어겼다거나 죄를 저질렀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 애매한 개념을 한 방에 정리해 정해준다는 개그 프로그램 식으로 표현하자면 기업의 사회책임론은 ‘하지 않는다고 쇠고랑 안 차지만 최소한 지켜져야 할 암묵적 약속’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책임을 지는 행위는 기부나 봉사와는 개념이 사뭇 다르다. 기부나 봉사는 ‘베푼다’는 성격이 더 강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을 써주었으니 칭찬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럼 요즘 들어 유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의 범주가 커졌다는 말인가. 요즘은 이런 질문에 지식인층이나 시민뿐 아니라 기업가들조차 “그렇다”고 답한다.
현대 사회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처럼 양립하는 이념적 가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와 질서가 존재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해도 그 부의 원천은 사회 전체 구성원으로부터 온다는 명제에 많은 기업이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사회 환원 활동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보답하는 것’‘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그 성격을 정의해야 한다. 사회적 보답은 베푸는 행위와 실천의 방법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막연히 내가 많이 가졌으니 좀 나눠주겠다는 식의 발상과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눈에 띄게 앞서 있다. 지금껏 기업의 사회책임론에 입각한 환원 활동이 기부나 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현대차그룹의 활동은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곳으로 향해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수많은 사회 환원 프로젝트에 참가했거나 그 혜택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추진력과 집중력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적 책임 실천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여 성공을 거두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가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미되는 경우는 더더욱 찾기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이런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연 성공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과감한 투자, 폭넓은 고용 창출
올해 현대차그룹은 주요 추진 과제로 ‘사회적 책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투자·최대고용 정책을 마련하고 국가경제 활성화와 국내 및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체 투자예산을 지난해 대비 15.6%가 늘어난 총 14조1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중 82%인 11조6000억 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7.5% 증가한 액수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 예산 중 5조1000억 원은 R·D 부문에, 9조 원은 시설 관련 투자 금액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각각 4조6000억 원과 7조6000억 원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는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져 현대차그룹의 올해 신규채용 예상 인원도 부쩍 늘어났다. 신규로만 6500여 명, 대학생 인턴도 1000여 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런 채용 규모는 그룹 출범 이후 최대다. 특히 이 중 2200여 명은 고졸 및 전문대졸 출신의 생산직에 배정해, 신규 채용에서도 최대한 균형을 잡는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