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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공기업 지방이전 최우등생’ 한국전력과 빛가람혁신도시

  • 나주=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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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베리아 → 나와이

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지난해 12월 한전 본사가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많은 직원은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을 실감했다. 정부의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에 따른 이주였기에 스스로 결정한 운명은 아니지만 “발전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지내다 전라도 나주 허허벌판으로 이주한 거니까요. 처음 왔을 땐 주변에 편의점 하나, 가건물 중국집 하나가 있더라고요. 기분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눈은 어찌나 많이 오고 바람은 또 얼마나 거세게 불던지…. 일부 직원들은 ‘나베리아(나주+시베리아)’라고 했죠. 그러다 멀리 커피전문점 파스쿠찌가 하나 생겼는데 수많은 남녀 직원이 왕복 40분을 걸어서 거기엘 가요. 거기서 아메리카노, 캐러멜마키아토 마시는 게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니까.

그런데 조환익 사장을 비롯해 각 부서는 사실 이주하기 오래전부터 ‘이주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세세하게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어요. 일부 부서는 한 달 전부터 내려와 사전 정지작업을 했고요. 이주 다음 날부터 그걸 정신없이 실행에 옮겼죠. 이 계획 중 상당부분은 ‘이 혁신도시를 어떻게 성공시킬까’, ‘광주 · 전남에 어떻게 기여할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혁신도시가 도시의 면모를 갖춰갔고 여러 계획이 결실을 봤어요. 직원들도 보람을 느껴요. ‘우리 회사 이주가 광주 · 전남 경제를 도약시키는 역사적 기회가 되게 하자’ ‘나주를 나와이(나주+하와이) 낙원으로 만들자’고들 하죠.”

한전 본사에 들어서니 옥외 주차장 위를 가득 덮은, 작은 사각형 지붕 같은 시설물에 눈길이 쏠렸다. 주차된 차 안이 땡볕으로 달아오르는 걸 막아주는 차양인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태양열을 모으는 발전설비였다. 땅 밑엔 지열공 330개를 묻어 눈이 와도 금방 녹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에너지도 얻는다고 한다. 건물 옥상에선 풍력발전을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본사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42%를 직접 생산한다”고 말했다. 신설 빌딩 에너지 자급 권고 기준인 10% 안팎을 훨씬 상회한다. 31층 건물인데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10층 건물의 전력 소비량보다 더 적게 쓴다고 한다.

전기 사용량 42% 자체 생산

건물 안은 적당히 냉방이 되어 쾌적했다. ‘냉방?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자 개인적으론 수 년 전 한여름에 서울 강남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취재하다 더위를 먹은 적이 있어 특별하게 여겨진다. 당시 블랙아웃(넓은 지역에서 모든 전력 시스템이 정지하는 대정전 사태) 위기로 온 나라에 난리가 났다. 정부는 절전 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전기를 만드는 한전은 솔선해서 에어컨을 끄고 근무했다.

지금 한전은 블랙아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또 신재생 에너지를 가장 잘 사용하는 건물을 지었다. 한전의 모든 게 ‘정상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전 측은 ‘반도체 신화가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이뤄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신화가 또 다른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조환익 한전 사장은 한 포럼에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목탄을 사용하면서 금속을 가공했고, 석탄을 통해 산업혁명을 이뤘다. 화석연료가 없었다면 현대의 대량생산 체제는 불가능했다.”

“에너지는 최근의 경제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에너지가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6의 물결은 IT에 이어 에너지에서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이 5대 자동차 생산국인 만큼 한전의 전력기술을 융합하면 전기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전력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바꾸겠다. 2020년까지 발전, 송변 · 전, 배전, 에너지관리, 분산발전 분야의 해외사업 비중을 15%로 확대하겠다.”

“에너지 과다 사용이 심각한 문제를 부른다. 수요관리는 자원 고갈 방지, 탄소배출 저감 같은 현안을 해결하는 팔방미인이다. 사용자가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수요 관리를 강화하겠다.”

“전력망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운송,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외출 시에도 주택의 냉난방,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 한전이 선도적으로 투자하겠다.”

“세계 에너지산업에서 융 · 복합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전도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이크로 그리드를 도서지역에 보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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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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