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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일 잊지 않으면 뒷일에 도움’(前事之不忘後事之師)

미국이 이란 제재에 앞서 되새길 교훈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앞서 한 일 잊지 않으면 뒷일에 도움’(前事之不忘後事之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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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량은 EU 전체와 맞먹어

중국과 이란, 이 두 나라의 관계는 단지 석유 수급과 경제교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과 이란의 밀접한 경제 관계는 무려 2000년의 장대한 역사를 자랑한다.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두 나라 간 거리는 1126km에 불과하다.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이 위치해 있을 뿐이다.

기원전 126년 시작된 중국과 이란 간의 교류는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이 침략 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실크로드를 통한 양국 교류는 빈번했다. 당(唐)나라 때에는 페르시아어를 구사하는 상인, 즉 후런(胡人)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중국 북서지방에 무역센터를 구축했고, 원(元)나라 때는 페르시아 병사, 예술가,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관직을 하사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색목인(色目人)’이었다. 색목인 중 우마르(al-Sayyid Shams al-Din′Umar)는 중국 닝샤후이족(寧夏回族) 자치구를 중심으로 서북지역에 집중 분포한 소수민족 회족(回族)의 선조다.

양국은 또한 정치적으로도 제국주의로부터 굴욕을 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은 영국에 의해 강제 개항했고, 일본에 영토 일부의 지배권을 빼앗겼다. 이란은 차르(tsar) 러시아와 영국의 패권다툼, 소위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라고 하는 파워 게임의 진원지가 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중국은 1949년 공산혁명, 이란은 1979년 이슬람 민족혁명을 통해 ‘공공의 적(common threat)’, 바로 서방에 대항해왔다.

이처럼 중국과 이란은 역사적·문화적 상호 작용을 통해 상대국의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수천 년간 지속된 다양한 교류의 축적은 현재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초 토대가 되었다.



1971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양국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조로부터 이어진 양국의 역사적 교류와 우호 관계를 반복 언급한다. 이는 단순히 ‘레토릭’이나 인사치레가 아닌, 진정으로 위대한 문명의 후계자들이라는 자부심과 ‘역사적 동맹국’이라는 의미가 분명히 내포되어 있다.

하나 더. 서방의 대이란 제재는 중국의 대이란 핵심 외교정책과도 맞지 않다. 현재 중국의 대이란 정책의 핵심은 자국 경제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과 중동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한 지정학적 유용성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항해의 자유’를 반복 언급하며 남중국해에 해군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지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 베트남, 호주,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근간인 주요 원유 수송로, 즉 페르시아 만(灣)과 호르무즈 해협까지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면 중국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국가의 이란 제재는 오히려 중국에는 중동에서 자국의 호감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이란으로서는 유일한 보호막으로 중국의 활용가치가 높아졌다. 결국 양국 사이에 철저하게 ‘타산적 상호의존성(calculating interdependence·이용 가치가 높은 상대국 장점을 취해 자국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 기초한 우호 관계가 강화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서방국가들이 수십 년간 시도했던 이란 경제제재는 명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 등 석유 수입국들에 유가 인상에 따른 피해를 안겨줬다. 한류와 ‘메이드인 코리아’ 바람이 부는 이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은 이래저래 고심이 깊다.

‘앞서 한 일 잊지 않으면 뒷일에 도움’(前事之不忘後事之師)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의 동의 없는 대이란 제재 역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경제제재의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미국과 서방은 중국과 이란 관계를 핵개발 분야뿐 아니라 역사, 정치, 경제, 군사, 안보 등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이란에 핵개발 저지를 불러올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케 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핵개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미국과 서방이 ‘전사지불망 후사지사’의 교훈을 되새길 때가 됐다.

신동아 201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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