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개발한 로봇과 악수하는 홍콩 행정장관 도널드 창.
▼ 2. 배움과 변화에 대한 열망
한국인의 추진력은 배움과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오늘날 한국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지만, 학부모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 자체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국가의 국민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소비와 여흥을 위해 쓴다. 그러나 한국인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에 투자하는 비중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다. 이는 매우 큰 경쟁력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야말로, 한국이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몇 년 전 태국의 IT 산업 발전을 위해 태국 정부와 함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태국 관료들이 가장 궁금했던 점은 한국이 어떻게 발전을 이룩했으며 또 태국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나는 태국 정부가 한국이 했던 몇 가지 정책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IT 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은 풍부한 고급 엔지니어들이었다.
실제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한국의 고급 인적 자원을 가장 큰 자산으로 꼽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고급 인력들이 복잡한 규제와 강고한 관료제, 강성 노조와 외국 자본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 등에 밀려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효과’
한국에서의 배움은 비단 수동적인 학습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수준까지 나아갔고, 변화에 대한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한국은 이러한 본질적인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은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허황된 믿음 탓에 경고의 사인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환위기는 한국인에게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안겨준 동시에 스스로를 일신하고 변화에 대한 개방성을 더욱 고취할 수 있도록 작용했다. 한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로부터 배우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고, 한국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국민도 고용 창출과 경제 발전을 위해 외국 자본을 더욱 개방적으로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외환위기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지만, 한국은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개방성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 창조성과 혁신
한국인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다. 한국인이 지닌 추진력과 호기심은 고급 지식과 IT 인프라에 힘입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형성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의 한 이사는 “한국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들, 그리고 서비스는 실로 놀랍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많은 혁신이 그러하듯, 기술은 새로운 사고방식(최근 함께 일한 회사의 경우, 풍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적용했다)과 자재, 시공, 제조 및 생산 프로세스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을 필요로 한다. 한국인은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과 지속적인 개선 역량을 모두 갖고 있다. 한국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인 혹은 아시아인이 이처럼 창조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나의 견해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어떤 이는 아시아인이 기질적, 혹은 유전적으로 창조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지닌 잠재력과 창조성을 완전히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이슈가 크게 두 가지 정도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