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공복감’을 채워주라

소비자 시각에서 혁신 아이디어를 찾은 13개 기업의 성공사례집 ‘씽크이노베이션’.
‘씽크 이노베이션’(노나카 이쿠지로·가쓰미 아키라 지음, 남상진 옮김, 북스넛)은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서 제2, 제3의 혁신을 이루도록 자극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이 정의하는 이노베이션은 기술혁신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생산방식, 영업방식, 조직 개혁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이 책은 최고 자리에 오른 기업과 조직, 경영인을 소개한다. 그들은 벼랑 끝에서 회생해서 당당히 이노베이터 반열에 올랐다.
제1 저자인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지식 경영’이라는 개념을 창시하다시피 한 세계적인 경영학자다. 그는 ‘현대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로부터 “현장을 제대로 아는 몇 안 되는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저서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2 저자인 가쓰미 아키라는 경제경영 분야의 전문 저널리스트로 ‘소니의 유전자’ 같은 베스트셀러 저서를 냈다. 저자들은 기업 현장을 함께 방문해서 각자가 학자, 저널리스트 시각으로 취재한 후 토론을 거쳐 이 책을 썼다.
저자들은 한국 독자에게 주는 서문에서 “세계 정상의 경쟁 기업을 따라잡으려 노력하는 한국 기업의 전략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면서 “경쟁자의 움직임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영역을 상상하고 끊임없이 이노베이션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끄는 ‘이노베이터’를 많이 확보한 조직일수록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 이노베이터들은 사내의 격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이노베이션을 감행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주요 동인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도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화두는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다. 이 책에 소개된 이노베이터 중에는 30~40대 과장급인 중간관리층이 많다.
이 책은 생생한 사례 13가지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라면 붐을 대대적으로 일으킨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의 혁신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1994년 전국 각지의 유명 라면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만든 세계 최초의 식도락단지다. 방문객이 연간 150만명이나 된다. 1950년대의 마을을 재현,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게 주효했다. ‘마음의 공복감’을 채워주는 시공간으로 부상한 것이다. 개장 초기에는 노인 손님이 많았으나 요즘엔 20~30대가 중심이다.
일, 독서, 글쓰기 한꺼번에

현장 직원들의 싱싱한 경영 제안을 묶은 ‘SK에너지 사람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혁신의 주인공은 SK에너지의 임직원 2000여 명. 이들은 2007년 가을부터 ‘로마인 이야기’를 매달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마라톤 경영’으로 유명한 신헌철 부회장이 “반세기 전 울산 바닷가의 정유공장으로 시작한 SK에너지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에너지·화학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반세기 여정을 그려볼 계기가 필요하다”면서 “그런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천년의 로마 역사를 함께 연구하고 지혜를 공유해보자”고 제안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취지에 동참한 임직원들이 독후감을 겸한 경영 제언을 회사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돋보이는 글을 정리한 것이다. 지식경영을 실천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