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시월이 가기 전에 낙엽은 지고

  • 입력2009-11-03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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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이 가기 전에 낙엽은 지고

    일러스트·박진영

    광화문 네거리 저물 무렵

    급작스러운 경적이 요란하다

    경적만큼 요란하게 안테나를 꽂은 무슨 구조대 차량이

    다른 차 한 대를 급정거시킨다

    거기서 왜 끼어들어! 죽고 싶어 환장했어?



    ……

    야, 이년아! 운전이나 똑바로 해!

    ……

    광화문 네거리

    차를 세우고 뛰쳐나와 고함지르는 사내가 참 장하게 생겼다

    내 또래 여자는 운전석에 웅크리고

    사내의 서슬에도 더위잡으며 뭐라 한마디 했던가

    …… 들리지 않았으나

    틀림없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겠지

    그것도 장해 보이는

    바람이 쌀랑, 귓가를 스치자면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가을 저녁.

    고운기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섬강 그늘’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등

    ●‘시힘’ 동인,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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