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매콤 달콤 새콤 고소함 4단 콤보, 로제 떡볶이의 진심 매력[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1-04-2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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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튀김과 떡이 로제소스와 어우러진 떡볶이. [삼첩분식 인스타그램]

    감자튀김과 떡이 로제소스와 어우러진 떡볶이. [삼첩분식 인스타그램]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음식만 남겨야 한다면 나는 떡볶이를 들 것이다. 내 또래 여자에게 떡볶이란 대체로 좋은 기억과 연결돼 있다. 떡볶이 한 접시 앞에서 우리는 어렸고, 친밀했고, 재밌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떡볶이는 혼밥, 야식, 술안주 등에 자주 포함되는 음식이다.

    100원 내고 한 접시를 사먹던 떡볶이는 이제는 1인분에 2만 원까지 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떡과 어묵에 대파나 양배추 정도만 들어 있던 옛날 떡볶이가, 튀김‧라면‧쫄면‧당면‧삶은 달걀 등을 더해 먹는 즉석떡볶이를 거쳐, 지금은 고기‧해물‧가공육‧치즈‧허브‧스파이스까지 참으로 다채로운 것을 떡과 함께 볶는 음식으로 변화했다.

    중장년부터 MZ까지 사로잡은 로제의 매력

    파스타에 많이 사용하는 토마토소스에 생크림을 섞으면 고소하고 새콤한 로제소스가 된다. [GettyImage]

    파스타에 많이 사용하는 토마토소스에 생크림을 섞으면 고소하고 새콤한 로제소스가 된다. [GettyImage]

    양념도 다양해졌다. 고추장뿐 아니라 고춧가루, 짜장, 카레, 간장, 크림, 케첩 등이 어우러진다. 매운 맛도 여러 단계로 나뉘고, 양념국물 농도와 양 또한 떡볶이를 고르고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보아하니 세상에 떡볶이 하나만 남겨둔다 해도 스무 가지 넘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겠다 싶다. 이 치열한 경쟁 틈바구니에서 요즘 독보적으로 개성을 뽐내는 장르가 하나 생겼다. 나 같은 중장년은 물론 MZ세대 입맛까지 사로잡은, 이름도 로맨틱한 ‘로제(rosè)떡볶이’다. 로제는 프랑스어로 ‘분홍, 핑크’라는 뜻이다. 떡볶이 외모의 전형은 새빨간 색인데, 로제떡볶이를 보면 분홍색이라기보다는 살구색이나 오렌지색에 가깝다.

    로제소스는 파스타에 많이 사용하는 토마토소스에 생크림을 섞어 만든 것이다. 크림과 토마토소스 비율에 따라 새콤한 맛이 강한지, 유지방의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강한지가 판가름 난다. 로제소스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완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것을 고추장 양념 대신 소스로 사용하면 로제떡볶이가 된다. 쉽게 보면 파스타 조리법에서 파스타 대신 떡과 어묵을 넣는 것이다. 조리가 다 된 떡볶이에 치즈 가루를 듬뿍 올리고, 타바스코 등을 흩뿌려 먹는 것을 보면 완성품도 영락없이 파스타와 닮았다. 입맛에 따라 조리할 때 고추장 한 큰 술을 넣어 떡볶이 본래의 면모를 조금 살려도 된다.



    로제소스+라면스프=헤어날 수 없는 감칠맛

    로제소스에는 생크림이 꽤 들어갈 뿐 아니라 베이컨, 소시지 같은 재료도 더해진다. 느끼함에 취약한 사람은 고춧가루나 청양고추 등을 넣어 매운맛을 더하자. 분식 브랜드에서 파는 로제떡볶이 중에는 입안에서 매운 맛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화끈함을 자랑하는 것도 있다. 이 떡볶이를 먹고 있노라면 복잡하고 자극적인 미각에 진땀이 빠진다. 그런데 돌아서면 한번만 더 먹어볼까 하는 기이한 집착이 생기곤 한다.

    요즘은 흰색의 크림 떡볶이를 만든 다음 시판 ‘불닭소스’처럼 매운 것을 보태 맛을 내거나, 고추장으로 맵게 완성한 떡볶이에 생크림 또는 우유를 조금 섞어 매콤하게 만드는 변형된 로제떡볶이도 유행이다. 로제소스로 떡볶이를 만든 다음 매운 라면스프를 넣고 골고루 볶아 헤어나올 수 없는 감칠맛을 완성하는 방법도 있다.

    떡볶이는 부재료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쫄깃한 떡과 함께 도톰하고 면이 넓은 다양한 당면, 씹는 맛이 차진 분모자(전분을 반죽해 만든 것으로 아주 쫀쫀하다), 불어도 맛있는 오동통한 우동, 간이 잘 배는 건두부 등을 넣으면 떡볶이를 다양한 식감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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