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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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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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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해를 가리고 마침내 비가 내리는, 이야기라기엔 비좁고 사연이라기엔 주어가 없이 가로지른 목책 아래 울음을 씻느라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개울은 마을까지 내려갔다가 잠시 사라진다 廢屋의 사람들은 그 물로 밥을 지어 일가를 이룬다 이따금 휩쓸려 떠내려간 이도 있을 테지만, 지나간 일은 탄식도 비명도 내놓지 않는다 어떤 날은 그늘도 없이 일사에 시달린다 根幹이 짚어주는 이마가 차가워 칭얼대는 어린아이와 마당을 비운 가족들과 짖지 않는 개처럼 왕래하지 않는 저녁과 밤 나는 아무것도 건너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망설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그러니 어디쯤에서 어딘가로 곧 도착할 것이다 이곳이 아닌, 좀 더 숲에 가까운 창 쪽으로 몸을 붙인 옆자리 여자는 잠을 깨려 들지 않는다 덮은 것도 없이

*‘현대시’ 2015년 9월호 중에서



유희경● 1980년 서울 출생
●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졸업
●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 ‘2011년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수상








신동아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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