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구석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1년도 전에 신문에서 우연히 본 시예요. 시인은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데 제목이 ‘구석’이에요. 너무 좋지 않아요?”
“지금 딱 들어도 좋은데요.”
나는 가볍게 신음하며 겨우 한마디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확인해보니 이창건 시인의 ‘구석’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이렇게 은은히 마음을 울리는 시가 좋다. 이런 시를 가슴 지갑에 넣고 다닌다는 건 축복이다.
3월 8일 조윤선(48) 여성가족부 장관은 세계여성의 날 106주년을 맞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30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했다. 조 장관은 축사에서 “여성이 경제·사회·정치적 위치를 찾고 경력단절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숙제가 많아요”
조 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는 그에 앞서 2월 하순 이뤄졌다. 올 초 다보스와 앙굴렘에서의 활약상을 보고 더는 구경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녀는 바쁜 일정을 쪼개 시간을 냈다. 마침 취임 1주년을 맞은 시점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수행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그녀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양성평등 태스크포스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국제만화축제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하는 데 발 벗고 나서 큰 성과를 거뒀다.
오후 4시 반,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남색 정장을 입고 나타난 그녀의 얼굴이 뜻밖에도 핼쑥했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신동아’ 인터뷰만 빼고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부터 찍었다. 기운이 없을 텐데도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자주색, 노란색, 하늘색이 어우러진 색동 스카프가 멋스럽다. 그림들이 전시된 실내에서 먼저 찍고 이어 뜰에 나가 포즈를 취했다.
그녀의 작고 파리한 얼굴에 서서히 생기가 차오른다. 손가락에 낀 금반지가 단아하다. 소화가 안 돼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다기에 걱정을 해주자 “이럴 때도 있어야 해요” 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