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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③

믿어라, 그러면 길이 보이리니!

캐디를, 정든 퍼터를,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yoonek18@chol.com

믿어라, 그러면 길이 보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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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To see is to believe).’골프는 믿음의 스포츠다. 믿으면 성공하고 의심하면 실패한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믿고 눈을 믿고 팔을 믿어야 한다. 자신의 드라이버를 믿고 퍼터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캐디의 말을 믿어야 한다.
“의심이 많은 사람은 좋은 CEO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골프장에서도 적용되는 명언이다. 캐디의 말을 못 믿고 노심초사하는 사람, 신형 퍼터가 나올 때마다 재빨리 바꾸는 사람, 동반자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진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이런 사람은 골프를 잘하기 어렵다.

“힘을 빼고 치는 게 맞는 거야, 힘을 주고 치는 게 맞는 거야?”

“백스윙을 작게 하는 게 맞는 거야, 완전히 돌려주는 게 맞는 거야?”

수많은 골프 이론을 가지고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도 골프 잘하기는 어렵다. 골프를 잘하려면 이런 의심증부터 고치는 것이 좋다.



최근 한 지인이 내게 드라이버를 선물로 주었는데 원래 쓰던 것과 선물로 받은 것을 함께 넣고 다니면서 성능을 비교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홀마다 어떤 드라이버로 칠 것인지가 고민이 되고 또 공이 잘 안 맞으면 다시 드라이버를 바꾸다 보니 심란해져서 점수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하나는 프렉스빌리티가 R이고 다른 하나는 RS였기 때문에 바꿔 칠 때마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하나를 뽑아내고 죽이 되나 밥이 되나 그것으로 승부하겠다고 결심했더니 원래 스윙 폼이 살아났다.

“드라이버와 마누라는 하나일 때가 제일 좋은 거야! 내가 요즘 실험 끝냈다니까.”

최고의 퍼터는 ‘정든 퍼터’

우리나라 재계에서 인재경영을 강조해 온 L회장의 용인술도 이와 비슷하다.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마라, 그러나 한번 뽑았으면 믿고 맡겨라.”

인간은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게 마련이다. 반면에 자꾸 의심하면 어지간한 사람도 흔들리고 만다. 그러면 성과가 나올 수 없다. 거래처도 마찬가지다. 일류기업을 보면 반드시 수십년 된 거래처가 있다.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생 동지와 같은 거래관계가 있으면 기업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에 충성도가 높은 거래처를 가지고 있던 기업들은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평소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던 거래처들은 자신들의 손해를 우려해서 하루아침에 거래를 끊고 말았다.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진정한 거래처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기업체는 이탈리아 바이어가 어려울 때 도와주겠다며 더 많은 물량을 주문해주고 곧바로 결제해주는 덕에 위기를 넘겼다. 이 회사 회장은 이탈리아 회사 회장과 형제처럼 지내고 있고 1년에 한두 번씩 서로 가족까지 초청해서 우의를 다지고 있다.

“사업을 키우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모두 행복해지려고 하는 건데 좋은 이탈리아 친구를 두었으니 이게 성공한 거죠.”

조그마한 이윤을 좇아 거래처를 수시로 바꾸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골프도 꾸준히 연습하는 대신 계속 채만 바꾸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특히 드라이버나 퍼터는 체형에 맞는 것을 잘 골라서 길을 들여야 한다.

최고의 퍼터는 ‘정든 퍼터’다. 퍼터에 대한 신뢰가 바로 퍼팅 실력을 결정한다. 내 주위에는 10년 이상 된 퍼터를 가지고 예술퍼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믿음이 가는 퍼터라는 것이다.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는 말처럼 ‘이 퍼터 버리면 골프 망가진다’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퍼터도 과학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퍼터가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퍼팅은 자신감이고, 이 자신감은 퍼터에 대한 신뢰라는 점에서 역시 정든 퍼터가 최고의 퍼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정보가 집중력을 깨뜨린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드라이버를 바꾸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6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퍼터도 1년에 한 번씩 바꾸고 있다.

드라이버나 퍼터 바꾸듯이 거래처를 바꾼다면 기업은 지속적인 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다. 거래처를 믿고 거래처를 도와주고 거래처를 성장시키면서 함께 발전하는 전략이 바로 윈-윈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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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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