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워팰리스와 인접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군인공제회 본사 건물.
박 중위는 서울 양재동에 무허가 금융회사를 차리고 전모 중위와 김모 중위를 중간 알선책으로 활용해 투자금을 모았는데, 한 대령 진급자는 이들에게 수억원을 맡겼다고 한다. 군 검찰에 따르면, 박 중위 등은 이렇게 모은 400여억 원 가운데 143억원을 초기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으로 돌려주는 데 사용하고, 177억원은 인터넷 다단계 금융회사와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했다가 날렸다.
45세 전후에 퇴직하는 직업군인
박 중위를 믿고 투자한 군인들의 저층 심리에 박혀 있는 진실은 ‘군인은 돈에 초연하지 않다. 재테크를 하고 싶다’이다. 현행법상 군인의 정년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 일반 공무원은 60세 전후로 규정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군인은 대장 진급자를 제외하면 60을 채우는 사람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교로 임관한 직업군인의 절대 다수는 한창 일할 때인 중령을 전후해 전역한다. 군 인사법이 정한 계급정년 때문에 일반 공무원보다 15년 정도 빠른 45세 전후에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가족을 부양하고 노후를 대비해야 할 나이에 ‘실업자’가 되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적잖은 군인은 야전근무로 인해 재테크 기회가 아예 봉쇄되는 현실에 상실감을 느낀다. 군 전산망은 보안장치가 되어 있어 컴퓨터 앞에서 근무하는 군인도 주식거래를 하지 못한다. ‘위국헌신(爲國獻身)’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미래를 어둡게 본다.
군인들의 이러한 소외감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 중 대표적인 것이 군인연금이다. 그러나 군인연금은 1973년 이래 기금이 고갈된 상태다. 군인연금은 회원인 직업군인이 낸 기여금을 운영해 생긴 이익을 쌓아놓았다가 이들이 전역하면 연금으로 돌려주는 강제 저축제도였다. 그러나 기금이 고갈되었기에 지금은 회원이 부담하는 기여금과 정부 예산을 받아 전역 군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른 하나로는 1994년 국방부가 만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하 군문연)의 기금 운영사업을 꼽을 수 있다. 군인연금은 직업군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강제저축이지만, 군문연은 현역 대령과 장성 가운데 원하는 사람만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운영 방식은 군인연금과 비슷해서 회원들이 낸 기여금을 투자해 얻은 이익금을 쌓아놓았다가 회원이 전역하면 5년간 이를 연금 형식으로 나눠준다. 그러나 군문연 역시 투자 실패를 거듭해 지난해 기금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군문연의 기금 운영 부문은 군인연금에 이어 사실상의 파산을 맞은 셈이다.
이처럼 군인들의 노후를 위해 만든 제도들이 운영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데 오직 하나만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바로 그것이다. 군인공제회는 1984년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다. 한국 여자 양궁 단체팀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24년간 6연패를 했듯이, 군인공제회도 24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군문연처럼 원하는 사람만 회원으로 참여한다. 그런데 실적이 좋다 보니 회원과 자산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1984년 6만2433명의 회원과 85억원으로 시작해 현재 회원수 16만2698명, 자산 약 8조원(정확히는 7조8734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의 회원은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유는 16만2698명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 직업군인 전체 숫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상비군 수를 줄이는 개혁을 한다고 했으므로 회원 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회원은 줄어도 군인공제회의 자산은 늘어난다. 이유는 높은 수익률 때문에 회원들이 더 많은 목돈을 집어넣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군인공제회의 회원수 증가는 주춤한 상태이지만 자산은 24년 만에 925배로 불어났다. 왜 군인공제회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연승을 거듭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