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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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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참 자료, 평문(平文)으로 바꿔 민간 업자에 넘겨
  • 이용철 방사청 차장 적임자 논란
  • 경제성 고려 없이 몰아붙이는 KFX 사업
  • 패트리어트 도입 기피하는 이유는?
  • 10조원대 전략사업 독점…로비스트 입김 커질 수도
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지난 1월4일 국방부 외청(外廳)으로 문을 연 방위사업청을 줄여서 ‘방사청’으로 부른다. 방사청은 개청하자마자 ‘열린 방사청’이란 별명을 얻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빗대어 만든 별명이다. 여당은 지난 연말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방사청 개청 내용을 담은 방위사업법을 다른 법안과 함께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군에서 외부로 나가는 자료는 모두 보안성 검토를 거친다. 그런데 방사청 홈페이지에는 1월1일부터(실제로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5일까지 보안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256건의 군 전력증강계획이 떠 있었다. 그 가운데 3분의 2나 되는 170여 건이 외부에 밝혀서는 안 되는 기밀 사항이었다.

실종된 보안의식

국방부를 출입하는 ‘한국일보’ 김정곤 기자는 1월2일 우연히 이 자료를 캡처했다. 그는 ‘SSX’라는 이름으로 돼 있는 해군의 3000t급 중(重)잠수함 사업에 주목했다. 그가 해군에 “SSX가 어떤 사업이냐”고 묻자 깜짝 놀란 해군이 방사청에 이 사실을 통보하면서 이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내려지게 됐다.

이렇듯 ‘열린’ 모습으로 언론에 데뷔한 방사청은 그후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하자 방사청의 공보관계자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자 ‘방사청이 비전문가들 위주로 구성된 기관이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방사청은 총리실 산하 국방획득제도개선추진단에서 태동했다. 추진단장은 민변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다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법률특보를 거쳐 노 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李鎔喆·46) 변호사였다. 변호사로 잔뼈가 굵은 그는 ‘당연히’ 군 업무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을 요하는 획득 업무에 정통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그는 국회 국방위에서 국방연구원 출신인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으로부터 ‘JSOP(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가 무엇이냐’ ‘C4ISR(합동전술핵심체계)이 무엇이냐’는 등 전문성을 떠보는 다소 ‘무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그는 모욕을 느끼고 사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맞섰는데, 얼마 후 방사청 개청준비단이 만들어지자 부단장으로 들어왔고, 방사청이 개청하자 차장을 맡게 됐다.

비전문가임에도 방사청 관련 업무에는 항상 이용철이란 이름이 따라붙었다. 국방부와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이용철 변호사를 방사청장에 앉히려 했으나, 윤광웅 국방장관이 군 안팎의 반대와 군 문화의 특이성을 거론하며 만류하는 바람에 차장으로 낙점됐다고 한다.

방사청의 주축은 조달본부다. 그런데 새로 창설된 방사청은 기존의 조달본부 조직을 쪼개 여러 군데로 흩어놓은 모양새를 갖췄다. 때문에 조직이 안정되지 않아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페이지 사고는 지난해 10월 합참이 개청준비단에 넘겨준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공개함으로써 터져나왔다. 합참의 획득 관련 업무팀은 국방중기계획서를 근거로 이 자료를 만들었는데, 방사청 창설이 가까워진 지난해 10월 이 자료를 방사청 개청준비단에 보냈다. 개청준비단 정보화팀은 자료에 대한 보안성 검토는 하지 않고 ‘방사청이 필요하다’는 대(對)국민 홍보만 생각해 이를 평문(平文)으로 바꾼 뒤 홈페이지를 제작할 민간 용역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글자 그대로 ‘열린’ 방사청 시대를 열게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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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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