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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과 쓰나미로 SBO 당한 후쿠시마 제1발전소

제1장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라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대지진과 쓰나미로 SBO 당한 후쿠시마 제1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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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면한 도호쿠 지방에는 모두 1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었다. 한국은 원전 2기를 묶어 ‘원자력발전소’로 명명한다. 2개 이상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은 ‘원자력본부’라고 한다. 6기의 원전이 있는 울진원전을 예로 들면, 1·2호기를 묶어 제1발전소, 3·4호기를 묶어 제2발전소, 5·6호기를 묶어 제3발전소로 부르고, 전체는 울진원자력본부로 명명했다.

일본에서는 다르다. 일본은 우리의 원자력본부를 ‘원자력발전소’ 혹은 원자력을 빼고 그냥 ‘발전소’로 부른다. 각각의 원전은 1호기, 2호기 식으로 숫자를 붙여 부른다. 쓰나미를 정면으로 맞아 2011년 3월 12일부터 수소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발전소는 6기의 원전을 갖고 있다. 일본은 이 단지를 그냥 ‘후쿠시마 제1발전소’로 부르고, 그 안에 1호기~6호기가 있는 식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원전이 1기만 있는 곳도 그냥 발전소라 하고 있어 혼란을 준다.

도호쿠 지방의 원전 15기는 5개 발전소에 흩어져 있었다. 제일 북쪽에 있는 것이 3기가 있는 도호쿠(東北)전력의 ‘오나가와(女川)원자력발전소’다. 그 바로 남쪽에 역시 도호쿠전력이 세운 ‘히가시도리(東通)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이 발전소는 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도쿄(東京)전력이 운영하는 6기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가 있고, 바로 남쪽에 4기의 ‘후쿠시마 제2원자력발전소’가 있었다. 후쿠시마 제2발전소 남쪽에는 일본원자력발전(주)이 운영하는 ‘도카이(東海)2발전소’가 있는데, 이 발전소도 1기의 원전만 갖고 있었다(1장1절의 그림1 참조).

일본원자력발전㈜이 운영하는 도카이2발전소는 도호쿠 지방이 아니라 간토(關東)지방에 속하는 이바라키(茨城)현에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도 쓰나미를 맞았기에 이 글에서는 도후쿠 지방의 원전인 것으로 정리한다.



15기의 원전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가동하고 있던 것은 11기였다. 도호쿠전력의 히가시도리 원자력발전소의 1기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4·5·6호기는 핵연료 교체 등을 위한 정기점검으로 정지하고 있었다. 오나가와 발전소의 3기와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3기, 후쿠시마 제2발전소의 4기, 도카이 제2발전소의 1기는 정상 가동을 하고 있다가 대지진과 쓰나미를 맞았다.

원전, 동일본 대지진 때 자동정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정지하게 설계돼 있다. 자동정지 원리는 간단하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 235’라는 광물이나 ‘플루토늄’이라는 인공 광물을 핵분열시켜서 열을 얻는 시설이다. 비밀은 중성자에 있다. 중성자는 수소를 제외한 모든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입자다.

이러한 입자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을 때리면, 이 핵이 쪼개지면서 강력한 열이 나오는데, 그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일반적으로 열은 불을 붙여서 얻는 것이라 반드시 산소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불은 물이 닿으면 꺼진다.

그러나 원자력은 중성자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을 맞춰 쪼갤 때 열을 얻는 것이라 산소가 필요 없다. 물이 닿아도 꺼지지 않는다. 보통의 불은, 물을 솥 안에 넣은 다음에야 끓일 수 있지만, 원자력은 솥 없이 바로 물과 닿아서 물을 끓일 수 있다. 물을 맞아도 꺼지지 않는 불이 원자력이다.

원전 가동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을 섞어서 만든 핵연료를 원자로 안에 넣고, 그 원자로 안으로 인위적으로 중성자를 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발사된 중성자는 핵연료 사이를 마구 돌아다니다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과 부딪치면 이들을 쪼개버리는데, 핵이 쪼개지는 순간 높은 열이 나온다. 그리고 쪼개진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의 핵에서 2.5개 정도의 중성자가 튀어나와 쏘아준 중성자처럼 마구 돌아다닌다.

따라서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이 많이 쪼개지면 쪼개질수록, 원자로 안의 중성자 수는 증가한다. 중성자 수가 늘어나면 중성자를 맞고 쪼개지는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도 급격히 늘어나니 원자로 안의 온도가 빨리 상승한다. 돌아다니는 중성자 수도 급격히 많아진다. 원자로 안에 있는 물이 이 열을 받아 끓으면서 증기로 변하면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이 너무 많이 쪼개지면, 원자로 안의 물이 빨리 끓어 모두 증기로 변할 수 있다. 모든 물이 증기로 변해버리면 핵연료는 물 밖으로 나오게 된다. 물 밖으로 나온 핵연료는 열을 식히지 못해 스스로 녹아내리는데, 이것이 원전 사고 가운데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노심 용융(爐心 鎔融, melt down)’이다. 따라서 원자로 조종사는 원자로가 과열되지 않도록 조절을 한다. 조절 방법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의 핵을 쪼개는 역할을 하는 중성자 수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다.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의 핵이 쪼개질 때마다 중성자는 2.5개 정도씩 늘어나니, 중성자를 포집해 원자로 안에서 일정한 수의 중성자만 돌아다니게 하는 것이 원자로 조종의 핵심이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처음 핵분열시켜야 할 때는 인위적으로 중성자를 넣어 쏴줌으로써 핵분열 속도를 빨리 해 원자로의 온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적정 출력에 도달하면, 계속 늘어나는 중성자를 포집해 정격 출력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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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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