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복가정 비대위 “이대로 가면 공멸… 문국진 이사장 물러나야”
- 문국진 이사장 측 “못 먹는 떡에 고춧가루나 뿌려보자는 행동”
- “목회자에게 충성맹세 시키고 비디오로 촬영해”
통일교 일부 신도들이 문국진 통일교재단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교가 어수선하다.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형제간 다툼 탓이다. 창시자 문선명(92) 총재의 3남 문현진(43), 4남 문국진(42), 7남 문형진(33) 씨가 소동의 중심에 있다.
통일교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인 4남은 통일교의 자산을 관리하는 실력자다. 종교로서의 통일교는 7남이 이끈다. 장남, 차남이 별세해 문 총재의 사실상 장남인 문현진 씨는 글로벌피스페스티벌(GPF) 재단을 이끈다. 통일교가 1977년 세운 국제조직 UCI의 자산이 GPF 토대다. 통일그룹처럼 UCI도 기업군을 거느린다. 서울 강남의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이 UCI 소유다.
통일교재단은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가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교단이 분열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형제간 다툼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에서 최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신도들이 문국진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업무상 배임)했다는 게 고발인들의 주장이다. 잘못이 있건 없건, 통일교의 실력자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 문선명 총재의 아들을 비판하는 것은 과거엔 금기 비슷한 것이었다고 한다. 고발인 가운데는 통일교재단 이사를 지낸 사람도 포함돼 있다.
통일교재단의 의견을 대변하는 안호열 통일그룹 대외협력실장은 “(고발내용이) 거의 다 사실과 다르다”면서 “고발인들을 무고죄로 고발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땅 다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남, 4남 간 다툼의 핵심은 여의도 땅 송사다. Y22라는 회사가 여의도에서 파크원이라는 이름의 마천루(摩天樓) 두 동(72층, 56층)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조3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 사업을 놓고 송사(訟事)가 벌어지면서 2010년 11월 공사가 중단됐다.
통일교재단이 공사가 중단된 ‘여의도 땅’의 소유주다. 지상권은 Y22가 갖고 있다. Y22는 2005년 통일교재단으로부터 99년 기한의 지상권을 확보했다. 통일교재단은 2010년 10월 서울중앙법원에 지상권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Y22에 넘겨준 지상권을 되돌려 받겠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Y22가 자신들을 기망해 계약을 맺었다는 게 통일교재단의 주장이다. 2005년 통일교재단이 Y22와 계약을 맺을 때 재단 이사장은 문현진 씨 장인인 곽정환 씨가 맡고 있었다. 곽 씨가 사위에게 지상권을 넘겨주고자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통일교재단은 주장한다. Y22는 3남 문현진 씨 쪽과 관련이 있는 회사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21일 “기망을 당했다거나 착오로 인해 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통일교재단이 요구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본소송 1심에서도 3남이 승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지난해 7월 20일 통일교재단이 낸 지상권 설정등기 말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통일교재단이 항소했고 2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Y22는 통일교재단이 낸 소송에 맞서 공사 지연에 대해 보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통일교재단 측이 Y22의 건물 매각 협상 대상자인 미래에셋과 맥쿼리증권 등에 지상권 설정계약이 무효라는 공문을 보내고, 지상권 설정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건물 매각과 자금 마련, 시공사 계약이 무산되는 손해를 봤다”는 게 Y22의 주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는 지난해 12월 29일 통일교재단에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45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Y22는 9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600억 원을 브리지론으로 차입했다. 대출 만기일은 2011년 1월 7일이었다. Y22의 주주들은 돈을 빌릴 때 담보로 Y22 주식을 내놓았다. 미래에셋과 맥쿼리증권에 빌딩 두 동을 각각 매각하는 계약이 성사 직전이었다. 대출금을 갚거나 연장하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통일교재단이 소송을 내면서 파이낸싱과 매각이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라는 회사가 나타나 Y22가 금융기관에 제출한 담보물에 대한 근질권을 인수했다. Y22가 돈을 갚지 못하면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가 담보로 맡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Y22가 급전을 구해와 브리지론을 상환하면서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는 Y22 지분을 취득하지 못했다.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의 대표이사인 김희수 씨는 문국진 이사장의 측근이다. 통일교재단이 공을 들이고 있는 여수 개발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고발인들은 문 이사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에 이득을 주고자 무리한 소송을 제기해 통일교재단에 손실을 입혔다고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장했다.
“통일교재단이 Y22에 배상해야 할 손해는 배상판결이 내려진 손해배상액인 451억 원, 추가로 Y22에 배상해야 하는 차입금 이자 및 공사비 미지급금에 대한 이자, 추가로 발생한 공사비에 대한 책임 등이다. 손해배상 의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예측이 가능한 것이었다.”
“채권단이 요구한 것”
문선명 총재의 4남 문국진 통일교재단 이사장(왼쪽), 3남 문현진 GPF 회장
“(우리가 사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채권단에서 우리한테 사달라고 한 겁니다. 안 팔리면 부실 채권으로 남으니까요. 주식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여의도 땅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채권단에서 팔려고 하지 않는데 우리가 살 수 있겠어요. 매입을 해달라고 해서 우리가 검토한 겁니다. Y22를 탈취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리고 어떻게 탈취하겠어요.”
▼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에 이득을 주고자 재단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인데요.
“재판에서 졌다고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재단이 직접 매입에 나서면 Y22 쪽에 정보가 새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라는 회사가 나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사람들 우리를 소란스럽게 해서 문국진 씨를 몰아내고 문현진 씨를 세우려고 하는 거예요. 못 먹는 떡에 고춧가루나 뿌려보자는 겁니다. 주식을 가져와도 사업권을 획득하는 게 아닙니다. 2조3000억 원 사업에서 1600억 원만큼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겁니다. Y22가 어디서 돈을 구해 대출금을 갚았는지도 알아요. 그 사람들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의 신탁자가 문선명 총재인데, 여의도 땅을 비롯해 신탁자 허락 없이 마음대로 자산을 처분하고 있잖아요. 모든 게 횡령, 배임이에요. 재단과는 무관한 신도대책위원회가 곽정환 씨를 배임, 횡령 혐의로 고발해놓은 상황입니다.”
‘신동아’는 통일교재단에 고발 사건과 관련한 7개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보냈으나 통일교재단은 답변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교회 운영 등과 관련해 9개 항목으로 이뤄진 질문지도 보냈다.
안 실장은 “고발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우리가 답변할 의무가 있는 질문이다. 그렇지만 기사를 미뤄달라. 민사소송 재판이 끝난 뒤 답하겠다”고 말했다. 교회 운영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통일교에서 제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므로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안 실장은 고발인들이 3남 측과 연결돼 있다는 근거로 사진 자료 등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였으나 고발인 중 한 명인 박○○ 전 통일교재단 이사는‘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Y22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교회 내부의 일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처지여서 언론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GPF 쪽도 “고발 사건이 있는지도 몰랐다. 고발인들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헌금 낭비하면서 무모한 소송”
공사가 중단된 파크원 조감도.
“세간에서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통일교 내분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신도들의 신앙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처럼 젊은 신도들이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법정 소송으로 교회 헌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모든 문제의 본질이 문국진 이사장의 파행적인 재단 운영에 있다고 본다. 헌금을 낭비하면서 국내외에서 무모한 소송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여의도 땅 소송 2심에서도 패배하면 피해가 막대하다. 현재로선 패배할 소지가 커 보인다. Y22를 부도나게 해 알유에스엔매니지먼트에 이득을 주려고 민사소송을 벌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비대위는 3남을 지지하는 조직 아닌가.
“일반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문현진 씨와 전혀 상관없다. 신도가 재단 이사장을 향해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들고 일어났겠는가. 문제 제기를 하면 불이익을 당한다. 일자리, 생계가 걸려 있어 참고 있는 것일 뿐이다. 신도의 과반수 이상이 속으로는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빈한 한 목사가 재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소송을 당했다. 조직은 신도를 위해 존재하는 곳 아닌가. 주객이 전도됐다. 어떻게 신도를 고발할 수 있나. 나한테도 협회에서 소환장이 왔다. 허락받지 않고 비대위를 만들었다는 게 이유다.”
김 씨는 “이대로 가면 통일교는 공멸한다. 문국진 이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한 일본인 신도는 “통일교회협회가 목회자에게 말도 안 되는 충성맹세를 시키고 비디오로 촬영하는 비양심적 인권 침해” “헌금한 돈으로 여의도 소송을 하고 있다는 소식” 등을 언급하면서 신도들이 눈 뜨고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소속 인사들은 이밖에도 교회 운영과 관련한 비판을 ‘신동아’에 해왔다. 정만회 목사는 “다툼이 한창일 때 조선, 중앙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집안일을 밖에서 떠드는 게 옳지 않아 답하지 않았다. 이제는 못 참겠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안 실장은 “GPF에 소속돼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김동운 씨 등은 문현진 씨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수년 동안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심정적으로 문현진 씨 쪽에 호감을 갖게 된 것은 맞지만, 비대위는 GPF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 고발 및 퇴진 요구를 여의도 땅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안 실장은 “내가 볼 때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교회에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제간 다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수조 원의 재산을 놓고 다투는 재벌가 형제의 다툼이 잊을 만하면 언론 지면에 오르내린다. 그럼에도 통일교에서 벌어지는 소송 공방은 볼썽사납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종교 조직에서 일어난 일이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