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언론자유의 퇴행

  • 김성해│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

    입력2012-06-21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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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1987년 6월 대학가는 뜨거웠다. 풋내기 대학생의 눈에 보이는 전경버스와 무장경찰은 왠지 모를 불편함과 분노를 자아냈다. 학생은 등교를 위해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민주주의가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배운다. 이 기억은 제대로 된 온전한 작품이 아니라 습작이다.

    이 시기를 보낸 사람들은 이후 대통령을 직접 선출했고, 술자리에서 편하게 정치를 얘기했고,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회사에 다녔다. 이러는 동안 민주주의가 미완성이었다는 점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1980년대 기억의 습작

    최근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논란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 육사 출신인 육군 대위(27)는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가카 이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을라구 발악을 하는구나”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상관(대통령) 모욕 혐의로 군 검찰에 기소됐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미 없어진 국가원수 모독죄의 부활을 선언하는 권위주의 정치체제로 가는 신호탄”이라고 비난했다.

    따지고 보면 이 육군 장교가 없는 이야기를 완전히 지어낸 것은 아닌 것 같다. 청와대와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 SNS상의 표현물에 대한 억압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심지어 집권여당이 검찰을 뜯어말리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대검 공안부가 한미FTA 비준안 반대 괴담 유포자들에 대한 강력수사 방침을 밝히자 한나라당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저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은 이 시대의 벽보와 유인물이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부당한 일을 따지기 위해, 자신이 믿는 신념을 전달하기 위해, 거대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본능적인 수단이다.

    교도소에 가둬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큰 징벌이듯 표현을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 또한 큰 징벌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 간단한 이치가 이 대통령과 현 정부의 권력자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대화가 없는 가족, 소통이 없는 조직, 명령과 복종만 존재하는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위기를 만난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조건이다. 집안에 문제가 있을 때 가족 구성원은 누구나 말할 권리가 있다. 가족의 행복과 비교할 때 가장의 권위는 사소한 문제다.

    국가 공동체 역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성패는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능동적 협력에 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경청되지 않을 때 구경꾼이 된다. 누군가가 돈이 없다고, 못 배웠다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나이가 어리다고,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배제되면 공동체는 영속하기 어렵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낯선 문제가 끝없이 등장한다. 한 줌에 불과한 지도자 그룹이 독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작은 지혜가 융합되어야 하는 집단지성의 시대다.

    첸리췬이 말하기를…

    중국의 첸리췬은 ‘내 정신의 자서전’에서 1957년 반(反)우파 투쟁기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모두 일치해 적에 대항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가 박탈되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큰일은 마오쩌둥과 같은 지도자의 몫이었고 일반 국민은 그의 지시에 따라 착실하게 일하며 충실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중국인이라면 오직 하나의 선택만 할 수 있었다. 직장의 통제에 순응해야 기본적인 생활과 발전의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중국은 결국 문화대혁명의 암흑기를 겪어야 했다. 우리와 중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같은 반열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도 언제든 퇴행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지금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습작에 그쳤던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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