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생태도시 양평의 공기는 달다. 마침 간밤에 고운님 단비가 다녀가셨다. 나뭇잎은 말갛고 잔디는 뽀드득거린다. 고래산(543m) 자락 양평TPC는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이다. 27홀 세 갈래 코스가 남한강 물줄기처럼 소리 없이 굽이친다. 산악지형에서 이토록 미끈하고 평탄한 코스가 빚어지다니. 한 홀 한 홀이 세련된 수제품 같다. 쭉쭉 물오른 금강송은 청춘을 뽐내기에 바쁘구나. 언제부터더냐.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세월을 치기 시작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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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라 코스 5번홀(파4, 370야드). 드라이버 칠 때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든다. 언덕 아래로 티샷을 하는 6번홀(파4, 375야드)에선 거리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220m 이상을 날리면 연못에 빠지기 때문이다. 조심한다고 우드를 잡았더니 힘이 들어가 심한 훅이 나온다. 대체로 무난한 7번(파3, 144야드), 8번(파4, 375야드)홀에서 파를 잡고 대망의 9번홀(파5, 552m)에 접어들다. 코스 3분의 2 지점에 폭이 넓은 연못이 있어 프로가 아닌 다음에야 티샷을 아무리 잘해도 세컨드 샷을 끊어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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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양평TPC 골프클럽 대표이사로 부임한 민상기 씨는 기자 출신이다. TBC 기자로 출발해 KBS에서 워싱턴특파원과 국장을 지내고 정년퇴임했다. 한국산악회 회원인 그는 산악전문 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알프스산맥을 2회, 히말라야산맥을 5회 올랐다. 많은 골프장 사장이 그렇듯 그도 코스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쓴다. “코스는 여자의 얼굴과 같다. 여자 얼굴이 화장에 따라 달라 보이듯이 코스도 관리를 잘하면 더 깔끔하고 예뻐 보인다. 특히 그린을 정성스럽게 돌봐야 한다. 페어웨이가 아무리 좋아도 그린이 나쁘면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전성기에 이븐파를 칠 정도로 골프를 즐기던 그지만 정작 골프장 사장이 된 뒤에는 자주 치지 못한다고 한다. 구석구석 관리하고 손님 맞느라 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경영하면서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했다. 겨울에 쌓인 눈을 치우고 영업을 강행하면 이듬해 봄에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눈을 치우면 보온이 안 되고 수분이 없어 잔디가 마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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