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지금은 전세價 받쳐주는 소형 아파트 노릴 때” [+영상]

제승욱의 부동산 투자 강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3-08-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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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좋지 않을 때 빛나는 부동산 소액 투자

    • 가격 저렴하고 층간소음 자유로운 ‘필로티 2층’

    • 입지 좋은 미분양 아파트, 시간 지나면 우상향

    [+영상] 층간소음 없고 저렴한 아파트 로열층 어디?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주상복합아파트. [Gettyimage]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주상복합아파트. [Gettyimage]

    제승욱 동의대 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접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전 재산이 부동산에 묶여 가슴앓이 하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을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이른바 ‘영끌’ 투자자도 여럿 봤다. 실패를 맛본 후 부동산 투자를 포기하는 이도 많아졌다.

    제 교수는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가 소형 부동산에 투자할 적기라고 진단했다. 소형 부동산은 경기를 잘 타지 않는 데다 금리와 부동산 정책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소형 아파트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일 때 팔기 좋고, 하락세일 때는 싸게 사기에 안성맞춤이죠.”

    그는 공인중개사 출신이다. 오랫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소액 부동산 투자를 해왔다. 그러다 2021년 ‘제대로 부동산 아카데미’를 세우며 소액 부동산 투자 노하우와 다양한 투자 사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대학교, 학원, 기업체에서 그를 강사로 세웠다. 2017년부터 동의대 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부산대 평생교육원, 부경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분양권, 상가 등 부동산 투자의 길은 다양하다. 소액 부동산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부동산 투자의 시작으로 소액 투자만큼 좋은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고점을 찍고 하락한 물건 중 전세가가 받쳐주는 소액 부동산에 투자하면 효율성을 깨달을 것이다.”

    역세권·학세권 20평대 방 3개 아파트

    투자하기 좋은 소형 아파트는.

    “역세권이나 학세권(단지 내 학교가 있는 아파트) 20평대 방 3개 아파트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매매가 1억~1억5000만 원선의 물건이 가장 좋다. 서울에서는 이런 물건을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에서 조금만 임장을 다녀보면 조건에 부합하는 물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평형에 따라 임대가 잘될 수도 있고, 매매가 잘될 수도 있다. 20평대보다 30평대가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주변 투자자들에게 본인이 30평대 아파트에 살아도 투자는 20평대 아파트 위주로 하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20평대가 수요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20평대는 1인 가구나 2인 가구도 충분히 살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핵가족화가 가속화하면서 1~2인 가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평대라도 방 개수는 3개가 가장 좋다.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찾는 손님은 방이 몇 개냐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한다. 원하는 평형이라도 방 개수가 적으면 집을 보러 가지 않을 정도다. 1인 가구라도 방 3개를 선호하는 추세다. 신혼부부도 최소 방 3개를 원한다.”

    아파트 크기만큼 중요한 요소가 입지다. 입지를 따질 때 유념할 점은.

    “입지를 좌우하는 것은 지하철 역세권이다. 예전에는 지하철역사까지 거리가 500~1000m인 아파트도 역세권에 있다고 쳤다. 지금은 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져 역세권의 범위가 좁아졌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습하고 기온이 높기에 역세권 여부가 가격에 더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아파트와 지하철역 간 거리가 300m 이내여야 진정한 역세권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앞으로 지하철역까지 100m 이내이거나 지하철역과 아파트 출입구가 연결된 단지만 역세권으로 인정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 확실한 역세권 부동산에 투자해야 자산을 지킬 수 있다.”

    피난층 기준 위·아래층이 로열층

    역세권 여부는 아파트 가격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역세권에 투자하면 투자금이 늘어날 것이다. 그럼 소액 투자라는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겠나.

    “역세권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필로티 2층을 찾는다면 투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필로티 구조란 1층에 기둥을 세워 2층부터 세대가 시작되는 주거 형태를 뜻한다. 예로부터 꼭대기층과 더불어 최저층은 기피 매물이었다. 햇빛이 잘 안 들어오고 지면과 붙어 있어 습기에 취약한 데다 지나가는 사람도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 사생활 보호가 어려웠다. 그래서 최근에는 1층을 아예 비워 로비층으로 쓰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필로티 2층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층간소음 문제에서 자유롭다. 1층이 없기에 아이들이 아무리 뛰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필로티 2층은 저층에 해당해 중간층 이상인 로열층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이러한 이유로 필로티 2층을 로열층으로 꼽는 수요자가 적지 않다.”

    수도권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적어 높게 짓는다. 주상복합에서는 필로티 2층 구조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주상복합의 경우 피난층을 기준으로 위층과 아래층을 눈여겨보면 좋다. 보통 50층 이상 되는 건축물을 초고층 건축물이라고 한다. 초고층 건축물은 규정상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과 직접 연결되는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난층이 30층이라면 그 위층인 31층과 아래층인 29층이 층간소음 문제에서 자유롭다. 층수가 높은 만큼 조망권과 일조권이 확보돼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피난층은 화재 시 고층부 사람이 내려가려고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설치돼 안전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피난층과 피난안전구역은 불에 타지 않는 마감재를 사용해야 하고 소화전과 인명구조기구도 갖춰야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면서다. 소액 부동산 투자로 안정적 수입을 얻고 미분양 아파트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수익이 가장 쏠쏠했던 사례는 부산 기장군에 조성된 일광신도시 미분양 아파트다. 당시 부산시는 명지국제신도시, 일광신도시 등이 개발돼 공급 물량이 넘쳐났다. 부동산시장은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일광신도시가 위치한 부산 기장군은 미분양이 폭증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첫 시작으로 소액 부동산 투자만큼 좋은 길은 없다고 강조하는 제승욱 동의대 겸임교수. [지호영 기자]

    첫 시작으로 소액 부동산 투자만큼 좋은 길은 없다고 강조하는 제승욱 동의대 겸임교수. [지호영 기자]

    미분양 아파트는 입지가 중요

    그는 “기장군 내에는 주택 실수요자가 부족해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했지만, 일광도시개발사업의 가능성을 믿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일광신도시는 단순히 기장군 내 주택 수요만을 노린 것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동부산권과 울산, 인근 13개 산업단지,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 양산시 일부 수요를 흡수할 요충지에 위치해 지어진 것이다.

    왜 소액 투자자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주목하라고 강조하나.

    “미분양 아파트는 분양가의 10%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1억 원 이하로 투자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몇 지역 물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매가가 10억 원 이하여서 투자금도 10%인 1억 원 이하가 든다.”

    위험 부담이 따르지 않나.

    “그래서 구입하기 전 미분양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 입지나 내재가치 문제로 미분양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분양했거나 주변 공급 물량이 넘쳐나는 것이 미분양 원인이라면 투자를 타진해도 좋다.”

    미분양 아파트 투자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알아둬야 할 전제조건이 뭔가.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서다. 일단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으면 무주택자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당연히 청약 경쟁률도 낮아진다. 이렇게 미분양, 미계약이 발생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나온다. 분양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입지가 좋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미분양 아파트는 보통 계약하고 3년 뒤 입주할 수 있기에 당장의 부동산 경기보다 3년 뒤 상황이 중요하다. 3년이 지나면 부동산 경기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자재비, 인건비가 올라 매년 상승한다. 3년 뒤에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진 경우도 많다. 가격 리스크가 해소되면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한다. 입지가 좋은 미분양 아파트는 전세가가 높게 형성돼 입주 시 인기가 좋다. 추가 자금 없이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어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도 몰린다. 2년 또는 4년간 전세를 놓은 후 매도하면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부동산 경기보다 입주 시 공급 물량 고려해야

    미분양 아파트는 보통 부동산 경기가 나쁜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엔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 무주택자도 청약을 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입주 시점에 공급 물량이 많은 지역이면 전세가가 낮아져 추가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이 작업이 말처럼 간단치 않다.

    “그래서 입주 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적정한지 고려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보다 입주 시 공급 물량이 더 중요하다. 입주 시 공급 물량이 적은 지역을 선별해 투자하면 1억 원 이하 소액으로도 안전하게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를 수 있다.”

    미분양 아파트라도 입지가 우수하면 투자해도 좋은가.

    “미분양 아파트라고 해서 영원히 분양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분양이 된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시점이 오면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 물량을 다 맞춘다. 그럼에도 분양이 안 되면 전세를 살아보고 아파트를 살지 말지 결정하는 애프터 리빙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소리다. 아파트 가격은 사이클이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공급 폭탄이 쏟아진 지역도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살아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 거짓말처럼 추세가 바뀐다. 미분양 아파트는 입지가 생명이다. 입지만 좋다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좋은 입지의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매매가가 우상향으로 전환한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소액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나.

    “물론이다. 소액 부동산 투자로 포문을 열고 훗날 더 큰 바다에서 헤엄치면 어떨까 싶다. 중간에 길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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