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쿠팡 vs 네이버+反쿠팡+脫쿠팡 전쟁 발발, 전황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m

    입력2023-08-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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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 1위 vs 원조 1위 점유율 1.5%포인트 박빙

    • 쿠팡, 확장 공세로 2021년 1위 탈환

    • 작용·반작용 법칙… 反·脫쿠팡 나선 CJ·신세계·LG

    • 네이버, 연합 전략으로 1위 탈환 꾀해

    • 차기 승부처 배송… 전황은 쿠팡 우세

    [Gettyimage, 각 사]

    [Gettyimage, 각 사]

    쿠팡과 네이버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생태계를 좌우해 온 라이벌이다. 사업구조는 다르지만 공략 대상은 같다. 소비자로선 결국 쿠팡 혹은 네이버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문제다. 증권가는 시장점유율 30%를 먼저 달성하는 곳이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역시 내부적으로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재편할 만한 영향력이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운다면 납품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할 때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다 2021년 쿠팡에 왕좌를 내줬다. 이때부터 두 회사의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아 사세 확장에 열을 올렸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신세계그룹 등 기존 물류 및 유통 강자들과 손을 잡고 대항했다.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네이버는 멤버십·네이버페이 등 연계 전략으로 쿠팡을 맹추격하고 있다.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 ‘빠른 배송’에도 도전하며 전선은 이제 배송으로도 확대됐다.

    2021년 쿠팡은 네이버를 제치고 이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했다(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엔 2014년 로켓배송을 내놓은 뒤 8년 만에 첫 분기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창업자. [쿠팡]

    2021년 쿠팡은 네이버를 제치고 이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했다(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엔 2014년 로켓배송을 내놓은 뒤 8년 만에 첫 분기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창업자. [쿠팡]

    유통업계 ‘이단아 → 기린아’ 쿠팡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쿠팡의 점유율이 21.8%로 가장 높았다. 2위는 네이버로 20.3%다. 두 회사 모두 점유율이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상황 속 쿠팡이 소폭 앞선 모양새다.

    쿠팡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분기 네이버를 제쳤다. 당시 점유율은 네이버가 18.6%, 쿠팡이 18.9%로 격차가 0.3%포인트에 그쳤다. 언제 다시 순위가 바뀌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격차였지만 쿠팡은 올해 1분기까지 선두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쿠팡의 성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한때 유통업계 이단아로 불렸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유통 공룡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통 빅3’로 올라섰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6조59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또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세계그룹 유통 부문 9개사(면세점 제외)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0조4602억 원이다. 쿠팡과는 채 4조 원 차이도 나지 않는다. 롯데그룹에서 유통 사업을 아우르고 있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5조4760억 원으로 쿠팡에 한참 못 미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제 쿠팡의 적수가 못 된다. 쿠팡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 성과다. 올해는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계획된 적자’를 고집하던 쿠팡에 드디어 ‘흑자 시대’가 열린 셈이다.

    커지는 反·脫쿠팡 움직임

    마냥 웃을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고속 성장의 부작용일까. 잘나가는 만큼 잡음도 커지는 분위기다. CJ그룹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쿠팡은 최근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7월 24일 쿠팡은 CJ그룹의 올리브영을 이른바 ‘납품업체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쿠팡은 화장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개시한 2019년부터 올리브영이 중소 뷰티 납품업체들의 쿠팡 입점을 막는 방식으로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해서 방해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납품업체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할 경우 불이익을 줬다는 것.

    쿠팡 측은 “수많은 납품업체가 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고 이런 이유로 쿠팡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게 돼 신고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팡과 CJ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 가격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약속한 물량을 맞춰주지 않는다며 로켓배송에서 햇반을 뺐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맞섰다. 양측은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은 점에서 선으로 확대됐다. CJ제일제당은 이후 신세계그룹과 컬리 등 쿠팡의 경쟁자와 손잡고 ‘반(反)쿠팡 연대’를 꾸렸다. 이마트·SSG닷컴·지마켓과 공동 상품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지정일 배송 서비스 ‘도착보장’에도 입점해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쿠팡 없이도 건재하다는 걸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의 행보를 보면 쿠팡과 다시 손잡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러한 갈등이 확대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부 매체가 존슨앤존슨과 유니레버가 납품 가격 협상 결렬로 쿠팡과 거래를 중단했다고 보도하자 쿠팡은 ‘사실이 아니며 현재 원만한 협상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냈다. 쿠팡이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납품업체와 쿠팡 간 갈등이 어느 때라도 터질 수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업계의 ‘탈(脫)쿠팡’ 움직임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G생활건강도 4년째 쿠팡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납품가격 인하 통보와 관련해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쿠팡에 과징금 33억 원을 부과하며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는데, 쿠팡은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쿠팡과 절연을 선택했고,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갈등은 쿠팡의 실적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쿠팡의 꾸준한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주요 납품업체의 탈쿠팡 움직임이 늘어나고, 반쿠팡 연대가 강해질수록 쿠팡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쿠팡의 유일한 대항마 네이버를 중심으로 연대가 강화되고 ‘쿠팡 없이도 된다’는 걸 증명하는 납품업체가 늘어날수록 쿠팡은 불리해진다. 이미 납품업체들은 쿠팡과 CJ그룹, 두 ‘슈퍼 갑’의 대결에서 CJ그룹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1위 탈환 노리는 네이버, CJ와 동맹

    네이버의 저력은 쿠팡엔 큰 위협이다. 지금은 2위로 물러나 있지만 네이버는 자타 공인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다. 특히 쿠팡과 네이버의 격차는 1분기 기준 1.5%포인트로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언제 다시 뒤집혀도 이상할 게 없는 수치다.

    네이버는 2001년 네이버쇼핑 서비스를 내놓은 이래 23년째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당시 국내 플랫폼 1위 사업자답게 최저가 목록보기 등을 구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4년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을 출시해 소상공인이 상품을 손쉽게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플랫폼도 구축했다.

    네이버쇼핑이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배경엔 국내 1위 검색 경쟁력과 함께 네이버페이 서비스가 있었다. 소비자는 보통 온라인쇼핑을 위해 포털을 먼저 검색해 상품을 찾는데,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면 해당 판매처에 로그인하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했다. 또 멤버십 혜택으로 많은 적립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소상공인 처지에서도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보다 판매 수수료가 저렴했다. 소비자·판매자가 네이버로 몰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CJ그룹의 조력도 있었다. 쿠팡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물류센터를 짓는 동안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2020년 10월 6000억 원 규모 지분을 교환했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주식교환은 이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피어난 묘수였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갖춘 쿠팡·SSG닷컴 등과 달리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가, CJ대한통운은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극명한 약점을 갖고 있었다. 네이버와 CJ그룹은 상호 협력으로 약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네이버는 파스토, 투핸즈 등과도 동맹 전선을 구축했다. CJ대한통운은 생필품 등 빠른 배송을, 파스토와 투핸즈는 소상공인 상품 배송 등을 맡는다.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거래액은 지난해 40조 원을 넘어섰다.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커머스 광고, 중개 및 판매, 멤버십 등 커머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2%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27%로 비중이 확대됐다.

    도착보장 vs 로켓배송

    이커머스 사업자의 경쟁력은 결국 배송과 가격에서 나온다. 가격경쟁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전선이 배송으로 확대된 건 예견된 수순이다. 이 부문에서 네이버는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는 쿠팡처럼 직접 배송을 하는 전략을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 수천억 원을 들여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도 이미 오랜 기간 배송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인 쿠팡을 따라잡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 전문 배송업체와 돈독한 관계를 다지며 ‘배송 연합군’을 꾸리는 데 주력했다.

    네이버는 반쿠팡 연대 결성 및 ‘도착보장’ 배송 서비스로 쿠팡을 맹추격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과 갈등을 빚은 CJ제일제당이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에 자사 즉석밥 ‘햇반’을 입점한 모습. [네이버]

    네이버는 반쿠팡 연대 결성 및 ‘도착보장’ 배송 서비스로 쿠팡을 맹추격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과 갈등을 빚은 CJ제일제당이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에 자사 즉석밥 ‘햇반’을 입점한 모습. [네이버]

    최근 나온 결과물은 네이버가 지난해 말 선보인 도착보장 서비스다. ‘도착보장’이라는 태그가 붙은 상품에 한해 화면에 표시된 배송 예정일에 정확하게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서비스 출시에 힘입어 그동안 약점으로 여겨지던 배송 속도를 상당 수준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5월 기준 도착보장을 도입한 전체 판매자 수는 지난해 12월 오픈 당시와 비교해 4.5배 증가했다. 네이버는 도착보장을 이용하는 판매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이용하는 구매자 수도 오픈 초와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 전날 밤에 주문하면 새벽에 바로 도착하는 로켓배송의 대항마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쿠팡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3월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와 함께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만 로켓배송이 가능했지만 일반 오픈마켓 판매자들도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상품을 당일 또는 익일 배송할 수 있다. 소비자 처지에서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군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판매자 처지에선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 오픈마켓 상품은 일반 배송 시 배송 기간이 2일 이상 걸린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5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실적 비결 가운데 하나로 로켓그로스를 꼽기도 했다. 그는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가 로켓배송 직매입(1P)뿐 아니라 오픈마켓(3P) 상품군으로 확대됨에 따라 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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