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실. [동아DB]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에는 차관급 특별감찰관 1명에 특별감찰관보 1명, 3급과 4급 각 1명, 5급 5명 등 6명의 감찰담당관을 두도록 돼 있다. 또한 관계기관으로부터 20명 이내의 공무원을 파견 받을 수 있다.
특별감찰관실은 최대 28명의 인원이 근무할 수 있도록 2015년 7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326평 규모의 사무실을 임차했다. 월 임차료는 2021년 기준 월 4650만 원이다. 월 관리비는 1690만 원.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로 해마다 수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2022년 법무부 결산 예비심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최초 임차 계약 때는 2018년까지 3년 장기계약에 따른 할인 특약에 따라 1년에 4개월분, 즉 연간 임차료의 3분의 1을 면제받았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 체결한 연장 계약 때는 할인 특약을 적용받지 않아 임차료 부담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억3000만 원이던 연간 임차료는 2018년 4억2700만 원으로 늘었고, 2019년 5억2600만 원, 2020년 5억4200만 원, 2021년 5억58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파견 공무원 2명과 무기계약직 공무원 1명 등 총 3명이 특별감찰관실에서 사무실 유지 및 자료보존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국회는 ‘2020 회계연도 결산’ 심사 때 “특별감찰관 공석에 따른 불필요한 임차 관련 예산 지출 등 예산 낭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방안 검토” 등 시정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휴 정부청사 공간 부족과 사무실 이전 시 4개월분 임대료 및 관리비를 위약금으로 내야 하며, 이사비용 등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2억5000만 원 상당의 위약금을 아끼려 연간 최대 7억 원이 넘는 임차료와 관리비를 지출한 셈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과 대통령의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기에 추천에서부터 임명까지 수개월이 소요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명 시 즉시 활동할 수 있는 공간 확보 필요성’을 이유로 3명이 근무하는 사무실 유지비용으로 연간 최대 7억 원이 넘는 세금을 사용한 것이다.
2021년 7월 임대 계약 종료 이후에는 3개월 단위로 임대계약을 연장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초 대선이 한창이던 임기 말 상황에 계약기간 3년의 새 임대 계약을 체결, 사무실 유지비용을 새 정부로 넘겼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고,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현재까지 임명되지 않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직위로 국회가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직에 있던 변호사 중에서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한 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국회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사무실 유지 인력은 파견공무원 2명과 공무직 1명뿐이라는 점에서 위약금 등 일시적 예산소요를 감수하더라도 정부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국가재정의 불필요한 지출이 지속되는 상태를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은 편성-집행-결산-환류 사이클을 밟는데, 예산 편성과 집행에는 관심을 갖지만 편성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결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다음 예산에 편성되지 않도록 ‘환류’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별감찰관실 사무실 운용비의 경우도 예산 편성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 결산을 꼼꼼히 했다면 환류됐을 텐데 그러지 못한 사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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