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국민의힘 후보가 언론 인터뷰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다. 보수정당에 호남은 험지 중 험지다. 후보를 내도 당선은커녕 선거비 보전(15% 이상 득표)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보수정당은 호남 일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 후보는 그럼에도 항상 호남에 출마해 왔다. 호남 출마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 후보는 “고향인 호남을 사랑한다”며 가끔은 호남에 집착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도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호남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남에서 당선이 목표였다면 보수정당을 떠나는 방법도 있었다. 이 후보는 “호남 사람들은 36년간 한 정당(더불어민주당)을 믿어줬지만, 그 결과는 호남의 낙후였다”며 “정치의 호남을 생활의 호남으로 바꾸기 위해 출마해 왔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보였다. 1995년 광주시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선거운동 중 이 후보가 보는 앞에서 명함을 찢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가능성이 비로소 보였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39.7%를 득표했다. 이후 2014년 보궐선거에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 출마, 당선했다. 보수정당 정치인이 민주화 이후 전남에서 당선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 2016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 후보는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이다. 당시 여당 대표이던 그는 책임을 지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떠났다. 그러곤 2022년 2월 9일 국민의힘에 복당했다.
다만 총선 때 출마할 국회의원 선거구로 좁혀보면 희망이 보였다. 고향인 곡성에서는 40.97%, 순천에서는 31.98%의 유권자가 그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4월 10일 총선에서 다시 전남의 문을 두드린다. 선거구는 순천·광양·곡성·구례을. 그는 3월 16일 출마선언문에서 “민주당과 다르게 한번 해보겠다”며 “여러분(주민들이) 선거 기적(이정현의 당선)을 이뤄주시면 저 이정현은 섬진강의 기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는 국민의힘도 호남권 후보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3월 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역주의 극복 및 국민 화합을 위해 전국의 지역구에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남도 예외는 아니다. 보수정당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것은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처음이다. 이 후보는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호남 주민들에게 진심을 보여준다면 보수정당이 호남 다수당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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