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心, 개발 욕망으로 꿈틀거리다
왜 저 많은 집 가운데 내 것은 없는 건지…
재개발만 된다면 두 배는 되지 않겠어요?
더블 역세권 된다고 해서 미리 사놨지
총선 다가오니 왠지 개발이 빨라지더라고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단지 내에서 만난 이길훈(35) 씨의 말이다. 그는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다. “배달을 마치고 다른 배달을 잡으려고 하던 차”라고 했다. “시간이 돈이니 빨리 말해 달라”는 말도 덧붙이며 대화를 서둘렀다.
그가 하루 10~11시간 꼬박 일해 손에 쥐는 돈은 15만 원 정도다. 거기서 기름값과 오토바이 수리비·정비비 등 고정비용을 빼면 월평균 340만 원쯤을 번단다. 그의 집은 이 아파트와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있다. 마천중앙시장 인근 투룸 빌라다. 지어진 지 20년 넘은 건물이다.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을 내고 산다. 곰팡이가 슬고 벌레도 나오지만 그러려니 하며 산 지가 꽤 됐다.
그의 집에선 이 아파트 단지가 바로 보인다. 2022년 1월 입주민이 들어온 이 ‘따끈따끈한’ 단지를 보며 그는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저런 서울 신축 아파트에 사는 날이 올까’하고. 갈 길이 멀다 싶어 속이 답답해지다가도 ‘그런 날이 오겠지’ 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오토바이에 오른다.
사회에 나와 돈을 번 지는 10년쯤 됐다. 자동차도 사지 않고, 그 나름대로 알뜰히 돈을 저축해 1억4000만 원쯤을 모았다. 돈을 불려보려 주식·암호화폐에 손을 댔다가 800만 원을 잃은 건 뼈아프단다. 그러면서 “1억4000만 원이나, 1억5000만 원이나 집 못 사는 건 마찬가지니까 뭐…”라며 씁쓸한 낯빛으로 말한다.
“이제 서울 괜찮은 곳에 집 가지려면 ‘구리 수저’ 정도는 되거나 물려받거나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대출을 끌어서라도 낡고 오래된 아파트든, 빌라든 하나 사서 ‘존버’라도 해야 할까 싶어요. 오래 걸리더라도 그나마 그게 현실성 있는 것 같아서요. 저 아파트 단지도 재개발된 거거든요. 하,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정치는 잘 몰라요 사실. 그냥 내 집 마련할 수 있게 해주든지, 돈 좀 불리게 해주는 당이 좋은 당 같아요. 근로소득으론 답이 없잖아요. 부동산은 개발 호재 하나만 터지면 비교 불가 수준으로 ‘대박’이 나는데.”
욕망 먹고 자라는 도시, 서울
서울. 면적 605.2㎢, 인구 약 940만 명. 1㎢당 1만5500명가량이 모여 사는 도시. 인구밀도론 전 지역 평균(1㎢당 약 515명)에 비해 30배가 높고, 가장 낮은(1㎢당 약 91명) 강원도에 비하면 170배에 달한다. 세계를 기준으로 봐도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사람이 몰린 곳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인천광역시가 더해져 수도권을 이룬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범위의 중심지다. 인구는 약 2600만 명. 한국 인구 절반이 국토 면적의 약 12% 수준 땅에 모여 사는 셈이다.인구(人口)가 많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입이 많음을 의미한다. 입은 욕망을 표출하는 통로다. 사람이 모인 곳일수록 그만큼 저마다 바라고, 요구하는 것이 많게 마련이다. 민주주의는 민의(民意)로 움직인다. 이에 따라 서울은 더 나은 의·식·주를 바라는 아우성으로 말미암아 개발을 거듭, 끝없이 변화한다. 익명을 바란 서울의 한 사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A씨는 서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너무 몰리면 삶의 질이 떨어져 사람들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개선 요구가 많아져 인프라가 더 발전하고, 사람이 더 몰린다. 수도권에 끊임없이 지하철이 뚫리고, 아파트가 지어지고, 시설이 생기는 이유다.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나온 근거로도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선 시민의 욕구를 해결해 줘야 표를 얻을 수 있기에 이와 같은 흐름이 반복·심화된다. 결국 도시는 더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기심, 욕망을 먹고 자라는 셈이다.”
개발 잘 해주면 표심 얻을 것
송파병은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가운데 진보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996년 분구(分區)된 이래 치러진 6번의 총선에서 19대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계 정당이 승리했다. 오금동, 문정1동, 가락본동, 가락2동, 장지동, 위례동, 거여동, 마천동을 관할한다.특히 거여동, 마천동은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철거 이주민들이 정착해 형성된 마을로 호남 출신이 많은 까닭으로 분석된다. 현역의원은 남인순(66) 의원이다. 올해 4월 총선에서도 이곳에 출마해 4선을 노린다.
국민의힘에선 김근식(59) 전 송파병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후보로 나선다. 20대에 학생운동을 한 호남(전북 남원시) 출신 보수 정치인이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내며 여러 방송에 패널로 나와 정치 평론을 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21대 총선에서도 맞붙은 바 있다.
지역구 현안은 가락동과 거여마천 뉴타운 지역 재개발·재건축,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 위례신사선·위례과천선 착공 등 주로 ‘개발 이슈’다. 위례동에 조성된 위례신도시로 인해 대거 유입된 인구도 변수다. 젊은 층이 많은 공공임대주택 지역이 민주당의 ‘표밭’으로 여겨진다. 교통 문제가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다.
대표적 아파트 단지인 ‘위례포레샤인’ 주민들은 21대 총선에서 남 후보에게 60.77%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표를 몰아줬다. 반대로 ‘문정동삼성래미안’에선 김 후보가 지지율 70.77%를 기록했는데, 이는 김 후보가 위례신사선에 가칭 ‘문정중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현안에 대한 공약이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지역이라는 방증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두 후보는 위례선 트램, 위례신사선·위례과천선 개발 등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에 구애하고 있다.
3월 8일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 ‘위례포레샤인’ 모습. [이상윤 객원기자]
마천중앙시장으로 향하니 구축 빌라, 연립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신축 아파트 단지와는 상이한 인상을 줬다. 길이 좁아 인파 사이로 차가 이동하기 어려웠고, 주차 공간이 부족함을 보여주듯 골목마다 ‘묘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차가 세워져 있었다. 인근에 사는 60대 황민규 씨는 “30년 전부터 이곳이 재개발되니 마니 했는데, 10년 정도 전부터 ‘뉴타운’이라고 한창 재개발 중이다. 집 가지고 버티던 사람들은 ‘대박’ 났다고들 한다”며 “나도 변두리에 오래된 빌라 하나가 있는데, 재개발 지역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소 두 배는 되지 않을까. 재개발·재건축을 더 확실히 해주는 후보를 지지하려고 한다. 공약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3일 리서치앤리서치 의뢰해 송파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3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0.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남인순 민주당 후보가 45.7%, 김근식 국민의힘 후보가 39.2% 지지율을 기록했다.
“솔직히 배 아프더라”
길동이 선거구 변경으로 강동갑에서 옮겨온 것도 민주당 우세를 더하는 변수다. 길동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진선미 의원)에게 52.43%의 지지율을 보인 곳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강동을 민주당 후보에겐 호재, 국민의힘 후보에겐 악재인 셈이다.
강동을의 ‘랜드마크’론 둔촌주공아파트를 꼽을 수 있다. 1979년 지어진 145개동, 5930가구 대단지다. 약 1만9000명이 거주해 둔촌1동 주민 전체가 이 아파트 주민으로만 구성되기도 했다. 2017년 상반기에 재건축이 확정돼 2019년 12월 27일 철거됐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재건축되고 있다. 1만2032가구 국내 최대 ‘매머드급’ 단지다. 3월 8일 찾은 재건축 현장엔 부단히 움직이는 인부들과 건설기계가 보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25년 1월이 되면 3만 명 수준 시민이 입주할 것으로 예측된다.
3월 8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상윤 객원기자]
천호뉴타운도 강동을의 랜드마크다. 천호역 인근을 중심으로 천호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지역이다. 힐데스하임, 중흥S-클래스 등 완공된 단지와 짓고 있는 단지가 섞여 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겐 한 가지 기대 요소가 있다. 광역급행철도, GTX-D노선이다. 김포-강남-하남을 관통하는 노선인데, 올해 2월 강동을 경유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국민의힘 후보로서 21대 총선의 설욕에 나선 이재영 후보도 “GTX-D를 천호역에 유치하겠다”는 말로 민심을 모으고 있다.
천호2동 주민 70대 박모 씨는 “광역급행철도가 올지도 모른다는 ‘설’은 5~6년 전부터 나온 것 같다. 부동산에 조예가 깊은 지인이 미리 천호역 집을 사두라고 하더라”며 “더블 역세권이 되면 집값이 더 오르니 당연히 좋다. 이재영 후보가 여당 사람이고,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까진 못 할 것 같아서 국회에 가면 진짜 광역급행철도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번 믿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강남 가기 쉬워야 좋은 곳으로 인정받아”
16~19대 총선에선 보수정당이 승리했으나 20·21대 총선에선 민주당(진선미 의원)이 승리했다. 22대 총선에서도 진선미(57)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 4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에선 전주혜(58) 의원이 후보로 나온다. 21대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22년 말부터 강동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다져왔다.
3월 8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진선미 후보 선거사무소(왼쪽)와 전주혜 후보 선거사무소. [이상윤 객원기자]
지역 현안은 GTX-D노선 조기 개통, 9호선 4단계 연장 및 5단계 연장 추진이다. 4단계 연장은 중앙보훈병원역 이후 길동생태공원역~신명일역~고덕역~샘터공원역으로 9호선을 연장함을 뜻한다. 5단계 연장은 샘터공원역에서 남양주 풍양역으로 이어지는 ‘강동하남남양주선’ 착공을 말한다. 진 후보는 9호선 4단계 연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서 이뤄졌음을, 전 후보는 정부에 GTX-D노선 강동 경유를 관철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운다.
시민들은 “강동구는 교통만 좀 더 좋아지면 정말 괜찮은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성교회 앞에서 만난 50대 주부 윤모 씨는 “강동구는 베드타운”이라며 “암사동 쪽이 좀 낙후되긴 했지만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그런지 조용하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덕·상일 쪽은 좋은 아파트도 많고 사람도 많이 사는데, 지하철 노선이 5호선 하나밖에 없어서 좀 불편하다는 사람이 많긴 하다. 교통 개선 수요가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50대 주부 박모 씨도 “교통 문제가 제일 시급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이 좀 더 뚫리면 훨씬 살기 편하니까 원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솔직히 진선미 의원이 다른 부분에선 지역구에서 평가가 그리 좋은 건 아니에요. 중앙 정치에 더 관심 많고, 차별금지법이다 뭐다 동성애 찬성하고 그러니까 교회 사람들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도 지하철 9호선 연장한 거, 그거는 사람들이 높이 사요. 그때 국민의힘에선 이수희(현 강동구청장) 씨가 나왔는데, 진 의원이 그것 때문에 겨우 이겼다고 봐야죠.”
강동을에 둔촌주공아파트가 있다면 강동갑엔 고덕주공아파트가 있다. 1983년 준공돼 1~9단지, 1만810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로 현재 8~9단지를 제외하고 재건축이 완료됐다. 2단지가 재개발돼 4932가구 대단지로 탄생한 고덕그라시움은 강동의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고덕그라시움 주민 이지윤(42) 씨는 “상일동역과 붙어 있어 지하철 타긴 편리하다”면서도 “지하철 5호선은 강북으로 통한다. 강남 지역에 가기 더 편해야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집값에도 영향을 준다. 지금 정부랑 구청장이 모두 국민의힘이니 전 후보가 광역급행철도를 놔줄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저 비행기처럼 집값 올랐으면…”
3월 8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에서 사람들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이상윤 객원기자]
현역의원은 진성준(57) 민주당 의원이다. 이곳에서 다시 출마해 3선에 도전한다.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칭을 듣기도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여겨진다. 매주 주말 골목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골목진담’을 진행하는 등 지역구 관리에 세심하다고 평가받는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민식(59) 후보가 출마했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18·19)한 부산 출신 정치인이다. 22대 총선에선 영등포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용찬 예비후보와의 경선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강서을 출마 의사를 밝힌 건 3월 3일이다. 강서을에 기반이 없고 준비 기간이 짧다는 약점이 있다. 김성태 전 의원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약점 메우기를 꾀한다.
두 후보의 전략도 상이하다. 진 후보는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지하철 차량기지 이전, 김포공항 도시재생혁신산업 등 지역 맞춤형 전략을 강조하며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박 후보는 ‘제2마곡 신화 실현’ ‘고도 제한 완화’ ‘강서 발전’ 등 거대 담론으로 승부를 낸다.
강서을의 경우 상대적 고가인 ‘한강뷰’ 주택이 많은 가양동은 보수세가 강하고, 김포공항을 낀 공항동, 외곽 지역인 방화동은 진보세가 강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국내선 운항이 활발한 김포공항 특성상 공항동엔 승무원 등 젊은 1인가구가 많고, 제주 출신 유권자가 많이 산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연령·출신상 진보세가 우세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김포공항 근처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방화동에 거주하는 김민진(38) 씨는 “강서는 주택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 같다”며 “교통이나 인프라는 제법 좋아졌는데, 낡은 집이 아직 많다”고 했다. 이어 “이제 인천공항이 메인이라 김포공항은 사실상 지역 발전에 애물단지가 된 것 같다. 두 후보 공약에선 진 후보 공약이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등촌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60대 이종태 씨는 “저 공항 때문에 될 것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 30년 됐다. 충분히 낡았는데도 언제 재건축이 될지 모른다. 용적률이니 뭐니 해서 잘 안 된다고 하는데, 고도 제한이 풀리면 그래도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진 후보는 고도 제한을 푸는 건 어렵다고 보는 것 같지만 박 후보는 도전해 보려는 듯싶다. 대통령이랑 친해 보이던데 가능할 듯싶더라. 국민의힘이 집권해서 그런 건지, 총선이 다가와서 그런 건지 왠지 개발이 빨라지는 것 같다. 맨날 비행기 뜨는 거 보는데, 집값이나 그렇게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여기가 예전엔 강남 저리 가라였는데…”
3월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전경. [이상윤 객원기자]
민주당에선 현역의원이기도 한 황희(57) 후보가 3선에 도전한다. 황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첫 선거임에도 28년 만에 양천갑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21대 총선에서도 송한섭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열 살 때부터 목동에 거주했다는 점과 도시공학 박사로서 재건축에 조예가 깊다는 점이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에선 비대위원으로서 ‘친한(친한동훈)’ 인사로 평가받는 구자룡 후보가 나선다.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로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 보수 패널로 출연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많이 해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목3동 토박이로 신혼집도 이곳”이라며 지역 민심에 구애하고 있다.
양천갑의 지역 현안은 단연 재건축·재개발이다. 기존엔 랜드마크이기도 한 목동신시가지아파트가 화두였는데, 올해 2월 11단지를 마지막으로 14개 전 단지의 재건축이 확정됐다. 완공 시 2만6635가구이던 단지가 5만3000여 가구로 커질 전망이다. 공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여전히 정주 요건은 좋지 않다. 대부분 건물에 지하 주차장이 없어 퇴근 시간 이후엔 길 한가득 차가 세워진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이 단지를 빼더라도 변화가 요구되는 낡은 건물이 많다. 또 사실상 이용이 잘 되지 않는 서울지하철 2호선 지선 양천구청역, 9호선 신목동역을 제외하면 5호선 하나만 있는지라 목동선, 강북횡단선, GTX-D 노선 등 교통 개발에 대한 수요도 크다.
같은 아파트 주민 30대 이모 씨는 “문재인 정권 때 재건축에 미적지근한 탓에 이런 안 좋은 환경에 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빠르게 재건축에 임해준 덕분에 고비를 넘은 것 같다. 몇 년만 기다리면 더 좋고, 비싼 집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 기뻐하고 있다. 원래 쭉 민주당을 찍어왔고 21대 총선에서도 황희 후보를 뽑았다. 결국 내게 이득을 준 건 국민의힘이니 국민의힘을 뽑겠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목교역에서 만난 70대 주모 씨는 “원희룡이 있을 때 개판으로 하고 갔다. 괜히 지역구를 민주당에 뺏긴 게 아니다”라며 “중앙 정치에만 관심이 있는지 주거 환경, 지하철 문제는 나 몰라라 했다. 12년간 있으며 달라진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가 예전엔 강남 저리 가라 하는 좋은 동네였지만 그것 때문에 뒤처진 것 같다. 텃밭이라 여기니 소홀히 한 것”이라며 “황 후보가 구민들과 친밀하게 잘 지내며 관리를 잘했다. 아마 황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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