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신경전 한창
‘개딸’에 찍힌 윤영찬
양이원영, ‘탄소중립’ 들고 광명으로
안민석, 6선 국회의원 될까
[Gettyimage]
민주당에서 친명(親明·친이재명) 대 비명(非明·비이재명) 맞대결 구도로 주목받는 지역구 중 하나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다.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내고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대변인을 맡은 윤영찬 의원 지역구다.
이 지역에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지내 대표적 친명 인사로 꼽히는 현근택 변호사가 사무실을 내면서 친명 대 비명 간 공천 경쟁을 일찌감치 예고한 상태다.
현근택 “현역의원 기득권 커”
현 변호사 사무실은 성남지원 앞 법조타운에 있다. 사무실 벽면에 큼지막하게 현 변호사 사진이 걸려 있어 눈에 잘 띄었다. 현 변호사는 “구청 앞에 있던 사무실을 법원 앞으로 옮긴 것”이라며 “내년 총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의원이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이 커 도전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실제로 민주당 지역위원장 윤영찬 의원과 진보당 김현경 공동지역위원장이 내건 플래카드는 중원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현 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 벽면에 얼굴 사진을 큼지막하게 써 붙인 것 외에 선거법상 지역에서 자신을 적극 알릴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도로 곳곳에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과 진보당 김현경 지역위원장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얼마 전 주민 민원 청취를 위해 방문한 윤 의원이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의 반대에 부딪혀 간담회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배수구에서 악취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러 찾아간 윤 의원을 입주자 중 한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막아선 것. 윤 의원을 막아 나선 이모 씨가 현 변호사를 지지하는 선거구 시민이 모여 있는 단체카톡방 방장으로 알려지면서 친명 대 비명 간 공천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 변호사 외에도 민주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출신 이석주 씨도 성남중원 민주당 공천을 향해 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 성남시 성남지원 앞에 위치한 현근택 변호사 사무실. 다른 변호사 사무실과 달리 현 변호사 사진이 사무실 외벽에 붙어 있어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이후 진보 지지층이 과거에 비해 크게 엷어졌다는 게 지역 정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분석이다. 성남에서 활동하는 한 지역 언론인은 “과거에는 통진당과 정의당 지지 세력이 10% 가까이 됐는데, 최근에는 5%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며 “지난해 지방선거의 경우 성남중원 지역 특수성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기보다 전국 선거 흐름이 당락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아직 성남중원 당협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공석으로 남아 있다. 성남중원에 인접한 성남분당갑을 지역구로 뒀던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내년 총선에 성남중원으로 차출돼 ‘문재인 입 윤영찬’ 대 ‘윤석열 입 김은혜’ 맞대결 구도가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명 대 비명 민주당 공천 경쟁 못지않게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예선보다 뜨거운 본선이 치러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우수’ 평가 받은 양기대
경기 광명시을 선거구에 위치한 민주당 양기대 의원 지역사무실.
재선 광명시장을 지내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한 양 의원은 지역 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의원 지역사무소 한 비서관은 “동 체육대회와 주민총회 등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사에 참석하며 우리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리는 장외 집회에도 지역 인사 30명∼40명이 참석하는 등 당 주최 행사에도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 실시한 당무감사에서 경기 광명을은 ‘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일상적 당무는 물론 당 주최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광명을 공천 결과에 주목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양 의원이 대표적 친이낙연계 인사로 꼽힌다는 점에서다. 이른바 비명계로 여겨지는 양 의원에게 공천 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든 양이원영 의원 측 인사는 “광명시는 기후에너지과가 설치돼 있고, 햇빛발전소 등 시민단체 활동이 왕성한 탄소중립에 앞장선 도시”라며 “의원 소신과 맞아떨어진 탄소중립친화도시라는 점에서 정치적 연고가 있는 도시라 여겨 광명에 사무실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사무실을 내고 활동에 들어간 양이원영 의원은 7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신규로 1000명 이상 권리당원을 확보하는 등 지지세 확보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양이원영 의원 측 인사는 “의원께서는 당원 중심의 정당 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구체화하고, 그 과정에 경제적 비전까지 제시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경기 광명시을 선거구에 자리 잡은 양이원영 의원 사무실.
“시장 선거와 총선은 달라”
경기 남부에 위치한 오산시는 안민석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기록하고, 곽상욱 전 시장이 2010년 5대 지방선거부터 2018년 7대 지방선거까지 내리 3선을 기록했을 만큼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해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이권재 후보가 시장에 당선하며 지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무엇보다 공천 실패가 선거 패배를 불러왔다는 얘기가 많다. 당초 지난해 민주당 오산시장 후보로는 안민석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오산시의회 의장을 지낸 문영근 후보의 공천이 유력했다. 그러나 중앙당에서 갑자기 오산시를 청년전략지구로 지정하고 젊은 시장 후보를 내세우면서 선거판도가 급변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던 세력이 민주당을 이탈하면서 국민의힘 이권재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겼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오산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시민후보로 나선 무소속 최인혜 후보가 1711표를 얻었고, 민주당 장인수 후보는 국민의힘 이권재 후보에게 1755표 차로 낙선했다.
총선을 7개월 앞둔 2023년 9월 현재 오산시는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 물밑 공천 경쟁이 한창이다. 5선 안민석 의원의 6선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안 의원의 절친이자 3선 오산시장을 지낸 곽상욱 전 시장이 경선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이신남 전 비서관까지 가세해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9월 1일 성호대로와 경기대로가 교차하는 롯데마트 오산점 네거리에는 국민의힘 경기도당과 안민석 의원, 진보당 신정숙 위원장, 이신남 전 비서관이 내건 플래카드가 경쟁하듯 나붙어 벌써부터 선거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롯데마트를 등지고 왼쪽 횡단보도 건너에 이 전 비서관이 문을 연 ‘정책공간 오발탄(오산 발전 신호탄 포럼)’ 사무실이 있고, 오른쪽 횡단보도 건너에 안민석 의원 지역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오산시 롯데마트 오산점 앞 네거리에 안민석 의원과 진보당 신정숙 지역위원장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경기 오산시 롯데마트 오산점 맞은편에 이신남 전 대통령 비서관과 신정숙 진보당 지역위원장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정책공간 오발탄 사무실에서 만난 이신남 전 비서관은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오산시가 수원과 용인, 화성과 평택 등 인접한 100만 도시들과 공존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시민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곽상욱 전 시장의 경우 3선 시장 관록을 쌓는 동안 맺은 지역 내 오피니언 리더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오산시는 시민 평균연령이 40세도 되지 않을 만큼 젊고 역동적인 도시다. 오랫동안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진 탓에 아직 오산시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누가 민주당 공천장을 거머쥐느냐 못지않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에서 누구를 필승카드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오산시 선거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아 10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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