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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트, 기자가 직접 해보니… 전동킥보드 5시간 배달, 4만3800원 벌어

  • 문영훈 인턴기자 bysociology@gmail.com

배민커넥트, 기자가 직접 해보니… 전동킥보드 5시간 배달, 4만3800원 벌어

  • ● 한 시간 교육만 받으면 즉시 ‘라이더’
    ●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
    ● 하와이 스타일 새우 요리부터 밀크티까지 신속 배달
    ● 차도 경적 소리에 놀라고, 인도 사람 물결에 치이고
    ● 중과실·중상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는 모두 을(배달기사) 책임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편집자 주>


전동킥보드로 배민커넥트 배달을 
하고 있는 문영훈 인턴기자.

전동킥보드로 배민커넥트 배달을 하고 있는 문영훈 인턴기자.

“지금 졸업 예정이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자유로운 일정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 27세/대학생 

기자를 혹하게 한 배민커넥트 홈페이지의 홍보 문구다. 배민커넥트는 배달 전문업체 ‘배달의민족(배민)’이 운영하는 시간제 라이더 서비스 이름. 배민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한다. 마침 기자는 광고에 등장하는 대학생과 비슷한 상황에 나이도 같다. 한 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라이더’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에 마음이 움직였다. 

2019년 크리스마스, 전동킥보드를 타고 4시간 56분 동안 캐럴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누볐다. 이동 거리 11.3km, 9건의 배달, 수입은 4만3800원. 2019년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을 감안하면 초보 라이더치고 나쁘지 않은 벌이였다. 하지만 배달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누구나, 언제든 가능한 알바

2019년 12월 24일 배민 중부센터 교육 현장. [문영훈 인턴기자]

2019년 12월 24일 배민 중부센터 교육 현장. [문영훈 인턴기자]

라이더 교육은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배민 중부센터에서 진행됐다. 2019년 12월 24일 오전 11시 교육장을 찾았다. 기자를 포함해 12명의 교육생이 있었다. 나이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설명을 맡은 직원은 정산 방법, 복장, 음식점 사장 및 고객 응대 요령 등을 빠르게 설명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도 진행됐다. 집에서 편한 옷을 입고 있는 고객이 많으니 시선처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종종 배달기사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교육 진행자는 “그런 요구까지 들어줄 필요는 없다”며 “고객 요청 사항에 음식배달 외 다른 부탁이 있을 경우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마친 뒤 곧바로 온라인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라이더는 자동차, 자전거는 물론 도보로도 배달이 가능하다. 이동수단으로 전동킥보드를 선택한 기자는 보증금 3만 원을 내고 헬멧과 가방, 배민커넥트 라이더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배지를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몇몇 사람은 바로 휴대전화를 들고 배달 요청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프리랜서인 27세 A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배민커넥트 지원 동기를 묻자 A씨는 “일이 안정적인 편이 아니라 쉴 때 추가 수입을 벌려 한다”며 “배달 일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50대 이상엽 씨는 “1년에 일하는 기간이 두 달 정도다. 나머지 시간에 소일거리로 배달을 하려고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배송지연 책임 소재

크리스마스 오후 4시, 기자도 배달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전동킥보드를 들고 집을 나서며 배민커넥트용 앱을 켰다. 떨리는 마음의 무게만큼이나 전동킥보드가 무겁게 느껴졌다. 배달은 앱으로 시작해 앱으로 끝난다. 배달기사는 앱에서 대기 상태에 있는 배달 요청을 승인하고, 음식점까지의 이동 거리를 고려해 조리 요청을 누른다. 음식점에서 조리된 음식을 받아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예상 배달 시간을 정해 누른 뒤 배달지로 향한다. 음식점, 고객, 배민커넥트 회사와의 소통 역시 앱으로 한다. 

보통 배달 제한 시간은 20분에서 40분 안이다. 이동 거리를 고려해 제한 시간을 정하므로 빠듯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교적 쉬워 보이는 베이커리 배달 요청이 있어 엉겁결에 승인했다. 당시 기자가 있던 곳은 연희동, 베이커리는 이대 부근, 배달 목적지는 상수역과 광흥창역 사이였다. 코스가 무리 없어 보였다. 그런데 도착지에 다다를 즈음 변수가 생겼다. 육교로 건널 수밖에 없는 길이 나타났다. 거북이 속도로 운행하는 육교 엘리베이터에 속이 탔다. 다행히 제한 시간을 1분여 남기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 배달을 무사히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배민커넥트 배송 대행 계약서에 따르면 ‘을(배달기사)’ 잘못으로 △배송 지연으로 인한 주문 취소 △음식 품질 불만으로 인한 재배송 요청 △오배송 △주문 음식의 전부 또는 일부 누락에 따른 주문 취소 등이 발생하면 배달기사가 비용을 배상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과실 사고와 중상해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전적으로 ‘을’이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있다. 교육 당시 “배송 지연 등의 책임을 배달기사에게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배달 한 건을 마치고 다시 앱을 들여다봤다. 배달 요청 지역이 현재 위치에 맞게 바뀌어 있었다. 음식점과 목적지를 확인하고 다시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배달 요청을 승인해 새로운 배달을 시작했다. 해당 지역 지리를 파악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동 중 낯선 구역에 진입하면 계속 지도를 확인해야 했다. 앱은 목적지 위치를 알려주지만 고도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금화터널 부근의 한 배달지로 향할 때는 길이 너무 가팔라 선택을 후회했다.


차도에서도 인도에서도, 갈팡질팡 전동킥보드

이날 기자는 4시간 56분 동안 총 9건의 배달을 수행했다. 실어 나른 음식은 하와이 스타일로 조리한 새우부터 와플이나 밀크티 같은 디저트까지 다양했다. 신촌, 홍익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에 주로 배달했다. 그 때문인지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 사는 1인가구의 배달 요청이 6건에 달했다. 대학교 연구실, 숙박 시설에서 음식을 주문한 경우도 있었다. 고객 대부분은 음식을 직접 받았지만 배달 기사와 접촉을 꺼리는 사람도 있었다. 음식을 문 앞에 두고 초인종을 눌러달라고 요청한 경우가 2건이 있었다. 

배달하며 가장 절실하게 느껴진 건 안전 확보였다. 도로 위의 전동킥보드는 위태로웠다. 기자는 이날 배달을 위해 친구에게 전동킥보드를 빌렸다. 초심자라 위험이 더 크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돼 이동 시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헬멧 하나에 의지해 왕복 8차선 도로에 진입하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속도가 느린 전동킥보드로 중간차도에 진입하기엔 무리가 있어 기자는 주로 갓길을 이용했다. 

좁은 길을 달릴 때 같은 차선으로 버스가 지나가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느린 킥보드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량 운전자를 만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불법을 감수하고 인도에 올랐을 때는 보행자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절반은 킥보드를 타고 절반은 걸었다. 그런데도 사람과 부딪칠 뻔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친구 사례가 떠올랐다. 전동킥보드 주인인 친구는 지난해 5월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부딪혔다. 그는 전동킥보드를 빌리는 기자에게 수차례 ‘안전 운전’을 당부하며 “차도에서 차와 부딪치면 목숨이 위험하고, 인도에서 사람을 치면 인턴 월급이 다 사라질 것”이라 했다. 

친구 얘기를 듣고 ‘안전’을 수차례 되뇌었지만, 음식점이나 배달지 도착 예정 시각이 다가오면 마음이 급했다. 신촌오거리 같은 대로에서는 차량 행렬에 몸을 맡기는 데 한계가 있어 보행자 신호를 따라 움직였다. 좁은 도로에서는 차량 신호가 빠르면 차량 신호를, 횡단보도 신호가 빠르면 횡단보도 신호를 따랐다. 도로 위의 무법자가 바로 나였다.


초보라이더의 상념

[배민라이더스 제공]

[배민라이더스 제공]

그렇게 차도와 인도를 오가며 내게 벌어질 법한 사고를 떠올렸다. ‘내가 산재보험을 들었던가.’ ‘여기서 다치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배달을 마치고 확인해 보니 배민은 라이더 전원을 산재보험에 가입시켰다. 하지만 배달기사가 받는 보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달하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업무를 본인이 선택하기 때문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해당한다. 배달기사 노동조합 ‘라이더 유니온’에 따르면 근로자가 산재 승인을 받으면 월수입의 평균 70%를 받는다. 라이더 같은 특고의 기준 월수입은 145만4000원으로 최저임금보다도 낮게 계산된다. 

배달 시작 전, 라이더 선배들의 노하우를 듣고자 서울이동노동자합정쉼터를 방문했다. 거기서 만난 대리기사, 퀵서비스 기사들은 하나같이 보험 관련 고충을 토로했다. 20년째 퀵 서비스를 하는 C(55)씨는 “보통 회사원 산재보험료는 회사에서 50%, 개인이 50% 부담한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은 개인이 100%를 부담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우리도 완전한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민커넥트 배달 수수료는 이동거리와 배달 품목 등에 따라 각각 다르다. 기자는 9건에 4만3800원을 받았으니 건당 4000~5000원꼴이다. 여기서 일주일치 산재보험료 3200원과 세금 1770원을 제하자 3만8000원 남짓이 남았다. 올해 1월부터 배민 배달기사는 시간 단위로 보험료를 내는 ‘퍼스널모빌리티’ 보험에 추가로 가입하게 된다. 배달시간이 1시간 이내일 경우 보험료가 380원, 이를 초과하면 10분당 60원씩 추가된다. 기자가 1월에 배달을 진행했다면 보험료로 2780원을 더 냈을 것이다. 

배달 중 만난 오토바이 배달기사 C(40)씨는 “하루에 30~40건은 배달해야 그나마 살만하다”고 말했다. 초보 라이더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수많은 길 위의 라이더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신동아 2020년 2월호

문영훈 인턴기자 bysociolog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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