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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쿠팡에 쏠린 시장의 눈과 귀

[유통 인사이드] 적자 줄어도 ‘시험’은 계속된다. 주욱~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만성적자 쿠팡에 쏠린 시장의 눈과 귀

  • ● 매출 64% 늘리고 적자 36% 줄이고
    ● 원가율 하락, 판매가격 상승…수익성 개선
    ● 투자 동력 다시 확보…“경쟁사 점유율 하락 가능성”
    ● 11번가·티몬 상장, 롯데·신세계 온라인 공세 위협 요인
3월 16일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3월 16일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쿠팡은 지난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해마다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해도 70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 규모는 4조 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적어도 2~3년간은 흑자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쿠팡이 속한 온라인 쇼핑 시장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G마켓이나 11번가 등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경쟁사들이 있는 데다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등 잠재적 경쟁사가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전통의 재벌 기업까지 경쟁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에 대부분 기업들이 ‘가격 경쟁’의 늪에 빠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쿠팡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자 시장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성과를 보여줬다면서 줄줄이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쿠팡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그간 누적된 적자 규모가 너무 커서 성장 엔진이 멈추리라는 분석이 많았다. 쿠팡이 대체 어떤 실적을 내놨기에 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을까.


적자, 1조1279억 원→7205억 원

쿠팡은 전국 로켓배송센터를 지난해 기준 168개까지 늘렸다. [쿠팡 제공]

쿠팡은 전국 로켓배송센터를 지난해 기준 168개까지 늘렸다. [쿠팡 제공]

쿠팡은 그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1530억 원이다. 4조3545억 원을 기록한 지난 2018년보다 64.2% 증가한 수치다. 대형 마트 업계 빅3에 속하는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액(6조3310억 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국내 유통시장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쿠팡이 6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7년 쿠팡의 매출 신장률은 40% 수준이었다. 매출 규모는 2조 원대였다. 온라인 쇼핑업계의 전반적 성장세를 고려하면 쿠팡의 성장세가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2018년에는 매출 신장률이 64.7%로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64.2%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시장은 그간 쿠팡의 적자 규모에 주목해 왔다. 성장 속도에 비례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계속될 경우 사업을 존속하기 어려우리라는 분석이 많았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쿠팡은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영업적자 규모가 2018년 1조1279억 원에서 지난해 7205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예상한 적자 규모(1조3000억~1조50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률은 2018년 25.9%에서 지난해 10.1%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줄줄이 분석 리포트를 쏟아냈다. 쿠팡이 비상장사이긴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터라 증권사 연구원들도 이번 실적 발표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쿠팡이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다. 쿠팡은 2014년 기준 27개이던 전국 로켓배송센터를 지난해 168개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로켓배송센터에서 10분 거리 내에 사는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가 같은 기간 259만 명에서 3400만 명으로 13배 뛰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쿠팡은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배송하고 있다. 올해 4월 말에는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해 주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이처럼 전국적인 인프라를 갖추면서 배송 효율이 높아져 단가를 낮출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원가율 95→83%

쿠팡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커진 점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쿠팡에 물건을 납품하는 규모가 커지면 개별 제품의 단가를 낮춰서 넘길 여지가 생긴다. 아울러 덩치가 커진 쿠팡의 가격 협상력 역시 커졌을 것이다. 

이는 수익성 지표로도 잘 나타난다. 쿠팡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인 ‘매출원가율’은 2018년 95%에서 지난해 83%가량으로 낮아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협상력 강화로 인한 매입 원가율 하락, 채널 인지도 상승으로 인한 판매 가격 상승, 배송 관련 원가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가 원가율 하락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경우 비용 부담이 낮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쿠팡의 판매관리비(판관비)에 대한 부담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쿠팡의 판관비는 1조92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매출액 대비 판관 비율은 전년보다 3.9%포인트 낮아진 26.9%로 집계됐다. 비용이 늘긴 했지만 수익성은 되레 좋아진 셈이다. 

유통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쿠팡이 온라인 시장에서도 몸집을 키우면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라는 분석을 입을 모아 내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상승은 곧 영업적자 확대와 같은 말로 간주됐다”라면서 “(그러나) 쿠팡의 경우 지속적인 물류 시스템 효율화와 바잉파워 개선 등으로 원가율과 판관 비율 등을 낮춘다면 2023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쿠팡이 지난해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성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쿠팡의 바잉 파워 증감에 따라 이익률이 추가로 개선된다면 매출 증가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선순환 구조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재편 속도가 더욱 빨라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 덕분에 추가로 투자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쟁사들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사실 쿠팡은 여전히 자금이 더 필요하다. 그간 쿠팡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든 돈을 더 끌어와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적자가 더해지면서 이제 누적 적자 규모는 3조7000억 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물류 시스템 등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추가 투자 나서면 시장에 시그널”

[동아DB]

[동아DB]

시장에서는 쿠팡이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쿠팡의 적자가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데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쿠팡이 적자 규모를 확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증권가의 전망은 확 바뀌었다. 이제 충분히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업계 재편이 빨라질 것이란 분석도 쿠팡의 추가 투자 가능성에 근거한다. 쿠팡이 앞으로도 꾸준히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몸집을 불릴 경우 경쟁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프트뱅크가 추가 투자에 나서면 향후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강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11번가와 G마켓 등 경쟁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유율이 하락하고 기업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유통시장 재편이 빨라질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물론 쿠팡이 벌써 승기를 잡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변화가 빠른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대세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경쟁사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최근 매각설에 휩싸인 이베이코리아는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온라인 유통사다. 이 업체는 지난해 연간 1조95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보다 12%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615억 원을 내면서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장기간 유의미한 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하다. 

11번가와 티몬 등은 상장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티몬의 경우 내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얼마 전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적자를 줄이는 작업에 나섰고, 지난 3월 처음으로 월 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1번가 역시 지난해 14억 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상장 추진 가능성을 높였다. 11번가의 경우 그간 꾸준히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적이 발목을 잡곤 했다. 실제로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지난 2월 11번가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신세계가 마음만 먹으면…

이처럼 경쟁사들이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을 불리거나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상위 2개사의 점유율은 각 10%대 수준에 불과한 만큼 확실한 승자는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1위 기업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그야말로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 됐다”고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대형 업체 중 비교적 신속하게 움직인 신세계는 온라인 채널인 SSG닷컴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소비자에게 주목받으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 7곳의 온라인 쇼핑몰을 합친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을 얼마 전 오픈하면서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나 신세계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배송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빠른 시간에 온라인 시장에서 몸집을 불릴 저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고 모(母) 그룹의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이번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 적자 규모는 여전히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면서 “최근 대형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 구도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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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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