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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용량>재생에너지 발전량… RE100 선언만 있고 처방은 없다

  •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삼성전자 사용량>재생에너지 발전량… RE100 선언만 있고 처방은 없다

  • ● 재생에너지 괄시하면 이루지 못할 미래
    ● 체계 갖추면 화력보다 저렴하게 전력공급 가능
    ● 한국전력공사가 RE100의 敵인 이유
    ● 제주를 보면 대한민국 미래가 보인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Solutions for Our Climate·SFOC)은 효과적인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2016년 한국에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기후솔루션은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한 법률·경제·금융·환경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국내외 비영리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활동한다.

제주 한경 풍력발전단지.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지만 전력 체계의 한계로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DB]

제주 한경 풍력발전단지.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지만 전력 체계의 한계로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DB]

9월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가 RE100을 선언하고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RE100은 2014년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시작한 캠페인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와는 다르게 원전, 천연가스 발전은 RE100 기준 밖에 있다.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전기만을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으로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까지 상위 대기업집단 4곳이 모두 재생에너지만으로 소비 전력을 충당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RE100은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만 참여하는 캠페인이었다. 올해 들어 한국 대기업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합류는 기후 위기 시대라는 새로운 판도에서 화석연료와 결부된 에너지 안보 리스크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나온 결심이다.

문제는 RE100은 선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소비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기까지 지난하고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에선 특히 어렵다.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다. 이런 요인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RE100 선언을 두고 오랜 기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규제 탓 재생에너지 발전소 짓기 어려워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21.40TWh. 반면 삼성전자가 한 해 쓴 전력량은 22.92TWh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삼성전자 한 기업 전력 사용량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사실상 지금 한국에서 RE100을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4대 기업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면 재생에너지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8월 30일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계획이 기존보다 8.7%포인트 감소한 21.5%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큰 걸림돌은 인허가 문제다. 외진 곳에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는 전통식 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는 작은 발전소를 여기저기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곳곳에 부지가 필요한데 지방자치단체의 복잡한 규제로 설치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 설비에 대한 이격거리 규제다. 지자체마다 이격거리는 물론 이격할 대상이 다르다. 경북 구미시 경우 조례에 따라 지역에서 설치 가능한 면적을 계산해 보면 불과 0.09%로 사실상 태양광발전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는 규제의 이유로 각종 민원을 든다. 여러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기후 위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인허가 비용만 태양광 설비 간접비의 20%가 넘는(독일 7.7%, 중국 1.7% 등)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독점 기업, 한국전력공사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집중을 가늠할 바로미터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도 재생에너지가 홀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월 29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8월까지 공공기관 및 민간이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발행한 녹색채권 중 24.9%가 LNG발전과 관련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과 풍력을 위해 발행된 녹색채권은 15.2%에 불과했다. 이 이원은 “녹색분류체계에 LNG가 포함돼 있어,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로 갈 재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원전까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요인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현저히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환 문제의 핵심에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있다. 전력시장은 크게 전기를 만드는 ‘발전’ 부문, 전기를 만든 발전소에 보상을 해주고 전기를 내보낼 수 있도록 송배전망에 연결해 주는 ‘운영’ 부문, 이렇게 망에 연결된 전기를 보내고 각 지역으로 나누는 ‘송전/배전’ 부문, 최종 소비자에게 파는 ‘판매’ 부문 등이 있다.

한국은 한전 한 곳이 송배전과 판매를 독점할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연결된 6개의 발전자회사(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가 국내 전체 전력의 70%를 생산하는 구조다. 게다가 한전 및 발전자회사는 전력 계통에서 보상 및 계통접속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 산하의 전력시장운영협의체, 이사회 및 회원총회에까지 의결권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전이 국내 전력 시스템 전반에 갖는 힘이 막강한 것이다.

한전의 발전자회사 중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모든 발전사가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 방식을 사용한다. 한전은 우리나라 화력과 원자력 발전소의 거의 대부분을 보유하나, 재생에너지 전체 발전소 중 단 12.5%(2020년 기준)만을 보유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면 그만큼 한전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발전자회사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에서 국내 전력시장을 지배하는 한전이 어떤 결정을 내릴까. 구조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재생에너지, 미국선 화력보다 저렴

기형적 전력구조가 만든 현상 중 하나가 과하게 높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기술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 리서치 회사인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호주,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 화력발전 단가보다 저렴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국내에서 유독 비싸다. BNEF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단가를 kWh당으로 보았을 때 중국 42원, 미국 48원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116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 석탄 화력발전 단가는 48.4~71.4원으로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했다.

기후솔루션 분석 결과,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와 공급자가 전력 구매 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을 맺을 경우 한국전력에 지급해야 하는 각종 부대비용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더욱 힘들다. 평균 사용요금 136원/kWh 가운데 이 부대비용이 차지하는 액수만 적게는 40원에서 많게는 53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유독 재생에너지가 비싼 것은 재생에너지와 화력으로 대표되는 전통식 발전 방식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독특한 구조에 원인이 있다. 제주는 전통 발전 방식이 있는 구조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030년까지 무탄소 섬(Carbon Free Island으)로 거듭나겠다는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8%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한국에서 가장 빠른 지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잘 확충해 놓고도 발전기를 멈춰 세우는 이른바 ‘출력제한’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전력계통에서는 단위 시간당 계통에 들어가는 전력공급량과 단위 시간당 소비하는 계통의 전력소비량이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발전량이 너무 많아 공급이 과잉되는 경우 전체 전력계통이 정전되는 등 계통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전력거래소가 출력을 제어하게 된다. 즉, 수요에 맞는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전력계통을 고쳐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전량도 함께 늘어야 한다.

제주의 경우 재생에너지 생산설비가 잘 보급돼 공급량이 늘어나자 그에 맞게 기존 전력계통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반대로 출력을 제한하라는 조치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상 무한한 전력원인 햇빛과 바람을 바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를 정지시키고 비싼 돈을 들여 구매한 화석연료를 태우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재래식 발전을 유지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력발전은 중지했다가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더 발생한다는 현실적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단기적 비용 계산이 아니라 전체 전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지, 우리가 에너지 전환에 의지가 있는지다. 제주의 사례는 비전과 실행 의지가 아직 부족함을 보여준다. 제주는 한국 전력계통에 앞으로 닥칠 상황의 ‘예고편’과도 같다. 이미 제주도뿐 아니라 태양광발전이 활발한 전남 신안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이 RE100으로 전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가 전국적으로 확충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기후솔루션과 사단법인 넥스트의 최근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해답이 없지 않다. 제주를 대상으로 최적화된 다양한 기술적 시나리오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늦추고, 출력제한만으로 전력공급 과잉량을 해소하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시나리오가 최선의 판단이 아니었다. 현행보다 최대 5.7%의 비용만 추가로 투자하면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늦추지 않고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계통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나 수요반응 자원(발전량에 맞춰 수요를 조절하는 자원) 등을 도입해 재생에너지가 많을 때는 저장하고 부족할 땐 빼서 쓰는 유연하고 스마트한 전력망을 구성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체계를 구축하기엔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화력발전에 들어가는 연료비 등을 아껴서 얻는 비용으로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닥쳐오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한국 주요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며 그에 따라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필요한 것은 한전의 개혁이다. 현재 구조에선 전력계통에서의 보상과 이에 대한 접근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의 의사결정 과정에 한전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가 한전 발전소 이용률을 낮추는 판단을 하긴 정말 쉽지 않다. 이는 제주의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향한 질주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위해 나서야

한전의 발전사업과 전력계통 사업이 재무적으로 분리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활로가 트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통적 발전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합리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불리한 기관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성원 일부가 선의를 가지고 혁신적 정책을 도입하려 하더라도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다른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면 그만큼 자신의 제품(전통식 발전량)의 수요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한전이 어떤 선택에 나설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은 전력계통 관리를 전담하는 별도의 공기업을 세워 기능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대책은 한전의 민영화 담론과 아무 관련이 없다. 한전 개혁에 나설 주체는 결국 정부다. 정부가 직접 재생에너지 인허가 문제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지자체별로도 중구난방인 조례를 검토해 합리적 기준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력시장에서 한전과 그 계열회사들이 그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기후 위기는 전례 없는 인류의 숙제다. 이에 대응하려면 전례 없는 변화가 필요하다.



신동아 2022년 11월호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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