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용인
웃음 가득 주름살을 지으며
판박이로 고집 세게 웃고 있다
누가 양반을 버렸나
어떤 죄라도 품어주겠다는 듯
조용히 웃는 저 얼굴을 버렸나
모든 말들을 생략하고도
모든 말들을 요약한 웃음 같다
흰 도포를 입고
정자관을 쓰고
부채를 들고
위엄을 부리던 춤은 어디로
사라지고 턱주가리는 떨어져
왜 끈으로 이었는지 떨어진 턱이
하나도 애처롭지 않은
오히려 웃기는 웃음을
퍽이나 평화롭게 웃고 있다
쓰레기더미 위에 버려진 웃음이
멀쩡하게 웃고 있다
한가로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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