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국민의힘 김혜란. [페이스북]
이곳의 대진표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3월 9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김혜란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의 대결로 확정됐다. 무소속 오정규 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대학평가위원이 완주하더라도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여야 맞대결 구도다.
부전승 진출 vs 험난한 예선
민주당은 2월 22일 허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 김창수 전 민주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이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되면서 허 의원은 무난히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이에 비해 김 후보는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국민의힘에서 6명이 출사표를 던져 1, 2차 예선을 치러야 했다. 후보 4명이 컷오프되면서 노용호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경선을 치렀다. 당원(50%)과 일반 여론조사(50%)를 합산하는 경선 방식 때문에 노 의원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노 의원이 당 사무처 공채 출신으로 오랜 기간 주요 당직을 거쳤고, 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는 점에서다.
김 후보는 노 의원마저 꺾으면서 짜릿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 후보의 경선 승리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여성과 정치 신인 가산점이 있는 데다 노 의원에 비해 춘천 연고(緣故) 면에서 유리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선에서 허 의원을 상대하기에는 춘천에 연고가 별로 없는 노 의원에 비해 김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노 의원은 당직 생활을 하느라 춘천에서 상당 기간 거주했지만 양양 출신인 데다 초·중·고교 학연도 춘천과 거리가 멀다.
반면 초·중·고교를 춘천에서 나온 김 후보는 ‘춘천의 맏딸’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여권 지지층을 파고들었다. ‘춘천 출신’이라는 점은 양구에서 태어나 고교만 춘천에서 나온 허 의원과 겨룰 본선에서도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번 대결은 ‘민주당 수성이냐’ ‘66년 만에 강원 지역구 여성 의원 탄생이냐’로 관심의 초점이 모인다. 강원도 내 8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차지한 지역은 춘천갑과 원주을 2곳뿐이다. 다른 선거구 탈환이 쉽지 않은 민주당 처지에서는 강원 정치 1번지를 지키는 것이 절대적 과제다.
그동안 강원 선거구 여성 국회의원은 19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김화군 선거구에서 자유당 후보로 당선된 박현숙 의원이 유일하다. 김 후보가 승리한다면 강원 지역구에서 66년 만에 여성 의원이 탄생하는 셈이다.
허 후보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일찌감치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비서실장을 하면서 정치 무대를 춘천으로 옮겼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에게 분패했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 리턴매치에서 승리하며 금배지를 달았다.
김혜란 후보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지만 전공과 달리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사법시험 합격 후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이번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1월 8일 강원 원주시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강원특별자치도당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4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개정지원을 위한 전문가 국회포럼에서 송기헌(가운데), 허영(오른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안개 판세 속 뚜껑 열어봐야 안다”
허 후보는 국민의힘이 예선을 치르는 동안 결선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다. 2월 5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단수공천 확정 이틀 뒤인 2월 2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치렀다. 또 배우 이원종 씨를 후원회장으로 선임해 외연 확장과 흥행이라는 두 토끼몰이에도 나섰다.허 후보의 강점으로는 4년 동안 의정 활동 경험과 부지런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꼽힌다. 지역구 내 각종 행사에도 자주 참석해 주민과의 스킨십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춘천의 국가정원 프로젝트 등 각종 사업의 연속 필요성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 후보는 2022년 민선 8기 강원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및 미디어법률단 위원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2023년 12월 12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데 이어 2월 5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강원 총선에서 보기 드문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경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고, 경쟁력도 입증시켰다.
총선을 1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어느 한쪽의 우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남은 기간 차별화된 공약으로 표심을 잡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당 지도부의 지원사격과 TV토론에서의 검증 결과가 표심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가에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신동아 4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