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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의 심心중中일一언言

한국 교회가 망각한 루터의 세 가지 메시지 ‘질문하라, 저항하라, 소통하라’

종교개혁 500주년, ‘루터의 재발견’ 펴낸 최주훈 목사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한국 교회가 망각한 루터의 세 가지 메시지 ‘질문하라, 저항하라,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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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교가 낯선 이유

‘루터의 재발견’을 읽으면서 루터교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1823년 한국을 찾은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가 독일 출신 루터교 목사 카를 귀츨라프였고 그가 한국에 감자를 처음 전파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선교는 해당국에 들어와 살면서 전도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일시적으로 방문해 전도 활동을 하는 방문선교라는 게 있습니다. 귀츨라프는 중국에 주재하면서 한국을 찾은 최초의 방문선교사였습니다. 그는 이때 신구약을 중국어로 완역한 최초의 한문 성경을 전하는 한편 한문으로 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하게 했고 한글의 존재를 서양에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또 감자와 그 재배법을 전파했는데 이게 감자 전래에 대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루터교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그 135년 뒤인 1958년입니다. 다른 교단에 비해 상당히 늦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온 4명의 선교사는 ‘교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자’는 선교 원칙을 세웠습니다. 교회를 세우기보다 종파를 초월해 하나님의 가르침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 거죠. 기독교 통신강좌, 한국 최초의 헌혈운동, 최초의 성서연구 프로그램 ‘베델성서’를 운영하면서도 루터교 이름을 숨겼고 ‘예수를 믿고 싶으시면 가장 가까운 교회를 가십시오’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해외 지원이 중단되면서 한국 내 자생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학교도 세우고 1년에 2개씩 교회를 세워간 겁니다. 신학생 수도 매년 필요한 2명의 배수인 4명씩만 받습니다. 루터교에선 교회를 짓는 것도, 목사의 최저생계비와 복지비용, 자녀들 학자금도 총회 예산으로 충당하는데 한국총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래서 현재 교회 수가 49개, 목사 수는 100여 명밖에 안 됩니다.”



‘양심의 종교’

비텐베르크의 루터하우스에 보관된 헌금함의 열쇠가 셋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루터교에선 교회 헌금을 지역사회를 위해서만 쓰도록 못 박고 목사 대표, 평신도 대표 그리고 시의회 대표 셋에게 나눠준 열쇠가 다 모여야 열 수 있게 했다고요.
“그 헌금함은 초기의 것이고 1523년 라이스니히 금고규정 이후 공동모금함 열쇠가 4개, 이를 관리할 사람은 10명으로 늘어납니다. 귀족 대표 2명, 시의원 대표 2명, 일반 시민대표 3명, 농민 대표 3명이 4개의 열쇠를 나눠 관리합니다. 주목할 점은 열쇠가 셋일 때 3분의 2를 차지했던 교회 관계자가 아예 빠졌다는 점입니다. 대신 공동모금함은 교회에 두고 매주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오전 11시경 10명의 대표가 모여 그 돈의 사용처를 결정했습니다. 대상은 재난을 당한 사람, 홀로 된 여인과 고아, 전임 목회자였죠. 그중에는 청년복지기금도 있었는데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 하는 청춘남녀 모두에게 대략 밀 서 말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했습니다.”

현재의 루터교회 헌금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됩니까.
“루터교회의 이런 전통을 ‘디아코니아’(봉사라는 뜻의 라틴어로 개신교회의 자선과 구제 활동을 뜻한다)라고 하는데 이 디아코니아의 시스템이 유럽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이어집니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복지제도를 잘 갖춘 국가의 최대 종파가 루터교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선 기독교 신자에게 거두는 종교세에서 목사의 일정액 월급을 제외한 돈은 모두 사회복지비로 씁니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가 이를 집행하는 게 아니라 지역 교회에 나눠주고 구체적 집행을 맡긴다는 점입니다. 500년에 걸쳐 교회가 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전통이 확립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종교세의 도입 이후 루터교회에선 많아야 1만~2만 원의 소액 헌금을 받아 교회 비품 구입비 정도로만 씁니다.”



교회도 세습하는 한국 사회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네요.
“루터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양심이었습니다. 그 양심에 비춰봤을 때 천국행 티켓으로 판매되는 면죄부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로마교황청과 싸운 겁니다. 그런 사람이 교회 헌금을 유용하고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비텐베르크 성채교회 목사에게 한국의 교회 세습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현재 한국 기독교가 먹는 욕의 98% 이상이 목사의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신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윤리의식이 없어서 발생한 겁니다. 루터가 그토록 강조한 양심의 문제입니다. 루터가 그토록 저주를 퍼부었던 가톨릭 사제와 그들 목사 간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한국 사회가 아직도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깨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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