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용인
열 살 스무 살 적 꽃단풍이었을 거외다.
푸르뎅뎅한 사랑을 끝내 저버리지 못한 채
마침내 젖은 낙엽으로 거리를 나뒹굴다가
저렇듯 곁가지들 하나둘씩 죄다 쳐내 버리고
그날 밤 그는 마냥 휘몰아치던 눈보라 속에서도
내사 흔들리지 않으리라, 더욱 다짐했을 거외다.
꽃 같은 울음 너머 서산마루에 해 떨어지고
잔설이 누워 있는 저 눈밭에 홀로 서서
팍팍한 세상사 뻑뻑하게 질러가기 위하여
설운 가슴 마다않고 잡목 숲이 되었던가.
가녀린 살과 곧추선 뼈 한 자루 따위로
이 엄동설한을 견뎌보겠다고 당신과 내가
그리 다짐했던 것은 말하자면 그대를 향한
그 얼마나 뼛속 시린 옹골찬 그리움 때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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