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지음, 21세기북스, 408쪽, 1만9800원
책 읽고 생각하는 게 좋다던 그가 책을 썼다. 제목은 그가 이제까지 낸 저서 중 가장 정치적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김종인은 “제목부터 너무 회의적이지 않으냐고 힐난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실패의 과정 속에 성공의 조건을 유추하려고 한다”고 했다. 실패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걸고는 있지만 실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텍스트로 읽혔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책은 1부 ‘왜 정치는 실패하는가; 21대 총선에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까지’, 2부 ‘내가 만난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에서 문재인까지’, 3부 ‘대통령에게 건네는 6가지 조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부는 유독 흥미롭다. 사실 현존하는 정객(政客) 중 이와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김종인뿐이다. 그는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의 손자다. 약관의 나이부터 조부 곁에서 권부를 관찰했다. 초대 내각부터 2022년까지 정치판 한복판에 서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이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칼날은 서슬이 퍼렇다. 김종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촛불을 이용하고 촛불을 배반한 대통령”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단세포적인 사고는 고용 참사를 불렀다”고 했고, 코로나19 대응에 관해선 “매표(賣票)하는 양상으로 돈을 뿌리는 정부는 세계에서 문재인 정부가 유일하다”고 했다. 궁극에 가서는 “지난 대통령을 통틀어 대통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한심하고 비겁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목격했다”고까지 썼다.
그렇다고 그가 보수 정권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그가 보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생을 후퇴시키고 떠난 유일한 대통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과는 친하고 국민과는 멀었던 대통령”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고리’에 휘둘린 식물 대통령”이다.
대통령사(史)를 경유한 뒤 그가 설정한 종착점은 개헌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최악 중에 최악인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대통령선거도 이젠 끝내자”면서 말이다. 한때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평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실망감이 또렷하게 읽힌다.
오늘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 까치글방, 498쪽, 2만1000원
학벌, 인맥, 연줄이 미래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가. 일은 신나야 하고, 단조로움은 나쁜 것이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위계질서는 과거의 유물이라고 여기는가. 만약 당신이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다면 어느 순간 차가운 현실이 느닷없이 당신의 빰을 후려칠지도 모른다. 겉보기와 다르게 속임수를 일삼는 사람에게 냉대나 뜻밖의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책 ‘오늘의 법칙’은 세상이, 사회가, 당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곳이 아니며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깨우쳐준다. 이 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사로잡힌 당신을 일깨워 현실과 대면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