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비주얼 리얼리즘이 미래다”
실현까지 긴 터널 통과해야 해
실제 같은 연결, 창의 표현은 인간 기본 욕구
[Gettyimage]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6월 16일(현지 시각) 진행한 ‘인사이드 더 랩(Inside the Labs: VR Display)’ 라운드테이블(간담회)에서 “인간의 시각 능력과 동일한 수준의 디스플레이는 (가상 세계에) ‘실재 존재하는 기분(realistic sense of presence)’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겁고 불편하며 사실감이 떨어지는 현재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기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란 주장이다. 이날 진행된 인사이드 더 랩 행사는 메타의 최신 VR·AR·MR(혼합현실) 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마크 저커버그 CEO를 비롯해 메타 산하 VR 연구 조직인 ‘리얼리티 랩 리서치(Reality Labs Research)’에서 일하는 전문 연구원 5명이 함께 참여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메타의 접근 방식 등을 소개했다.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홀로케이크2를 소개하고 있다. [Meta]
‘홀로케이크2(Holocake 2)’ ‘버터스카치(Butterscotch)’ 등 리얼리티랩 리서치가 개발 중인 최신 헤드셋 프로토타입(시제품)도 공개했다. 홀로케이크2는 현재까지 공개된 VR 헤드셋 중 가장 얇고 가벼운 기기다. 컴퓨터와 연동(PC-tethered)해 사용하도록 개발됐으며 현재 존재하는 VR 콘텐츠를 모두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버터스카치는 고화질의 ‘레티나 해상도(retinal resolution)’를 지원하는 VR 헤드셋이다. 모든 기능을 통합한 스키 고글 형태의 콘셉트 디자인 ‘미러레이크(Mirror Lake)’도 선보였다.
저커버그 CEO가 이날 가장 강조한 대목은 ‘한 차원 높은 시각 경험의 중요성’이었다. 저커버그 CEO는 ‘비주얼 리얼리즘(visual realism)’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메타가 왜 이 분야에 집중하는지, 이 기술이 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는 요소)가 되는지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왜 중요한가 연결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실제 같은 연결’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는 점, 또 한 가지는 이 기술이 ‘새로운 표현 방식 및 창의성’을 고취한다는 점이다.저커버그 CEO는 “최근 MR에서 메타가 개발 중인 아바타(photorealistic avatars)를 테스트한 적 있는데, 내 주변 환경과 방의 모습이 현실과 거의 같았다”며 “사람이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진짜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해야 하는 이들과 MR에서 현실과 다름없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며 “당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와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어떨지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상 콘서트 플랫폼 ‘어메이즈VR’이 제공하는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의 VR 콘서트. [어메이즈VR]
왜 중요한가 자기표현
비주얼 리얼리즘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표현력 및 창의성 고취에 있다. 저커버그 CEO는 “최대한 몰입감 있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며 “사실적인 디스플레이(realistic displays)는 시각 경험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형태의 예술, 그리고 자기표현이 가능해진다”며 “우리가 자기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매체가 계속 발전해 왔다는 건 회사를 설립한 이후 계속 목격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스마트폰 등장으로 사진과 영상 공유가 활발해졌고, AR 스티커 등장으로 과거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영상 및 사진까지 쉽게 제작해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VR 디스플레이, 기술, 헤드셋이 발전하면 창의성이 더 풍부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다만 이런 경험을 구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메타가 개발 중인 기술 및 헤드셋이 이 경험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비주얼 리얼리즘에 도달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며 “시장에서 양산 제품을 언제 만나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저커버그 CEO가 공개한 ‘홀로케이크2(Holocake 2)’는 현재까지 메타가 개발한 VR(가상현실) 헤드셋 중 가장 얇고 가벼운 기기다. VR 헤드셋 시장의 80%를 메타가 차지(IDC, 2021년 기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VR 헤드셋이라고 볼 수 있다.
메타 내부 VR 리서치 조직인 ‘리얼리티랩리서치(Reality Labs Research)’ 발표에 따르면 홀로케이크2는 컴퓨터와 연동(PC-tethered)해 사용하도록 만들어졌으며 현재 존재하는 VR 콘텐츠를 모두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메타의 VR 헤드셋 버터스카치(가장 오른쪽)와 메타의 자회사 오큘러스의 VR 헤드셋의 해상도를 비교한 사진. [Meta]
VR 헤드셋 미래 좌우할 4대 기술
메타에 따르면 △가변초첨(Varifocal) △왜곡 보정(Distortion correction) △해상도(Resolution) △HDR 네 가지 기술이 가상현실을 실감 나게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가변초점은 인간의 눈처럼 사물이 위치한 거리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인간의 눈은 사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기계나 카메라는 그렇지 않다. 카메라 렌즈로 사물을 볼 때 초점이 빠르게 바뀌면 사물이 흐려지기 때문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왜곡 보정도 중요한 기술이다. 광학적 오류나 색상의 뒤틀림이 없어야 사물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시력에 근접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해상도, 색과 밝기, 명암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HDR 기술도 중요하다. 더 많은 픽셀을 사용해 사물을 표현할 수 있는 고해상도 구현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라운드테이블 마지막 순서로 메타가 이 네 가지 기술을 통합한 ‘미러레이크(Mirror Lake)’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미러레이크는 스키 고글 폼팩터(Form Factor·제품 외형이나 크기, 물리적 배열을 의미)를 채용한 콘셉트 디자인이다.
스키 고글을 닮은 메타의 VR 헤드셋 ‘미러레이크’의 콘셉트 디자인. [Meta]
목표는 통합…스키 고글 형태 ‘미러레이크’ 주목
미러레이크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네 가지 기술을 통합, 궁극의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양산이 가능할지조차 알 수 없는 콘셉트 디자인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메타가 그리는 미래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밝힌 셈이다.리얼리티랩리서치 관계자는 “현재 출시된 VR 헤드셋 역시 놀라운 3D 및 시각 경험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는 현실의 시각 경험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다”며 “일반적인 VR 헤드셋의 해상도는 랩톱, TV,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시야 왜곡, 무게나 발열 등의 이유로 장기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점”이라며 “모든 조건을 충족하려면 전례 없는 유형의 VR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얼리티랩리서치 내부 개발팀인 ‘DSR(Display Systems Research)’팀은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가변초점, 아이트래킹(시선을 따라가는 기술), 가볍고 전력 효율이 높은 폼팩터 등을 연구해 왔다. 현재까지 개발한 기술 및 연구 결과를 접목했을 때 차세대 VR 헤드셋에 가장 알맞은 후보는 미러레이크라는 게 메타 측 설명이다.
물론 일반 대중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까지 낮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VR 헤드셋 개발은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 문제’가 된다. 저커버그 CEO 역시 이런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비주얼 리얼리즘에 도달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며 “메타가 향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메타의 전략은 시장 확장…다음 행보는?
전문가들은 메타가 이번 행사를 통해 ‘미러레이크’라는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긴 했으나 단일 전략이 아닌 복수의 전략을 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모든 것을 통합한 미러레이크를 만들고 싶지만 현시점에서 이는 호수에 비친 이상향일 뿐이라는 것이다. 메타버스(가상 세계) 분야 전문가인 최형욱 라이프스퀘어·퓨처디자이너스 대표는 “미러레이크는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위치한 작은 호수”라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광학의 결정체를 표현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코드명으로 차용했다면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러레이크과 홀로케이크2는 단기적으로는 다른 선택지”라며 “미러레이크가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난제라면 홀로케이크2는 별개로 접근이 가능하다. 단순히 혼합현실 UX(사용자 경험)를 구현한 형태라면 빠르면 올 연말 홀로케이크2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AR 헤드셋의 경우 기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인한 프라이버시 이슈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홀로케이크2를 먼저 선보였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최 대표는 “홀로케이크2는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실내형 혼합현실 디바이스”라며 “이동 편의성 문제, 프라이버시 문제가 없는 홀로케이크2를 통해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하고 시장을 안에서부터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잠재력이 큰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세계적인 경기침체, 셰릴 샌드버그의 부재, 커지는 세간의 의심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분명한 것은 메타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꿈꾸는 메타버스를 만들어내려면 긴 커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며 비주얼 리얼리즘에 대한 비전, 동기가 절실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메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