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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EBS 스타강사’ 김효은 “이미지 정치로 소모돼도 좋으니…”

[2024 총선_판 뒤집기 노리는 사람 15人] 국민의힘 경기 오산 후보 ‘레이나’… “여러 번 ‘리필’하며 오래 써주기를”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3-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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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수능 외국어 영역 강사로 EBSi에 입성한 그는 만 14년간 대표강사로 명성을 떨치며 1990~2000년생 수험생에게 친숙한 얼굴이 됐다. 당시 ‘얼짱’ 열풍을 타고 인터넷 공간에서 ‘제2의 김태희’라고 불릴 만큼의 미모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선명하고 정확한 발음과 열정적 강의 태도가 돋보였으며 실력도 인정받았다. 2016년부터는 강의력 좋은 강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EBSi 수능완성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엔 수능 영어 듣기 해설 강의를 담당했으며, 2019년부턴 수능 특강에도 참여했다. 무엇보다 독해나 문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인기 영역인 듣기 수업을 주로 담당했는데 그의 강의에 학생들이 대거 몰려 눈길을 끌었다.

    인생 목표는 국가 주도 영어 프로젝트 참여

    영어강사 ‘레이나’로 대중에게 익숙한 김효은(41) 경기 오산 후보 얘기다. 그는 2월 국민의힘 총선 인재로 영입돼 경기 오산시에 전략 공천됐다. 경기 오산시는 단독으로 선거구를 이룬 17대 총선부터 21대까지 다섯 번의 총선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모두 승리한 민주당 텃밭이다. 제22대 총선에선 안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에서는 영입 인재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를 전략 공천했다. 차 후보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보건 박사 출신으로 영국 맨체스터대 인도주의학과 평화학 부교수로 일했다. 그에 맞서는 김 후보는 영남대 영어교육과,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EBSi 강사, 대성마이맥 강사, KBS 라디오 ‘굿모닝팝스’ DJ 등 줄곧 영어 강의를 해온 인물이다. 김 후보의 이력을 생각하면 총선 출마는 의아한 행보다. 잘나가던 스타 강사가 돌연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

    “학창 시절이 영향을 미쳤다. 어릴 때는 학생들이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영어 콘텐츠는 학교 수업과 EBS 교육방송 같은 게 전부였다. 등하교 때 경북 영천 논두렁길에서 KBS 라디오 ‘굿모닝팝스’ 녹음본을 들으며 독학했다. 국가의 지원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중학교 여름방학 땐 지역 영어 경시대회를 앞두고 학교 영어 선생님이 자택으로 나를 불렀다. 생후 100일 된 신생아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와중에 내 영어 발음을 지도해 주던 은사님 모습을 보며 ‘국가에서 받은 것을 고스란히 사회에 돌려주고 헌신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자연스레 EBSi 강사로 활동한 건가.

    “학생들에게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교육정책에 수요자의 의견과 생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졌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제한적 상황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총선에 출마했나.

    “영유아 때부터 영어를 읽고 쓸 수 있게끔 교육하는 국가 주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이나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사교육비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다 접한 영어강사 출신 아이 엄마인 내가 이 일을 제일 잘할 수 있다. 교육의 성패는 콘텐츠가 좌우한다. 오산을 시민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누리는 첨단 교육특구로 만들고 싶다. 어떻게 보면 꼭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 거다.”

    인재 영입은 어떻게 이뤄졌나.

    “5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을 A4 용지에 한가득 채워서 국민의힘에 보냈다. 3주 뒤 여당 지도부와 면담을 했고, 두 차례의 정책 면접을 거친 뒤 영입 인재로 발탁됐다.”

    ‘한동훈’ 보고 국민의힘 선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김효은(레이나) EBSi 영어강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김효은(레이나) EBSi 영어강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는 뭔가.

    “현재 우리 사회의 병폐가 이른바 갈라치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편가르기를 타파하려면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공정과 상식,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 내가 보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런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낸다. 과감하게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 특권의식에 젖지 않은 모습이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도 맞아떨어진다. 한 위원장이 당을 맡은 후 스마트함, 명료함 그리고 진심 어린 모습이 국민의힘에도 반영돼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한 위원장이라는 한 사람을 보고 국민의힘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 후보는 한 위원장을 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마주한 게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김 후보에게 “출판기념회 같은 행사로 정치자금을 모으는 건 지양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김 후보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국민의힘에 들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성 정당들이 그동안 큰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정치’를 하려고 청년이나 유명인을 이용해 왔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기성 정치세력에 동화되거나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나.

    “나를 ‘이미지 정치’에 이용할 거라면 오랫동안 소모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나는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 자녀를 양육하는 3040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영입된 인재가 아닌가. 특히 저출산 문제는 10년, 20년을 바라보며 대비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내가 소모품처럼 쓰여도 괜찮다. 다만 여러 번 ‘리필’하며 오래 써주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에 따르면 후보자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보도와 토론 방송 등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후보자의 음성 및 영상 등 실질적 출연 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김 후보가 진행하던 ‘2025 수능특강 영어 듣기’ EBSi 강의가 일시 중단돼 수험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강의 촬영 도중에 총선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에게 민폐라는 비판도 있다.

    “인터넷 강의가 선거방송심의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2025 수능특강 영어 듣기 촬영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강의를 방송으로 볼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전국 수험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유를 불문하고 내 잘못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말로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수험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제작된 2개 강좌 중 수능개념 강의는 유튜브에 전편 업로드해 복습 음원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스타 강사가 돌연 총선에 뛰어든 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정치하기 전까지는 나 또한 현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치 행보를 걸으면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정치를 택한 것은 특권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지금보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산에서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

    신동아 4월호 표지.

    신동아 4월호 표지.



    2024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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