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이고, 진정한 공부란 어떤 것인지 일러주는 책들.
꼭 10년 전 막노동꾼 출신 서울대 수석합격자로 유명세를 날린 장승수씨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낸 이래, ‘공부’는 출판가에서 놓칠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출판사마다 공부법 전담팀이 생길 정도다.
공부법(혹은 학습법) 관련 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은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사상을 집대성한 ‘탈무드’에서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공부의 비결’이란 책을 쓴 세바스티안 라이트너 박사는 “공부는 수영이나 운전처럼 누구나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능력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자동차 레이서가 코스를 아무리 빨리 주파한다 해도 운전을 할 줄 아는 보통사람이 며칠 연습하고 나서 똑같은 경주용차로 달렸을 때보다 기껏해야 두 배 빠르다는 것. 라이트너 박사에 따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10가지 언어를 배울 능력이 있으며 단지 학습방법과 동기가 문제다. 이제 희망이 보인다. 나름대로 정립된 학습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이미 1000종이 넘게 나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유행은 수상하다. 책을 펼치면 이렇게 해야 효과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일장 연설을 하는데, “공부해서 뭐할 건데?” 하고 물으면 답이 안 나온다. 하긴, 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다. 정답은 한때 ‘서울대’였고 지금은 ‘하버드대’로 바뀌었다. 하버드대 간판을 달아야 인재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직업인생 준비부족’이라는 병
마치 족집게 과외선생을 찾듯 공부 잘하는 비결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내 아이의 스무 살, 학교는 준비해 주지 않는다’(멜 레빈 지음, 도서출판 소소)를 권하고 싶다. 소아과 전문의로 학습·행동장애를 연구해온 저자는 스무 살에 접어든 ‘초보 어른’들 사이에서 ‘직업인생 준비부족이라는 전염병’을 발견했다.
오늘날 정규교육이란 무엇인가. 1학년은 2학년 때 읽기를 배울 것에 대비해 철자법을 배우고, 2학년은 3학년 때 이야기책을 접할 수 있도록 유창하게 읽는 법을 배운다. 고등학생은 가능한 한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사전지식을 배운다. 끊임없이 다음 단계를 준비시킨다. 그래서 초·중·고등 학교는 정확히 말하면 ‘대학생활을 준비시켜 주는’ 곳이다. 그런데 왜 인생 준비 학교는 없을까.
저자는 또 정규교육을 뷔페에 비유했다. 수학, 역사, 철학, 성교육, 컴퓨터 뭐든 배울 수 있는 곳. 수업이 끝나면 운동을 하고 악기 연주를 배우고 친구들과 인터넷 채팅, 휴대전화, TV, DVD 같은 간식거리까지 메뉴는 무제한이다. 그러니 10대 시절에는 선택의 고민이 없다.
그러나 20대가 되면 한 가지 직업, 한 명의 배우자를 골라야 한다(한국에서는 20대 후반 혹은 30대가 돼야 비로소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모든 삶을 살 수 없다. 뷔페는 끝났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지금의 교육과 양육 방식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로교육 전문기관인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대한민국에 약 1만개의 직업이 있는데 부모나 아이들이 아는 직업은 5개를 넘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모나 아이가 바라는 직업은 각각 ‘의사·변호사·한의사·치과의사·교사’, ‘과학자·축구선수·의사·CEO·연예인’으로 한정돼 있다. 조 대표는 장래 목표야말로 아이들이 공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망각하고 오직 단기적인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교육환경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