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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잃어버린 대륙의 문명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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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가 아틀란티스라고 하면 대륙이 사라졌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전설에서 찾는다. 바하마와 카리브 해의 아메리카 인디언 사이에 전해오는 홍수 신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격렬한 폭풍우로 인해 땅이 가라앉았고…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오랜 달이 부서지고…바다가 몰려들었다.”

저자는 이 대목이 플라톤이 묘사한 아틀란티스 멸망 장면과 아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오랜 달’이란 말에 중요한 단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오랜 달’을 외계의 물체, 즉 운석으로 간주한다. 이 운석으로 인해 지구 역사상 마지막 빙하시대가 도래했고, 아틀란티스 문명 또한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1991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 끝에서 직경 160km의 운석 구덩이가 발견됐다. 카리브 해 일대에서 ‘베디아사이트’가 다량 발견됐다는 점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베디아사이트는 운석이 충돌하면서 용해돼 대기 중에 분출된 바위조각을 가리킨다.

운석 충돌, 결정적인 재앙인가

그러나 콜린스의 주장에 고고학계는 크게 반발했다. 우선 콜린스가 신화나 전설, 그것도 카리브 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말한 것을 토대로 아틀란티스를 발견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한다. 아틀란티스인들이 1만년 동안 계속 쿠바에 살면서 전설을 남겼다는 것인가.



고고학자들은 또한 운석 충돌에 의해 아틀란티스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는 주장은 작위적이라고 꼬집는다. 버뮤다 삼각지대를 포함해 인근 쿠바 지역이 해수면의 상승으로 수몰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적어도 7000~8000년에 걸쳐 일어났다.

더구나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운석구덩이는 6500만년 전의 것이며(일반적으로 당시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다고 추정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설도 많음), 카리브 해에 떨어졌다는 운석이 결정적인 재앙을 몰고 왔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도 콜린스의 주장에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한 1만년 전에도 카리브 해 인근에 인간이 살았을 가능성은 있으나 초고대문명이라고 알려진 아틀란티스 문명과는 거리가 멀고, 그가 구대륙과 연결됐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흔적들도 기원전 2000~1500년의 것이라 시간상 맞지 않는다.

콜린스가 쿠바 지역이 아틀란티스라고 주장하자 “카스트로 수상이 아틀란티스인이냐”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아틀란티스 탐험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던 절대 명제를 타파했다는 점에서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과 구대륙이 콜럼버스 이전에도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주장은 구대륙과 신대륙의 역사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꿈과 희망의 대륙,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에는 매우 유명한 아이러니가 따라다닌다. 그것은 아틀란티스 대륙이 실존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하는 과학자들조차 심정적으로는 아틀란티스 대륙이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거트루스 윌리엄스는 이렇게 말한다.

“미지의 대상에 두려움을 갖는 인간의 정신 속에는 미지의 것을 희구하는 심리와 평범하지 않은 것을 탐구하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

아틀란티스 대륙은 찾을 수 없기에 오히려 매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틀란티스 대륙의 전설이 2000년 넘게 내려오면서 아틀란티스에 관한 책이 5000여 권이나 발간된 것은 그만큼 이 전설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아틀란티스의 진상이 알려진다는 것은 인류가 갖고 있는 오랜 꿈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틀란티스가 발견되지 않아야 아틀란티스 대륙의 보물들이 그대로 바닷속에 묻혀 있을 것 아닌가.

신동아 200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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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국가박사, 과학저술가/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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