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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근친상간하고 며느리와 섹스하고…

‘아버지’들의 불온한 욕망

딸과 근친상간하고 며느리와 섹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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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이자 축복인 그녀

“로리타 내 삶의 빛, 내 남성의 불꽃이여, 나의 죄악, 나의 영혼이여. 로.리.타. 혀끝이 세 번 올라가 입천장에 붙으면서 이를 세 번 건드린다. 로.리.타.”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허벅지를 드러내고 소파에 걸터앉는다. 아이라기에는 조금 여성스러운, 하지만 여자라고 보기엔 한참 어린 그녀, 그녀는 자신의 처녀성을 무기처럼 전시하고 아직 어린 자신의 몸을 무방비로 드러낸다.

유럽에서 온 교수 험버트 험버트는 소녀들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연약하고 몽상적인 천진난만함과 말괄량이 같은 천박함의 혼합.” 덜 자란 소녀들의 몸짓에는 분명히 이런 이율배반적인 힘이 있다. 아이와 여성의 경계에 선 그녀들에게서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필연성에 따른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힘을 성적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늙은 남자의 시선이다. 아니, 그러한 소녀가 여성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죄의식과 황홀함을 함께 고백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인간다움이고 도덕이며 윤리다. 윤리이자 도덕이라 부르는 사회적 질서는 소녀의 육체에 눈감고 그녀의 나이를 바라보라고 명령한다. 그녀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순간 남자는 변태가 되고 패륜아로 축출당한다. 여기 이 남자, 험버트 험버트처럼 말이다.



출간 당시 포르노그래피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소설 ‘로리타’는 소녀들을 향한 남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을 입체화하고 있다. 형법상 아동 학대이자 심각한 범죄로 분류되는 이러한 현상은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문학비평가들은 로리타를 향한 늙은 교수의 사랑을 신진 세력으로 등장한 북미권에 대한 늙은 유럽 지성의 짝사랑으로 분석했다. 어쩌면 이러한 분석은 옳은 것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으로 파멸적인 사랑을 이성적이면서 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다.

로리타를 향한 험버트의 시선은 분명 도착적이고 변태적이다.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인정해야 할 것은 험버트가 가진 그 욕망이 단순히 한 소녀의 처녀성을 빼앗기 위한 마초적 정복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로리타’에서 이목을 끄는 충동과 욕망은 일회적일 수밖에 없는 ‘소녀’라는 지표가 가진 그 순수함에 대한 열망이다. 이는 되돌아갈 수 없는 젊음에 대한 미칠 듯한 동경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리타를 향한 험버트의 고백, 신음과 절규에 가까운 환호는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나의 불꽃이자 죄이며 기쁨인 소녀”, 기쁨이자 아픔이고 죄이자 축복인 그녀, 그녀가 바로 ‘로리타’이니 말이다.

‘로리타’는 우리가 도덕이나 규칙, 윤리라고 말하는 그 모든 질서를 위배하는, 도발적인 영화다. 그 도발성은 우선 험버트가 ‘로리타’라고 부르는 소녀가 바로 법적인 딸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인 험버트는 뉴잉글랜드에 숙소를 구하러 갔다가 돌로리스라는 딸을 데리고 사는 과부의 집에 들르게 된다. 그는 소녀를 보는 순간 반하게 되고, 그 집에 머물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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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리타’

간교함의 매력

심각한 것은 그가 후에 ‘로리타’라고 부르게 될 이 소녀와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그녀의 엄마와 결혼한다는 사실이다. 루카치의 말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평생 얻기 위해 그녀의 가족과 결혼해버린 것이다. 자신의 딸에게 ‘다른 감정’을 지니고 있을 줄은 짐작도 하지 못한 헤이즈 부인은 이 어두운 내면의 남자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험버트의 일기 속에서 자신의 딸에 대한 마음을 알고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헤이즈 부인은 놀라움에 뛰쳐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녀와 단둘이 있게 될 결정적 순간. 그렇다면 험버트의 욕망은 실현되는 것일까?

블라디미르 나브코프의 소설 ‘로리타’는 스탠리 큐브릭과 애드리언 라인 감독에 의해 두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로리타’는 중년 남성이 소녀의 발칙한 유혹에 이끌리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로리타는 순결하지도, 그렇다고 무구하지도 않다. 그녀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을 순진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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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영화평론가 nox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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