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메테우스 경제학 _ 류동민 지음, 창비, 340쪽, 1만5000원
나는 내 정체성과 관련해, 예컨대 대학교수보다는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자라는 점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므로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은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자가 쓴 마르크스 경제학에 관한 그 무엇일 수밖에 없다. 오래전 대학출판부에서 낸 강의교재를 제외하면, 내게 사실상 최초의 단독 저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하던 순간부터 마지막 교정쇄를 넘기는 순간까지 나는 어깨에 힘을 잔뜩 넣고 잘난 체하고 싶은, 시도 때도 없이 삐져나오는 욕망에 맞서 싸워야 했다. 여기에서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책이 아니고자 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자기 책을 선전하는 듯한 민망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붙였고 나 자신도 선선히 받아들인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라는 부제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은 통상적인 의미의 마르크스 경제학 교과서는 아니며 새로운 세대를 가르치거나 설득하기 위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먼저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은 교단으로 상징되는 높은 곳에 서서 아래에 위치한 청중(학생)에게 특정한 기술이나 사고체계를 일방적으로 전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나는 지은이와 읽는 이가 대등한 위치에 서서 민주적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은 통상 마르크스 경제학이 가져야 할 미덕(또는 비판자의 처지에서는 악덕)으로 상징되는 특징, 즉 방법론에서 출발해 혁명을 위한 강령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꿰어지는 체계를 지향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애석하게도 즉각 처방전으로 써먹을 수 있는 한국 경제의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한다. 아니, 원래부터 그럴 의도가 없었다.
다음으로 젊은 시절 진보이념의 세례를 받았던 386세대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세대를 설득하거나 훈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386세대라는 말이 욕이 되어버린 현실을 잘 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젊어서 좌파, 늙어서 우파” 따위의 보수적 버전이나 “88만원 세대여 단결하라”는 진보적 버전의 표현이 본의 아니게 숨기게 되는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고자 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회색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나무의 푸름에도 그것을 어떻게 이름 붙여 부르냐는 수많은 회색의 이론이 있어왔고, 그것들이 때로 막대한 물질적 힘과 결합되어 소나무 그 자체를 부숴버리기도 하는 현실을 이 순간에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나같이 일천한 경제학자의 비판을 받을 이유가 별로 없음에도 실명으로 거론된 많은 분은 센세이셔널리즘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는 결코 아니다. 최소한 소통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거나 다루어질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히 내가 평가했기 때문이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래에 집중하라 _ 마티아스 호르크스 외 지음, 박희라 옮김
“트렌드는 아주 구체적이고 분석 가능하며,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무엇이다.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트렌드의 인식’이 아니라 ‘트렌드의 활용’이다. 트렌드를 이용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학자이자 트렌드 전문가로 트렌드를 통해 미래를 읽는다. 1998년 미래연구소를 설립해 미래아카데미, 미래어드바이저, 미래컨설팅, 미래출판사의 4개 비즈니스 영역으로 나눈 뒤 휴렛팩커드,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인텔, BMW 등과 같은 세계 최고 기업을 컨설팅하고 있다. 미래의 고객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경쟁력 있는 기업은 그 요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트렌드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비즈니스북스/ 320쪽/ 1만5000원
뉴 골든 에이지 _ 라비 바트라 지음, 송택순 김원옥 옮김
‘뉴욕타임스’, ‘뉴스위크’에 칼럼을 쓰는 라비 바트라는 탁월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역사 순환주기와 경제학적 예측 도구를 활용해 1980년대 소련 공산주의 붕괴, 2010년 미 독점 자본주의 해체를 예측해서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전세계적 금융대란 이후’를 말한다. “세계적인 불황이 지나면 지금과 같은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는 해체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세력이 등장하면서 전례 없는 번영의 시대, 이른바 뉴 골든 에이지가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전례 없는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존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배 계층의 배를 불리고, 소득과 부의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번영은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한 방울씩 젖어든다는) 적하(滴下)경제학은 빈곤의 주범이다. 그러므로 지식인들은 전세계에 빈곤의 씨를 뿌리는 적하경제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더스북/ 360쪽/ 1만5000원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_ 프란츠 M 부케티스 지음, 원석영 옮김
“이 책의 기본 테제는 자유의지란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환상은 전적으로 유용하다. 환상은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생존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책에서 저자는 철학사에서 자유의지에 대한 궤적을 밟으며, 다위니즘을 토대로 자유의지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건 곧 인간의 고유한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유의지에 대한 속성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의지가 자유로운지 혹은 부자유한지에 대해 명석하게 아는 것은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동물로서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열음사/ 240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