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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봄날에

봄날에
제게 잎을 주지 마십시오.

연록빛 날개로 잠시 오를 뿐

곧 무거워질 잎사귀는 주지 마십시오.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갤 수 없도록.

여기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다시는 제게 말 걸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이 쓴 뿌리를 받아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피우지는 마십시오.

봄날에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연세대 국문학 박사, 현 조선대 교수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등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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