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총신(銃身)’ 보호용 스포츠웨어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입력2008-04-03 1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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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신(銃身)’ 보호용 스포츠웨어
    원초에 하느님이 움직이는 사람을 빚어내고 이르셨다.

    “네 몸에 붙어 있는 부품들은 모두 쓸모가 있나니, 그 생김새와 쓰임새에 따라 네 마음대로 사용토록 하라.”

    사람들이 그것을 제멋대로 놀려 보니 한 곳에 어울려 모인 이목구비는 물론 길쭉한 사지(四肢)까지 죄다 할 일을 해냈지만, 어찌된 일인지 황량한 하반신에 홀로 우뚝 솟은 곤봉 하나만은 자력으로 쾌유(快遊)치 못하는지라, 아둔한 남정네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 이 부품은 도대체 무엇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나의 전지전능한 신력(神力)을 응축시킨 사내의 정수(精髓)이며 네 육체의 으뜸이니라. 비록 생김새는 흉물스러운 뱀과 같지만 그 녀석의 성깔이나 변신의 매직은 너희들의 의지를 초월한 것이다. 자립 능력은 있지만 스스로 즐거울 수는 없을 터. 그래서 너희들에게 거푸집을 내려보내니 잘 다듬어서 어울려 사용토록 하라.”



    거푸집! 살로 된 그 틀은 참으로 오묘한 물건이었다. 제멋대로 자라난 이름 없는 풀숲 안에 앙증맞은 꽃단추 하나, 터널, 터널 입구의 덮개 한 쌍, 그리고 갖가지 혐오시설까지 한데 어우러져 집락(集落)을 이뤘다. 거푸집 살틀을 마주한 문제의 곤봉은 달뜬 소리로 물었다

    “하느님! 이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저 괴상한 물건이 저에게 자꾸 손짓하고 있습니다. 몸은 벌써 돌덩이로 변해 있고 온몸에 열이 나며 뻐근하기까지 합니다.”

    하느님이 껄껄 웃으면서 답했다.

    “주저하지 말고 생김새대로 즉시 조립(組立)하라! 그것이 바로 나의 뜻이니라.”

    둘은 요철 맞춤을 시도한 후 자연의 쾌감에 따라 상부상조, 일진일퇴, 이전투구, 용호상박을 벌인다.

    “하느님, 기쁨 같은 긴장이 온몸을 파고들다 금세라도 터져나와 숨통을 막아버릴 것 같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충만감이랄까, 아니 고통 같은 쾌감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군요.”

    “주저하지 말고 격발하라.”

    곤봉의 전신 쥐어짜기가 감행됐다. 수억의 생명이 터널의 어둠을 뚫고 분출되는 순간 천상 하느님의 얼굴이 뚜렷하게 다가왔다. 이래서 생긴 스포츠 종목이 사격술이다.

    사격 경기!

    천혜의 용구인 08구경(요도 직경 0.8cm) 소총 한 자루와 거푸집 살틀이라는 단일 표적만 구비되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레저 스포츠. 까다로운 이론이나 기술, 특별한 용구나 시설도 필요 없는 만인의 대중 스포츠. 어디 그뿐인가, 횟수 제한이나 경기시간 규정이 없고 일정한 격식도 없다. 관중의 환호나 심판의 판정도 없다. 선수가 탈진해 녹아떨어질 때까지 지속되는 무제한 녹다운 자유형 개인경기다.

    운동종목 가운데 이것만큼 감격의 탄성을 쏟아내는 경기가 또 있을까. 사격 경기가 대중화한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열풍만큼 안전사고도 속출한다. 안전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총기의 결함도 문제지만 경기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오발, 남발 등이 안전사고의 주범이다. 아무 과녁에나 총부리를 겨냥한 무차별 오락 사격을 일삼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일찍이 각 사수의 독점 전용 표적을 지정한 후 ‘일사수 일표적’의 원칙을 강조했다. 일찌감치 사격술의 잡기화, 표적의 상품화를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천심을 거역했다. 노리개 표적, 일회용 표적이 사수들을 꼬드기고, 사수는 사수대로 이웃집 표적을 향해 연습사격, 과외사격을 서슴지 않았다. 그야말로 탄환이 난무하는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총기 난사, 오발 사고에 의한 총신의 오염, 표적의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구의 출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19세기 중엽, 이들 사수가 사선(射線)에 오를 때 착용하는 ‘스포츠웨어’가 개발되었다. 양질의 스포츠웨어는 착용이 간편하고 활동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 선수의 기록을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두께가 얇아야 하고 경기 도중 구멍이 나지 않을 만큼 내구성을 요구한다.

    기실 스포츠웨어의 역사는 유명한 사격선수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찰스 2세(영국)의 총기 난사 습성에서 출발했다. 여타의 제왕, 군주만큼이나 잡기화한 사격 경기에 흠뻑 젖어 살던 찰스 2세. 그의 충성스러운 주치의 콘돈(Condon)이 왕의 총신(銃身)을 덮는 아담한 자루를 만들어 왕에게 진상한 것이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왕이시여! 사선에 오르실 때에는 꼭 그 옷을 착용하소서.”

    “그것이 무엇인가? 생김새가 마치 장화 같구려.”

    “폐하의 로열 총기를 덮는 덮개이옵니다.”

    “덮개?”

    “그러하옵니다. 폐하의 총기를 탐하는 여자가 너무도 많습니다. 바라옵건대 그 옷을 끼워 입고 사선에 드시면 경기 감각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황실의 가계(家系)가 온전하게 보존될 것입니다. 왕자가 많으면 집안싸움이 잦아지는 법 아닙니까.”

    “어허! 경은 무엇으로 그걸 만들었는가?”

    “염소 맹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염소의 맹장을 취해 수시간 물에 담가뒀다가 그것을 뒤집어서 엷은 알칼리액에 적시면 유연해집니다. 이 상태에서 점막을 밀어내고 근육질의 피막만 남긴 다음 유황의 연소증기에 넣었다가 비눗물로 씻어 말린 후 18~20cm 길이로 절단하고 주둥이 쪽을 리본으로 붙잡아 매어 만든 것입니다.”

    그날 밤 찰스 2세는 콘돈이 시킨 대로 염소 맹장주머니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매우 흡족했고, 그 다음날 콘돈은 기사 작위를 받았다.

    세월이 흘러 스포츠웨어, 콘돔(condom)은 리넨이나 견사 제품으로 변천됐지만 고무공업의 발달과 함께 라텍스 제품으로 개선됐다. 전체 길이 17cm, 직경 5~5.5cm의 라텍스는 실온에서 좌우로 잡아당기면 80cm까지 늘어나 5분 이상 견딜 수 있고 물을 부어넣으면 2ℓ까지 들어가는 기막힌 신축성을 자랑하게 됐다.

    한때 ‘여자를 울리는 도구’ ‘본성을 숨기는 새침떼기’ ‘여자를 만족시키는 애인’ 등으로까지 격상된 사격 경기용 스포츠웨어는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의 모든 사수가 즐겨 찾는 준(準)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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