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까지 도서관 지키는 ‘야간 사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
사서 자격증 있어도 月 150만 원도 못 받아
“경과적 일자리다” 對 “상시·지속 업무다”
고용부 “정규직 전환 여부, 도서관에 맡길 것”

경기도 소재 Y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김미희(가명·54) 씨는 극 중 신민아와 같은 직업을 가졌다. ‘개관시간 연장 기간제 사서’(이하 야간 사서)다. 하지만 김씨는 “TV 드라마와는 달리 도서관에서 여유 부릴 틈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일한다고 하면 자리를 지키며 한가롭게 책이나 읽는 줄 알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밤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도 꽤 많습니다. 또 책 대출과 반납은 물론 예약도서와 책 바코드 관리, 서가 정리를 합니다. 책 수레에 쌓인 책 수십 권을 옮기고 나르면서 먼지를 들이마시는 것은 예삿일이고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정보접근취약계층이 수월하게 책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주요 업무입니다. 분기별로 도서관 기획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면서 도서관 운영에도 참여해요.”
‘야간 사서’란 평일 오후 1시 이후에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사서를 말한다. 주말 이틀 중 하루도 도서관을 지킨다. 전국 공공도서관은 2007년부터 평일 밤 10시, 주말 오후 6시까지로 도서관 운영 시간을 늘렸다. 야간 사서는 이렇게 연장된 개관시간을 책임지는 도서관 직원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512개 공공도서관에서 1258명이 야간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 사이 100여 명이 늘었을 정도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공공도서관도 위탁·비정규직 위주
김씨는 2009년 초등학교 기간제 사서로 처음 도서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문헌정보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도서관 일을 하면 할수록 전문성을 갖춰야겠다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급 정사서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2015년부터 Y공공도서관에서 야간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그가 사서직 지방공무원에 도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구 1252만 명의 경기도가 해마다 신규 채용하는 사서직 공무원(정규직)은 26명. 그중 김씨가 사는 지역의 채용 인원은 단 한 명이었다(2017년 기준). 당장 일자리가 급한 그는 비정규직 사서 채용을 알아봤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도시관리공단이나 각 지역 문화재단 등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위탁 운영되는 도서관은 사서를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초·중·고·대학 학교도서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는 ‘도서관인으로서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졌어요.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월급은 150만 원이 채 되지 않고 휴일은 들쑥날쑥하죠. 무엇보다 해마다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합니다. 제 처지가 불안하니 도서관인으로서 포부를 갖는 것은 사치예요.”
현재 야간 사서에게 지급되는 월 급여(기본급)는 주당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47만6500원. 공무원 9급 3호봉에 해당한다(2016년 기준 기본급, 각종 수당 제외).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 7년차 야간 사서인 김씨 역시 148만 원을 받고 있다. 또한 야간 사서의 고용 조건은 보통 평일 4일 근무, 주말 1일 근무이기 때문에 주말에 근무하더라도 주말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명절휴가비, 상여금 등 각종 수당도 받을 수 없다.
메뚜기 뛰는 야간 사서들
부당한 대우 개선을 호소하는 야간 사서는 김씨만이 아니다. 부산 지역 야간 사서들이 ‘신동아’에 제보한 문건에 따르면 부산 지역 소재 22개 이상 공공도서관에서 적게는 3명, 많게는 6명의 야간 사서가 3개월에서 364일짜리 ‘단기’ 근로계약을 반복하며 ‘장기’ 근무하고 있다.이들 역시 김씨처럼 상당수가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인력이라고 한다. 이들은 개관시간 연장 업무는 물론 민원서비스, MARC(MAchine Readable Cataloging·기계가독목록형식)를 다루는 업무도 맡고 있다.
MARC는 컴퓨터가 지은이, 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등 책의 정보를 식별해 축적·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도서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장기 근무하는 방법은 이렇다. A공공도서관이 B라는 야간 사서와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맺는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1개월이 지난 후 A도서관은 B와 다시 11개월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이 종료되면 이번에는 새로운 C 야간 사서를 고용한다. 한편 물러난(?) B 야간 사서는 D공공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현행법상 사업자명(공공도서관)이 다를 경우 기간제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해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야간 사서 상당수가 1,2년에 한 번씩 부산 지역 공공도서관을 바꿔가며 수년간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신규 채용일 뿐 한곳에서 동일한 업무를 1년 이상 지속한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연속 근로’를 인정받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도서관의 야간 사서직에 지원할 때 채용 불이익을 받을까봐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서관 사람들은 야간 사서의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을 넘지 않는 이유가 야간 사서들에게 퇴직금과 연차휴가 등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본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야간 사서 일자리는 여러 사람에게 근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채용 기간이 1년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계약 시점이 돌아오는 연말마다 가슴 졸이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은 ‘일당’ 지급
한편 문건에 따르면 부산 지역 공공도서관은 2,3년 전까지 야간 사서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일당을 지급했다. 이를 월 급여로 환산하면 80만 원 조금 넘는다(20일 근무·2014년 기준). 2016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을 따라 월급제로 바뀌었지만, 현재도 일부 공공도서관은 야간 사서에게 일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신동아’ 취재 결과 부산 지역 37개 공공도서관 중 야간 사서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도서관은 기장군을 포함한 5개 구·군에 있으며, 기장군 포함 3개 지역 도서관은 행정자치부가 올해 밝힌 단순노무직종 보수를 적용해 일급 6만5674원을 지급한다. 기장군 측은 “이를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약 158만 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권고하는 147만 원보다 많다”며 “월급제일 경우 야간 사서가 받게 되는 퇴직금 등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도서관의 야간 사서들은 “일당제라서 월차(月次) 휴가 사용에 불이익이 있다”고 토로한다.
월급을 받는다면 월차를 사용해도 급여에 변동이 없다. 하지만 일당제라 월차를 사용할 경우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이틀치 일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통상 주 5일 근무하면 주차수당이 추가돼 6일치 임금을 받는데, 월차를 사용하면 주 4일 근무가 돼 주휴수당까지 못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장군 측은 “월차를 사용해도 월차수당 및 주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동아’는 월급명세서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월급명세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언론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정보공개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취재 결과 다른 도서관은 주말에 저녁 6시까지만 운영하고 공휴일에는 문을 닫지만, 기장군 도서관은 주말과 공휴일 모두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야간 사서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밤늦도록 일하지만 정해진 일급 외의 보상 또한 없다. 부산 기장군은 ‘휴관 없는 도서관’을 지향하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휴무 없이 밤 10시까지 도서관을 운영한다. 이에 대해 기장군 측은 “야간 사서 근로계약서는 주말 · 공휴일 근무를 근무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휴일근무수당의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야간 사서에게 여전히 일당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또 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도립도서관 11개 중 공공도서관 개관시관 연장사업에 참여하는 7개 도서관이 그러하다. 이들 도서관은 사서 자격증 소지 여부에 따라 일당을 차등 지급한다. 자격증이 있으면 5만9310원, 없으면 5만3120원으로 6000원가량 차이가 난다. 사서 자격증 미소지자의 지난 9월 월평균 급여는 132만 원으로, 문체부가 권고하는 147만 원보다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도교육청 측은 “문체부 지침과는 달리 야간 사서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른 지역 공공도서관들과는 달리 1년 근로계약을 맺고 야간 사서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YES’, 문체부는 ‘NO’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경과적 일자리’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경과적 일자리란 일종의 취업지원 정책으로, 구직자에게 일정한 근로 경험을 제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취업의욕과 기초직업능력이 낮아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경과적 일자리 사업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직접’ 일자리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