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질투하는 개 바로잡기

‘아이야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입력2018-08-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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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도 질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개의 강력한 질투심은 각종 문제행동의 원인이 되고, 보호자 또한 고통에 빠뜨린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무분별한 사랑과 관심부터 끊어야 한다.
    개의 감정을 아는 것은 행복한 반려생활의 첫걸음이다. 개의 감정을 잘못 이해하면 잘못된 방법으로 의인화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오해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개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짐처럼 변해 개와 보호자 모두 힘들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렇게 반려생활을 망치는 개의 감정 중 하나가 질투다. 개의 지능 발달은 보통 사람 2.5~3세 수준에서 멈춘다(보더콜리 등 일부 견종은 5세 수준까지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개와 만 2.5~3세 아이를 대상으로 ‘질투 실험’을 한 결과가 있다. 

    먼저 사람 대상 실험 내용은 이렇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책을 보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환경을 만든다. 이럴 때 보통 아이들은 별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부모가 역시 아이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인형에 관심을 표시하는 상황을 만들어봤다. 그러자 아이들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울음을 터뜨려도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아이들은 인형을 꼬집고 때리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강아지 인형 질투하는 강아지

    학자들은 개를 대상으로도 같은 내용의 실험을 했다. 보호자가 책을 보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는 개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가끔 보호자를 쳐다보기는 해도 장난감이나 다른 놀 거리가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보호자가 강아지 인형을 가져와 관심을 보이면서 자기를 외면하면 개는 이내 짖기 시작했다. 

    개가 이런 상황에서 왜 짖는지 이해하려면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비슷한 실험 상황에서 왜 우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울면 엄마, 아빠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배고플 때, 배변을 해서 불편할 때, 아니면 그냥 관심을 얻고 싶을 때 울음을 터뜨린다. 



    반면 개는 울지 못한다. 그러니 짖는다. 보호자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개의 이후 행동도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가 짖었는데도 보호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강아지 모양 인형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개가 갖는 이런 질투 감정은 사람과 살면서 후천적으로 학습한 것일까 아니면 타고난 것일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람과 개 모두 질투 감정을 갖고 태어난다. 질투심을 가져야 보호자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고, 이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투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개의 질투 감정을 간과하는 보호자의 가장 큰 실수는 ‘친구 개’를 집에 들이는 것이다. 보통 분리불안을 가진 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또 다른 개를 키우는 보호자가 많다. 분리불안을 가진 개는 집에 혼자 두면 울고 짖어 민원을 유발한다. 이런 개를 기르는 보호자는 대부분 ‘우리 개가 외로워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 생각은 맞다. 개는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짖고 울고 아무 데나 똥오줌을 싸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다른 개가 있다고 풀릴까. 그렇지 않다. 보통은 사람, 특히 자기가 믿고 의지하는 보호자가 있어야만 해소된다. ‘동생’ 또는 ‘친구’ 구실을 할 또 다른 개를 들인다고 분리불안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를 더 들였을 때 분리불안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내 반려견이 어느 쪽에 속할지 궁금하면 원래 잘 알고 지내는 개를 집에 초대한 뒤 두 마리만 남겨두고 외출해 상황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사람이 없으면 안 싸워요’

    무턱대고 새로운 개를 집에 들일 경우,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 들어온 반려견까지 기존 개 영향을 받아 분리불안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보호자의 잘못된 교육으로 개들이 서로 질투심을 느끼게 되면 안정을 찾기는커녕 계속 싸우고 그로 인해 부상을 당해 병원 신세를 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개를 여러 마리 키우는 집에서 발생하는 개끼리의 싸움 원인은 대부분 질투다. 그리고 그 원인은 대부분 보호자의 관심이다. 개는 사람의 관심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개의 생존에는 먹는 것뿐 아니라 사람의 관심도 아주 중요하다. 개는 이 자원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한다. 만약 보호자가 자기가 잘했을 때나 못했을 때, 심지어 아무것도 안 했을 때까지 구분 없이 무조건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면 개는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내다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고 느끼면 질투심에 사로잡혀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같이 사는 개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 상담하러 오는 보호자들에게 늘 이렇게 질문한다. ‘혹시 보호자분이 안 계실 때도 싸우나요?’ 대부분의 보호자는 이 질문에 ‘사람이 없으면 안 싸워요’라고 답한다. 결국 개들이 사람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호자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관심 때문에 싸운다는 얘기다. 

    개들이 이렇게 질투 감정으로 인해 싸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싸움에서 이긴 개를 혼내는 것이다. ‘너는 언니가 돼서, 너는 형이 돼서 왜 그래’라며 마치 아이를 혼내듯 한다. 하지만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개 사이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에 따른 서열을 정하고 체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가뜩이나 질투로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 받는 개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싸움이 심화되거나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근본적으로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앞서 밝혔듯 보호자가 개에게 이유 없이 사랑과 관심을 쏟아부으면 개는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은 모두 내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중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대상에게 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에게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은 언제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이것을 ‘아.세.공(아이야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교육’이라고 말한다.

    강한 개 먼저 챙기기

    개가 가장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자원 즉 사랑, 관심, 그리고 먹을 것을 무엇 하나 공짜로 주지 말자. ‘앉아’ ‘기다려’ 등 기본적인 말을 가르치는 교육을 통해, 보호자의 지시를 잘 따랐을 때만 칭찬과 관심 그리고 보상(먹을 것)을 줘야 한다. 그러면 개는 ‘아,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만 칭찬을 받는구나’하는 인식을 갖게 된다. 당연히 개는 칭찬받는 행동을 더 하려 한다. 또한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면 그 일부가 다른 개에게 넘어간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참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아.세.공 교육’ 외에 또 하나 명심할 점은 더 강한 개를 먼저 챙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개는 오랫동안 사람과 같이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받아 사람과 상당히 비슷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동물은 동물이다. 개는 자원 획득의 우선순위를 자기들끼리 정하고, 비록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견고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를 지켜나간다. 그런데 보호자는 약하거나 뒤에 처지는 개를 먼저 챙기는 경우가 많다. 개들이 자기들끼리 만든 규칙을 역행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강한 개는 약한 개에게 더 많은 질투를 느끼게 되고, 약한 개는 보호자가 있을 때는 보호자와의 동맹을 믿고 평소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은 또 다른 갈등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아.세.공 교육’과 ‘강한 개 먼저 챙겨주기’ 방법으로 개 사이의 싸움이 바로 수그러드는 건 아니다. 개의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이 두 가지 방법을 꾸준히 잘 지킨다는 전제로, 평균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안정된다. 

    사실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공부하고 같이 키우는 개의 성격이 잘 맞으면 보호자가 많이 놀아주지 못해도 서로 놀면서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만약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려 한다면 고려할 문제를 소개하겠다. 첫째 나이다. 사람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을 때 많이 싸운다. 개도 마찬가지다. 특히 동시에 태어난 개를 같이 키우면 위험하다. 개 행동학에는 ‘형제 자매간의 경쟁의식(sibling rivalry)’이라는 용어가 있다. ‘동배새끼’들 사이의 갈등과 다툼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나이 차이가 너무 크면 에너지 레벨이 잘 맞지 않아 나이 많은 개가 스트레스를 받고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사이좋은 가족’이 아니라 그냥 함께 살기만 하는 ‘동거견’이 돼버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4살 나이 차가 있는 개를 같이 키우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울 때 두 번째로 고려할 것은 성별이다. 사람의 경우 남자-남자가 더 많이 싸운다. 싸움이 벌어질 때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의 세계에서는 암컷끼리 싸우는 비율이 가장 높으며 싸웠을 때 다치는 빈도도 이쪽이 많다. 그다음으로 수컷과 수컷 조합이 많이 싸운다. 암컷과 수컷 즉 이성끼리 있을 때는 잘 지낼 개연성이 높다. 

    개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세.공 교육’과 ‘강한 개 먼저 챙겨주기’ 방법의 효과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같은 교육을 해도 암컷끼리 싸움은 40~50% 정도만 좋아지는 반면 수컷과 수컷 또는 암컷과 수컷 간의 싸움에서는 70%가 넘는 교육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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