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치료는 의료계의 영원한 숙제다. 수술로 잘라내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약물요법엔 한계가 있다. 약물을 대체할 만한 건 음식뿐인데, 음식에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무한한 잠재적 효능이 있다. 자색당근과 암탁배추도 그중 하나다. 두 채소로 건강을 회복한 사례를 소개한다.
자색당근
이른 아침 서울 도심 속 한 공원. 산책 중인 주민들 사이로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부부가 눈에 띈다. 남편 최문섭(75) 씨와 부인 왕희성(70) 씨다.“일주일에 서너 번은 뒷산에 올라와요. 오장육부가 건강해지라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죠.”
이들 부부에게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3년 전 어느 날, 왕씨는 식사 후 갑자기 복통을 느꼈다. 심하게 체한 것처럼 속이 쥐어뜯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급체’인 것 같다고 해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통증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큰 병원으로 갔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물어왔다.
“쓸개(담낭)에 돌 있는 거 알고 계세요?”
자색당근 농장에서 당근을 뽑아 든 왕희성 씨.
‘콩알’만한 돌이 癌 키워
그로부터 15년 전,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간 날, 의사는 왕씨에게 담낭에 콩알만한 돌이 있다고 했다. 당시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왕씨는 수술을 거부했다. 그때 의사는 “언젠가 이 돌이 말썽을 부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 결석이 통증의 원인이었다니…. 의사는 여태까지 통증이 없었던 것을 신기해하며 담낭에 염증이 심해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결석을 제거하고 2주 후, 병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담낭의 결석을 제거할 때 한 조직검사에서 암 인자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결과는 담낭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온 가족이 눈물바다가 됐다. 병원에서는 당장 재수술을 권했다. ‘간의 3분의 1을 잘라내야 한다’는 말에 겁이 난 왕씨는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아보자는 자녀들의 뜻에 따라 병원을 옮겼다.
옮긴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되니 경과를 지켜보기를 권했다. 3개월이 지나 검사를 받았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3개월 뒤, 왕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암세포가 림프샘으로 전이되고, 크기도 4cm로 커졌다. 전이된 부위가 설상가상으로 간 동맥과 연결돼 있어 수술도 어려운 상태였다. 가족들은 절망했다. 하지만 왕씨는 오히려 담담했다. 아이들도 전부 출가시켰으니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 씨는 수술 대신 항암치료를 택했다. 오전에서 오후로 이어지는 4시간에 걸친 항암치료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환자 대부분은 치료 도중 구토를 참기 힘들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는 날은 늘 아침식사를 걸렀다. 치료를 마치면 몸은 기진맥진. 그래도 버텨내려면 무엇이든 악착같이 챙겨 먹어야 했다.
자색당근 가루(왼쪽)와 자색당근전을 능숙하게 부치는 남편 최문섭 씨.
하루 5개씩 3년째
6개월 동안 항암치료 17번, 방사선 치료 3번을 견뎌냈다. 4cm이던 종양이 다행히 2.5cm로 줄면서 꺼져가던 삶에 대한 희망도 다시금 피어올랐다.
하지만 고비는 또 찾아왔다. 병원에선 더 이상 처방해줄 약이 없다고 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암 치료에 좋다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먹어봤지만 그동안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색당근의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년 내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주황색 당근과는 달리 자색당근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만 수확할 수 있는 채소다. 따라서 사시사철 꾸준히 먹기가 어렵다. 왕씨는 수확철인 한 달 동안 자색당근을 사서 말려뒀다가 과자처럼 먹기도 하고, 보관하기 쉽게 가루로 만들어 1년 내내 다양한 요리에 활용했다. 그렇게 자색당근을 하루에 보통 5개씩 3년째 먹고 있다는 왕씨.
“자색당근을 먹기 시작한 지 3개월쯤부터 효과를 느꼈어요. 피곤함이 덜해지고 몸도 가뿐해졌어요.”
함께 자색당근을 먹어온 남편 최씨도 건강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2년 전 대장에 용종이 있어서 떼어냈는데, 자색당근을 먹으면서부터 변비도 사라지고 눈이 침침한 것도 사라졌어요. 올해 75세인데 몸 상태가 좋으니 나이보다 젊게 살고 있죠.”
왕씨는 암 치료를 시작한 지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아 완치 판정은 받지 못한 상태다.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받으러 병원에 갈 때마다 마음 한쪽 저 밑에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고 한다.
“보통 재발하면 세상을 떠나더라고요.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을 잘 지켜야죠.”
병원에서는 6개월 전 검사에서 “암 흔적만 남은 상태로,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했다. 이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색당근’ 전도사가 됐다는 왕씨. 만약 자색당근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도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자색당근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건강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다시 살게 해준 은인이죠.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먹을 거예요.”
● 자색당근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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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당근엔 항암·항염증 작용을 하는 시아니딘 계열의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보다 약 2.4배 높게 함유돼 있다. 당근의 비타민A 성분은 활성산소의 체내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무력화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왕희성 씨의 자색당근 건강밥상
■자색당근 주스
자색당근은 껍질에도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해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좋으며, 일반 당근보다 단맛이 나 주스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일반적으로 당근은 익혀 먹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색당근 속의 안토시아닌 성분은 날로 먹거나 낮은 온도에서 약하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자색당근전
자색당근으로 주스를 만들고 난 찌꺼기는 또 다른 훌륭한 음식 재료. 즙을 짜내고 난 찌꺼기 역시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므로 전을 부칠 때 함께 넣으면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자색당근 수제비
11월 중순~12월 초까지 제철인 자색당근을 오래 보관하고 먹기 위해서 건조는 필수. 말린 자색당근은 과자처럼 그대로 먹을 수도 있지만, 분말로 만들어 보관하면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에 자색당근 분말을 넣으면 보랏빛의 고운 수제비를 만들 수 있다.
■자색당근밥
자색당근을 가장 손쉽게 요리할 방법은 바로 밥이다. 생 자색당근을 썰어 넣는 것만으로도 마치 흑미를 넣은 것처럼 밥 전체에 색깔이 물들게 된다. 당근의 달콤한 맛과 고운 보랏빛이 어우러져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한다.
암탁배추
한국 여성 암 발병률 1, 2위를 다투는 갑상샘암과 유방암. 갑상샘암을 앓고 있거나 앓은 병력이 있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고, 그 반대로 유방암을 앓은 사람에게서 갑상샘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두 암의 연관성에 대해 수년간 연구해왔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이복순(60) 씨는 갑상샘암과 유방암을 모두 극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씨가 처음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7년 전이다. 평소와 다르게 많이 피곤한 데다 무기력감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갑상샘에서 작은 혹이 발견됐다. 다행히 악성은 아니었다. 이씨는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받기로 했다. 문제는 부작용. 약을 먹기 시작한 지 한두 해가 지나면서 서서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암탁배추를 든 이복순(오른쪽) 씨와 일반 배추를 든 친구 김재숙 씨. 암탁배추가 일반 배추보다 월등히 크다.
“왜 암이 두 번씩이나…”
“온몸이 부었어요. 특히 목이 심하게 부어서 양손으로도 잡히지 않을 정도였어요.”
목이 부으니 당연히 얼굴도 부었고, 몸무게도 급격히 늘었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온몸이 붓자 이씨는 담당 의사를 찾았다.
“다행히 약물치료를 하는 동안 혹에서 별다른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부종이 심하니 1년 만이라도 약을 안 먹고 싶다고 했죠.”
의사도 이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갑상샘에 있던 혹에 모래알만큼 조그만 혹이 하나 더 생긴 것. 크기가 너무 작아 악성인지 아닌지 검사할 수조차 없었다. 더 자랄 때까지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 동안 정체 모를 종양을 키웠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암이었다. 갑상샘암.
“그때는 사람들 인식이 암 걸리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암 진단을 받고 나니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다행히 갑상샘암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씨는 그때부터 나름대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평소 빵,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지만, 수술 이후부터는 평소 먹던 양의 20% 미만으로 섭취를 줄였다. 기름진 음식도 되도록 피하고 신선한 채소 위주로 식단을 짰다.
그런데도 또다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강검진에서 유방에 석회가 발견된 것. 한국 여성에게 유방 석회는 흔한 질환이고 꼭 암으로 악화되는 것도 아니어서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잠시, 석회화 발견 1년 만에 유방암 진단이 내려졌다.
“그때 제가 개인적인 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만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암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정말 암담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노출되긴 했지만, 갑상샘암 수술 후 식이요법을 하고 있었기에 설마 암으로까지 악화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심정은 뭐라고 표현할까…그저 멍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정신이 드니 왜 나에게 암이 두 번이나 찾아왔을까. 그저 원망스러워 삶의 갈림길에서 방황도 많이 했어요.”
순무+배추=‘기능성 배추’
또다시 받게 된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림프샘으로 전이되기 전에 발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갑상샘암 때와는 달리 항암치료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항암제가 몸에 들어가서 퍼지면 그때부터 구토가 시작됐다. 어떤 음식도 못 넘기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당시의 기억을 이씨는 ‘온몸에 제초제를 뿌리는 느낌’이라고 떠올렸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든, 불량식품이든 가리지 않고 뭐라도 먹어야 해요. 안 먹으면 그 힘든 치료를 견딜 수가 없어요.”
입맛이 없던 이씨는 불현듯 시원한 백김치가 생각났다. 개운한 국물 한 모금 떠 먹으면 밥이 넘어갈 것도 같았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김치를 담그기에는 역부족. 이런 이씨를 위해 친구 김재숙(60) 씨가 직접 농사 지은 배추로 부랴부랴 물김치와 백김치를 담가 보냈다. 김씨는 이렇게 말한다.
“마침 우리 농가에서 13년 동안 연구한 ‘기능성 배추’를 재배하기 시작할 때였어요. 친구가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니 매운 음식은 안 좋을 것 같아서 백김치를 담가서 보냈죠.”
이씨와 김씨는 아이들이 고등학생 시절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다. 아이들도 동갑, 엄마들도 동갑이어선지 유난히 말이 잘 통했던 두 사람. 어느덧 그 인연도 올해로 16년이나 됐다.
“친구가 직접 농사지은 배추와 쌈 채소를 꾸준히 보내줬어요. 일반 배추보다 항암 성분이 30배나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어서인지 몰라도 먹을 때와 안 먹을 때의 몸 상태가 달랐어요.”
암탁배추는 일반 배추에 비해 겉(위)은 물론 속까지 두 배 이상 크고 굵다.
“평생 먹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김씨가 재배한 배추는 순무와 배추를 교잡해 만든 기능성 배추인 암탁배추였다. 김씨의 남편이 순무가 지닌 항암 성분을 매 끼니 먹을 수 있는 배추에 담기 위해 수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시켰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이 기능성 배추를 통해 다시금 입맛을 되찾은 이씨. 일반 배추보다 아삭하고 단맛이 많아 먹으면 입안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일반 배추로 담근 김치는 금방 물러지는 데 비해 단단한 식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 또한 장점이라고. 한국인이라면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김치는 물론, 이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배추 요리를 즐긴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든 이씨는 6개월에 한 번씩 건강 상태를 검진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지난 10월 검사 결과에선 다행히 면역력의 기준이 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암 치료에선 특히 식이요법이 중요해요. ‘암탁배추’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지만, 꾸준히 먹은 것이 면역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평생 먹을 겁니다.”
● 암탁배추의 효능
‘新대동여지도’ 바로가기
이복순 씨의 암탁배추 건강밥상
■배추꼬랑이차
먹을 것이 귀하던 과거에 간식으로 먹던 배추꼬랑이. 요즘은 먹지 않고 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배추꼬랑이 속에도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시니그린’ 성분이 있다. 끓는 물에 배추꼬랑이를 넣고 약한 불로 15~20분 동안 끓이면 되는데, 이때 대추를 함께 넣으면 달콤한 맛이 가미돼 마시기에 훨씬 수월하다.
■밀푀유 전골
프랑스어로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하는 밀푀유. 배추를 겹겹이 쌓아 만드는 데에서 ‘밀푀유 전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배추 위에 얇게 썬 소고기와 푸른 잎 쌈 채소를 순서대로 층층이 쌓은 뒤, 냄비에 예쁘게 돌려 담아 육수를 부어 끓이면 완성된다. 암탁배추는 다른 배추와 달리 끓여도 쉽게 뭉그러지지 않아 전골이나 국에도 잘 어울린다.
■배추전
배추에 함유된 베타카로틴 및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에 가열해 먹을 때 체내 흡수율이 약 60% 이상 증가한다. 또한, 체질적으로 몸이 차갑거나 위장이 약한 사람들은 배추를 생으로 먹는 것보다 익혀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추로 전을 부칠 때는 배추의 줄기 부분을 두드려 숨을 죽인 뒤에 조리하면 배추가 더욱 부드러워지고 빨리 익는다.
※이 글은 개인의 체험담으로,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