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추석연휴 몰아 볼 숨어 있는 명작 시리즈물 5選

‘킹덤’ ‘D.P.’ 핫한 드라마 다 봤는데 이제 뭐 보지?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9-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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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 ‘더 폴리티션’

    •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평행세계 ‘이어즈 & 이어즈’

    • 마블 ‘샹치’ 봤다면 다음은 ‘김씨네 편의점’

    • 한 여성의 중년과 노년 ‘올리브 키터리지’

    • 미국 Z세대의 어두운 이면 ‘유포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어김없이 명절은 돌아왔다. 10월에도 대체 공휴일제 시행으로 연휴가 이어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모임은 자제하고 ‘방콕 연휴’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연휴엔 영화보다는 시청 시간이 긴 시리즈물이 제격이다. OTT 춘추전국시대, 쏟아지는 작품 속에서 연휴에 몰아 볼만한 다섯 개의 시리즈물을 건져 올렸다.

    대선 못지않은 고교 회장 선거 : ‘더 폴리티션’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리티션’의 주인공 호바트는 대선 출마를 위한 첫 발판으로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택한다. [IMDB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리티션’의 주인공 호바트는 대선 출마를 위한 첫 발판으로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택한다. [IMDB 캡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치 뉴스가 온라인을 달구는 대선 시즌이다. ‘더 폴리티션’(The Poltician·2019)이 그리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도 그만큼 치열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가상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현실 정치의 우화(寓話)다.

    내용은 이렇다. 한 ‘금수저’ 고등학생 페이튼 호바트는 일생의 목표를 대통령으로 정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 호바트가 대권으로 가기 위한 첫 행보는 학생회장 선거 도전이다. 상대는 친구의 여자친구 아스트리드.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가족 문제와 불륜, 영상 유출과 폭로전까지 벌어지는데, 어쩐지 우리네 선거가 겹쳐 보인다.

    “소중한 연휴에 정치 이야기를 또 봐야하나”라고 묻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틴이나 뮤지컬 장르를 좋아한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고교 뮤지컬 동아리를 다룬 ‘글리(Glee)’로 세계적인 뮤지컬 드라마 붐을 일으킨 제작자 라이언 머피가 기획자로 참여했기 때문. 발랄한 연출과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에 꼭 맞는 형형색색 의상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어지는 시즌2에서는 이제 막 성인이 된 호바트가 뉴욕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내용을 다룬다. 현재 시즌3가 예정된 상태니 기다리다 보면 호바트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장면을 볼지도 모를 일이다.



    *위치 : 넷플릭스
    *정주행 소요시간 : 6시간 13분(시즌1) 4시간 40분(시즌2)
    *한 줄 요약 : 현실 정치와 하이틴 장르의 절묘한 만남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 ‘이어즈 & 이어즈’

    영국 BBC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의 한 장면. 영국에 사는 라이언스가(家)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미래와 맞닥뜨린다. [IMDB 캡처]

    영국 BBC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의 한 장면. 영국에 사는 라이언스가(家)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미래와 맞닥뜨린다. [IMDB 캡처]

    뉴스 속보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의 중국령 섬에 핵 미사일을 날렸다는 소식이다. 영국에서는 방송법 개정으로 BBC가 문을 닫았단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SF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Years and Years·2019)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배경은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영국이다. 미래에 급격하게 변하는 정치 상황과 기술 발달로 라이언스가(家) 3대에 걸친 구성원들도 영향을 받는다. AI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은 전문직 부모, 인간 대신 로봇이 되는 트랜스 휴먼(Trans Human)의 길을 택하는 딸 등이 주인공이다. 앞서 ‘더 폴리티션’이 정치인들의 암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시리즈물은 정치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한 가족의 삶에 집중하는 셈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본 뒤 극 중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원숭이 독감이 퍼져 수천 명이 사망하고, 난민이 외국으로 쫓겨나는 드라마 속 상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치 : 왓챠
    *정주행 소요 시간 : 5시간 42분(시즌1)
    *한 줄 요약 : 그럴듯해서 더 무서운 미래 체험

    마블 최초 아시안 히어로 ‘샹치’의 과거 : ‘김씨네 편의점’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주연을 맡은 시무 리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들 정 역할을 맡았다. [IMDB 캡처]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주연을 맡은 시무 리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들 정 역할을 맡았다. [IMDB 캡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최초의 아시안 히어로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9월 1일 개봉해 11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주인공 샹치를 연기한 배우 시무 리우는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히어로가 된 그의 등장을 반기는 한국 관객이 많은데, 과거 그가 출연했던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2016) 역할이 크다.

    ‘김씨네 편의점’은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이다. 여기서 리우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아들 ‘정’ 역할을 맡았다. 근육질인 점은 샹치와 같지만 시트콤에서는 단순 무식한 매력을 뽐낸다. 캐나다에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일본산 자동차를 싫어하는 애국자 아빠(드라마 대사는 영어지만 호칭은 ‘아빠’를 그대로 살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사실상 집안의 중추 노릇을 하는 엄마, 그런 부모님을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사랑하는 딸이 그 외 주요 캐릭터다. 전형적인 한국 가족이 캐나다에 적응하면서 벌어지는 ‘웃픈’ 에피소드가 재미 요소다.

    실제 1.5세대 한인 이민자 인스 최(Ins Choi)가 각본에 참여해 현실감을 살린 이 드라마는 이민자가 많은 캐나다에서 큰 인기를 모아 시즌5까지 제작됐다.

    *위치 : 넷플릭스
    *정주행 소요시간 : 22시간 45분(시즌 5개)
    *한 줄 요약 : ‘K-가족’의 좌충우돌 캐나다 적응기

    명절이라 문득 어머니가 떠오른다면 : ‘올리브 키터리지’

    ‘올리브 키터리지’의 주인공 역은 배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맡았다. [왓챠 제공]

    ‘올리브 키터리지’의 주인공 역은 배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맡았다. [왓챠 제공]

    남편에게 헌신하는 아내,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 많은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이 그려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리브 키터리지’(Olive Kitteridge·2014)의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는 바람을 피우고, 걸핏하면 욕을 뱉고, 자식에게 손찌검을 한다.

    4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몇 년 간의 거리를 두고 한 여성이 인생의 중·후반부에서 겪는 일을 순서에 따라 찬찬히 밟아간다. 중년 부부의 위기, 고부 갈등, 가족 구성원의 죽음 등 신파로 흐르기 쉬운 내용임에도 극 중 어느 한 인물에게도 크게 감정이입하지 않고 지근거리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쓸쓸함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지만, 드라마가 끝났을 때 찾아오는 감정은 삶에 대한 씁쓸함이 아니라는 게 놀랍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도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원작은 2009년 퓰리처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 ‘올리브 키터리지’. 작가 스트라우트는 11년 만에 책의 후속작 ‘다시, 올리브’를 출간했다. 비교적 드라마 러닝 타임이 짧은 편이니 드라마가 좋았다면 원작과 그 후속작을 보며 연휴를 마무리해도 좋을 것이다.

    *위치 : 왓챠·웨이브
    *정주행 소요시간 : 3시간 59분(시즌 1)
    *한 줄 요약 : 버텨왔다는 것만으로 위대한 노년

    Z세대의 이면 : ‘유포리아’

    ‘유포리아’는 방황하는 미국 10대들을 소재로한 청춘 드라마다. [웨이브 제공]

    ‘유포리아’는 방황하는 미국 10대들을 소재로한 청춘 드라마다. [웨이브 제공]

    누구나 학창 시절을 되짚어 보면 즐거운 순간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포리아’(Euphoria·2019)는 마약과 섹스, 폭력 등 미국 10대가 처한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야기는 여름방학 동안 마약 재활 센터에서 지내던 주인공 루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간 파티에서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전학생 줄스와 빠르게 친해진다.

    “난 너희 세대가 부러워. 규칙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잖아.”

    ‘유포리아’에서 한 중년 남성이 줄스에게 하는 대사다. 현실에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는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규칙 없어 보이는 삶 이면에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선정적 장면이 많지만 각 캐릭터에 설득력 있는 서사를 부여해 자극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마약중독에 시달리는 주인공 루 역을 연기한 젠다야 콜맨은 이 작품으로 드라마 분야에서 오스카로 불리는 에미상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위치 : 웨이브
    *정주행 소요시간 : 7시간 29분(시즌1)
    *한 줄 요약 : 진짜 미국 Z세대를 보고 싶다면


    #추석연휴 #OTT #시리즈물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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